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건조기후…폭우·폭설처럼 위협적이지 않지만 피해 심각


매년 3월23일은 세계기상기구(WMO)가 정한 '세계 기상의 날'이다. 세계 기상의 날은 기상사업의 국제적인 협력 의의를 인식하고, 그 발전을 위해 매년 주제를 정해서 기상지식과 기상사업의 사명을 대중에게 전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WMO가 발표한 올해 주제는 '기후변화 대응, 기후과학과 함께'(Climate Knowledge for Climate Action)'다. 이에 본보는 2회에 걸쳐 최근 이슈가 됐던 기상 관련 사고를 점검하고 국내외 기상사업 현황을 되짚어보려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보이지 않는 위험…'날씨가 뿔났다' 
②돈이 되는 기상…연간 경제효과 6조원 달해

[환경TV뉴스]정택민 기자 = 지난달 11일 발생한 영종대교 106중 추돌사고로 2명이 죽고 130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의 주된 원인은 짙은 안개로 인한 가시거리 미확보와 영종대교 순찰·관제 담당업체가 안개에 대한 대응소치를 소홀히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고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안개로 인한 대규모 사고라는 것이다. 여름이나 겨울에 발생하는 대규모 추돌사고의 경우 폭우나 폭설 등 눈으로 봐도 위협이 될 수 있는 악천후가 원인이 될 때가 많다. 실제로 비나 눈 때문에 길이 미끄러워지고 자동차의 타이어가 제역할을 못하면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반면 영종대교 106중 추돌사고는 길이나 차량의 상태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는 안개가 최악의 사고가 이어진 사례다. 당시 영종대교를 달리던 차량 운전자들 중 안개로 인해 큰 사고가 날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몇 명이었을지 의문이다.

안개로 인한 대규모 교통사고는 영종대교 사고가 처음은 아니다. 2006년 10월에는 서해대교 29중 추돌사고로 11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쳤다. 2011년 12월에는 천안-논산고속도로 남논산IC 90중 추돌사고로 34명이 다치기도 했다. 또 경찰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3년 교통사고 발생건수(21만5354건) 중 0.2%인 411건이 안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날씨로 인한 또 다른 위협 중 하나는 바로 산불이다. 지난해 발생했던 산불은 모두 492건에 달한다. 월별로는 3월(101건)과 4월(166건)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계절로 보면 여름철 산불이 가장 적고 봄철이 가장 많다. 이는 봄에 대기가 건조하고 기온이 오르기 때문에 불이 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대기 건조와 고온현상이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불씨가 확산되는 데 유리한 조건을 제공해 피해를 키우는 데 일조한다는 점은 전문가들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산림청은 올해 초 발표했던 '2015년도 전국 산불방지 종합대책'을 통해 봄철 때 이른 고온현상 등 이상기후로 인해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또 화재 규모 통계로 봐도 지난해 1㏊를 넘는 대규모 화재(31건)는 여름철에 전무했던 반면 3월(16건)과 4월(9건)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눈으로 봤을 때 위험해 보이지 않는 날씨도 폭우나 폭설 못지 않게 위험하다.

사람의 힘으로 날씨의 변화를 막는다는 건 지나친 자신감이다. 다만 날씨의 변화에 대응해 예방 및 대응조치를 강화해 사고 발생 확률을 낮추거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기후변화 적응'이란 개념이다.

당장 영종대교 106중 추돌사고도 영종대교 순찰·관제 담당업체가 대응조치를 제대로 했다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에 따르면 가시거리가 100m 미만일 경우 50% 감속 운행을 권고해야 하는데, 사고 당일 영종대교 전광판에는 20% 감속 운행을 권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순찰요원 배치, 저속운행 유도 등의 매뉴얼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개 때문에 상습적으로 차량이 정체되는 곳에는 교통안전시설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법조항이 바뀔 전망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성태 의원(새누리당)은 안개지역 내 교통안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도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도로관리청이 안개지역 내 전광판 및 안개시선유도등, 안개시정표지 등 도로안전시설을 설치·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산불 예방 및 감시도 강화된다. 산림청은 봄철(2월1일~5월15일)과 가을철(11월1일~12월15일)에 '산불조심기간'을 정하고 산을 찾는 관광객이 많아지는 공휴일을 중심으로 산불 예방 특별대책을 운영한다. 이 시기에는 감시인력도 집중 배치한다.

또 산불경보 4단계(관심→주의→경계→심각) 중 '경계' 이상 발령 시 불을 놓거나 산에 들어가는 것을 중지하고 소각행위를 일체 금지한다. 군부대 사격훈련도 자제하도록 한다. 산불무인감시카메라 영상, 산불신고단말기 신호 등 지역별 산불정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등 감시체계도 강화한다.

기후변화에 따라 예측하기 힘들어지는 날씨 상황은 인간에게 분명한 위협이다. 하지만 인간의 지혜와 약간의 주의를 동원한다면 사고를 줄이거나 예방하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다.

jtm1122@eco-tv.co.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