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어려운 품목도 재활용 강요하다 방향 잃어…수요·공급 기업들 '난색'

#전국적인 체인망을 가지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 A사는 지난해 2월 환경부에 1회용 봉투와 관련한 민원을 제기했다. 자연 상태에서 썩는 친환경 재질인 '생분해성 수지'로 만든 1회용 봉투를 고객들에게 제공해도 되는지가 민원 내용이었다. 2012년에 '1회용 비닐 쇼핑백 없는 점포 운영에 대한 자발적 협약‘을 맺은 뒤라 고객들에게 1회용 비닐봉투를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만든 비닐봉투는 제공이 가능하다는 법적 근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부의 답은 의외였다. 한 달 뒤 받은 답변은 "재활용성이 저하되므로 당분간 생분해성 수지를 사용하지 말라"는 암묵적인 금지 요구였다. 이후 제도개선 방안을 도출해 답을 주겠다고 했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도 환경부는 묵묵부답이다. A사는 지금도 합성수지로 만든 종량제 봉투만을 돈을 받고 제공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한 프랜차이즈 편의점에서는 고객이 원하면 물건을 단 하나만 사더라도 1회용 비닐 봉투를 지급한다. 고객들이 들고 다니기가 편하다면서 비닐 봉투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 편의점의 점주는 1회용 봉투를 될 수 있는 한 적게 쓰는 것이 환경적 면이나 경제적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고객들이 원하는데 비닐 봉투를 안 줄 수 없지 않겠어요.” 이 점주의 반문이다.

지난해 대형유통업체인 A사가 제기한 민원

 

환경부의 재활용 정책 기조가 시험대에 올랐다. 구입한 물품을 담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1회용 봉투의 재활용 방안에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 상태에서 잘 썩는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생분해성 수지' 소재를 사용하려는 업계의 요구에조차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합성수지를 대신할 소재가 있음에도 정책의 중심을 잡지 못하는 바람에 스스로 사면초가의 상황에 점점 빠져들고 있는 셈이다.

◇대형마트, 종이봉투 쓰면서 생분해성 수지 쓴 1회용 봉투 문의한 이유는
앞서 예로 든 유통업체 A사에 따르면, 환경부가 고객들에게 돈을 받고 제공해도 된다고 용인한 종이봉투의 경우 판매할 때마다 손해다. 장당 120~130원에 구입해서 100원에 판매하기 때문이다.

생분해성 수지로 만든 1회용 비닐 봉투의 구매가는 장당 110원. 하지만 봉투에 광고를 싣는 등으로 부가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종이봉투보다 매력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생분해성 비닐봉투는 합성수지로 만든 기존의 비닐봉투와는 달리, 고객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한다 해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환경부의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0조를 보면 1회용품이 생분해성 수지일 경우에는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마트나 홈플러스 등 기업형 슈퍼에서 시범적으로 생분해성 비닐봉투를 사용한 적이 있었다"며 "환경적인 측면에서나, 소비자의 편익을 위해서도 훨씬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의 사용을 적극 검토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정부가 마트에서 유상 제공을 허용하고 있는 종량제 비닐 봉투의 경우, 합성수지를 원료로 만들었기 때문에 잘 썩지 않거나 태울 때 환경호르몬인 다이옥신을 유발할 수 있다. 환경부의 정책 기조인 재활용과는 전혀 무관한 제품이다.

종량제 봉투를 제작·판매하고 있는 곳들 중 하나인 B사회복지법인의 종량제 봉투는 3개의 주원료 가운데 2개가 합성수지다.

이 복지법인 관계자는 "주로 고밀도 HDPE와 저밀도 LLDPE, 그리고 첨가제 개념으로 탄산칼슘을 원료로 쓴다"고 말했다.

종량제 봉투 외에 1회용 봉투도 편의점이나 소상공인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쓰이고 있다.

서울 서초동의 한 편의점 점주는 "고객들이 많이 찾는데 어쩌겠느냐"고 되물었다.

생분해성 수지를 사용한 1회용 봉투에 대해 환경부가 답변한 내용

 

◇ 재활용률 때문에 생분해성 쓰지 말라던 환경부, 대안 제시 못 해
이같은 상황과 업계의 요구가 있지만 환경부는 취급 허용을 1년 넘도록 유보하고 있다.

지난해 업계의 요구에 환경부는 "생분해성봉투와 합성수지 비닐봉투의 구분이 쉽지 않아 함께 분리 배출되는 경우 재활용성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다"며 "관련 연구용역을 통해 제도 개선 방안이 마련될 때까지는 취급을 유보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구 용역과 관계없이 1회용 비닐봉투의 재활용은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게 중론이다. 3일 현재 합성수지로 만든 1회용 비닐봉투 등에 대해 환경부가 제시한 재활용 의무율은 62.8%다. 전체 합성수지 중 '복합재질 및 필름·시트형 단일·복합재질'이 이에 속한다.

그러나 업계는 실제 재활용율은 이보다 훨씬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100% 재활용 되는 것은 1회용 비닐봉투를 만들 때 손잡이에 구멍을 내면서 남은 일명 '펀치밥'뿐이다. 이를 제외하면 수거율 통계를 내는 게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1회용 비닐봉투를 제조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1회용 비닐봉투를 쓰고서는 쓰레기 봉투에 넣어버리기 때문에 실제 재활용률을 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은 묻거나 태우는 것인데, 태울 때 다이옥신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생분해성 수지 업계는 또 다른 대안으로 종량제 봉투 등 필수 불가결한 1회용 비닐봉투를 친환경적인 생분해성 수지로 교체하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 역시도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종량제 봉투의 경우 생분해성 수지를 사용하면 강도가 떨어져 실제 사용이 힘들다"며 그 이유를 들었다.

송인철 한국생분해플라스틱협회 부회장은 "2006~2008년 여수시청, 연기군, 제주시, 남해 등에서 시범사업을 할 때만 해도 전문업체가 없고 하니 그런 문제가 있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10년 가까이 지나 기술이 발전해 물성도 좋아졌고 강도 문제도 없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환경부 관계자는 "전반적인 시장 상황 확인과 경제성 분석을 위해 포장재 실태 조사 연구용역을 한국건설환경시험연구원에 맡긴 상태다"라며 "5월에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정부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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