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데스크>급발진 민관합동조사반, 첫 단추부터 부실했다

[환경TV뉴스] RE. 2012년 8월30일, 국토해양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자동차 급발진에 대한 첫 번째 민관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사고 차량인 그랜저의 엔진제어장치 조사 결과 이상 현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게 이날 발표의 핵심 중 하납니다.

INT. 윤영한/ 급발진 의심사고 민관합동조사반장
"엔진제어장치에도 급발진의 원인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본보가 입수한 보고서를 보면 상황은 다릅니다.

발표 전날, 엔진제어장치를 분석한 국제공인기관 QRT반도체가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이상 현상에 대해 언급돼 있습니다.

자동차를 구동하는 핵심 장치에 쓰인 반도체의 분석 결과 ‘박리’라고 하는 현상이 발견된 것입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내부 매뉴얼에서도 반도체에 이 같은 박리 현상이 있을 경우 열이 가해지면 오작동, 기능이 저하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박리가 오작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반도체 전문가들도 인정합니다.

INT. 홍성철/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전류가 흘러야 되는 부분에서 흐르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크고요. 박리된 물질이 다른데 가서 붙어서 전류가 흘러야 되지 않는 부분에서 전류가 흐르는 그런…"

문제는 이러한 조사 결과를 민관합동조사반의 위원들조차 검토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민관합동조사반이 회의를 가진 건 보고서가 제출되기 전인 8월28일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보고서를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은 채 국민들에게 이상이 없다고 발표한 셈입니다.

INT. 급발진 의심사고 민관합동조사반 민간위원
"안됐습니다, 왜냐하면 QRT가 29일날 보냈기 때문에, 즉 8월30일은 민관합동조사반 자문위원들의 확인을 안 받고 국토부에서 발표를 한 것입니다" "QRT보고서를 보시게 된 게 언제쯤이었습니까? 그 후에도 전혀 보여주지 않았어요"

결과를 일반인들이 쉽게 알아보기 힘들게 한 정황도 나타납니다.

발주처인 국토교통부의 요구 때문입니다.

INT. 공인기관 관계자
"메일 상에 박리가 있습니다 뭐합니다 다 말씀을 드렸고 그 보도자료를 보시면 박리 있습니다라고 써있어요. 보도자료에 쓰였던 그거는 저희가 만든 게 아니에요"

3년이나 지나서야 뒤늦게 부실 조사 정황들이 확인되는 가운데, 정치권은 올해 12월부터 발효되는 소위 급발진법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INT. 임내현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급발진재연실험평가위원회에서 조사 활동을 했지만 아직도 거기에 대해서 신뢰감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는 회사에서 기록을 해석해서 줘야 하고 그것이 허위가 되거나 거부를 한다면 처벌을 하도록 돼 있습니다"

ST. '안전한 대한민국'을 외치면 출범한 박근혜 정부도 벌써 3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정부조사에서조차 밝혀내지 못한 급발진 문제는 여전히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환경TV 신준섭입니다.

sman321@eco-tv.co.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