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노장(老莊)사상에 담긴 무위자연(無爲自然) 이라는 것이 머리 속을 맴돈다. 개인으로부터 세계사회에 이르기까지 사람이 살아가는데 결코 억지로 되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억지를 부리지 않고 최선의 도리와 노력을 다 하면 모든 일이 마땅히 되어야 할 바대로 이뤄진 다는 무위자연이 새삼스러워지는 소이(所以)다.

세월호의 안타까운 사고도 본질적으로 무위가 아닌 유위(有爲), 작위(作爲)에 기인한 것이다. 가능하면 쉽고 빨리, 그리고 싼값으로 원하는 수익과 성과를 내겠다는 부실 사업가가 초래한 엄청난 손실과 고통은 물론 국격 까지 끌어내렸다. 탐욕에 돈과 어리석음, 편법이 맞물려서 지혜를 넘어서려다 추락하거나 매몰되어버린 여러 사례에서 숱한 경고가 있었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 모서리들에 먼지 쌓이듯 망각해온 데 대한 충격이 크다. 이른 바 ‘하인리히의 경고’를 되새기게 한다.

사람은 누구나 주체가 될 때는 자기의 정체성에 관심을 갖지만 환경의 구성원이 될 때는 역할과 정체성에 소홀한 경향이 있는데, 우리 사회에선 필부필부가 더욱 그러한 것 같다. 선진 사회로 뿌리 내리게 하려면 공익(公益)과 국익(國益)까지를 자연스럽게 키워내는 생활문화가 일상화되어야 한다. ‘관피아’라는 어휘가 크게 떠오르고 국가개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지만, 시스템을 구성하는 주체인 국민이 일꾼을 천사로도 악마로도 만들 수 있다. 이번에 국민 각자가 모두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에 마음이 가는 까닭이다.
내게 이익이 되더라도 옳은 길이 아니면 택하지 않겠다는 의와 지혜의 삶은 지나치게 경쟁과 승패 개념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착근되기 어렵다. 차제에 사람됨(品格)과 유능을 함께 갖춘 대한민국을 지향하여 막무가내 식 ‘1등병’을 고치고 ‘돈이 최고’ 라는 물신주의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한국’을 이뤄나갔으면 좋겠다.

뇌 과학자들은 경쟁에 나서면 개인의 동물적 감각을 담당하는 뇌, 즉 원시적 파충류의 뇌 부분이 발달하여 도덕심을 주관하는 대뇌피질을 약화시킨다고 밝히고 있다. 인간이 경쟁으로 인해 이성보다 동물적 야성으로 기울어 간다는 것이다. 재빨리 자기 먹이를 챙기겠다는 동물적 욕망 앞에 이성과 도덕이 밀리는 번지르르한 ‘하드웨어 사회’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과도한 탐욕과 경쟁 등으로 한국에서 안 태어나고 싶다는 20대가 60%를 차지하는 모바일 여론조사 결과를  늘 그래왔듯이 ‘그러려니’ 하고 넘겨서는 안 되겠다.

무위자연에 흐르는 요체는 무슨 일에나 최적의 가치를 찾으라는 것이다. 가격이 아닌 가치, 지식이 아닌 지혜가 우리의 삶에 골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에서 삶의 씨앗을 일궈온 전라도인, 한국인으로서 슬픔과 고통의 4,5월을 보내면서 차분하게 정좌(靜座), 정양(靜養)하고 싶다. 잔인한 봄철을 보내면서 스스로 진정성 있게 성숙, 숙성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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