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데스크>중금속의 공습①

[환경TV뉴스] RE. 시커먼 물이 흘러내리는 밭고랑 주변, 논이나 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참개구리가 보입니다.

그런데 상태가 이상합니다.

한 쪽 눈은 하얗게 변했고, 왼쪽 뒷다리는 이상한 각도로 휘어져 있습니다.

이 개구리가 발견된 곳은 서울 인근인 김포시 대곶면 거물대리의 한 주택갑니다.

집 바로 뒤편에 위치한 주물공장에서 흘러나오는 폐수에서 지난해 7월, 주민이 발견한 겁니다.

현장에 가보니 100년도 더 넘은 은행나무는 고사했습니다.

공장 옆 주택에 살던 주민은 폐수 악취와 날림먼지를 견디다 못해 2년 전부터 더 이상 집을 거주지로 쓰지 않습니다.

INT. 임종성(56)/ 거물대리 주민
"가면 갈수록 저녁이 되면 아주 공기가 탁하고 냄새가 너무 심하고 그래가지고 저도 그렇지만 집사람, 그리고 딸이 못살겠다고 그래가지고 할 수 없이 인제 근교에 이제 시내 쪽에 방을 얻어가지고…“ 

날림먼지가 더 심각한 곳도 있습니다.

또 다른 주물공장 옆에 살면서 4년째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김의균씨의 집은 중금속 미세먼지로 초토화됐습니다.

옥상이며 집 안이며, 옆 공장에서 날아 온 중금속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INS. “먼지를 모아 자석을 한 번 대보겠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자석에 금속 물질이 덕지덕지 달라붙습니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한 이유는 중금속 먼지를 날리는 공장들이 버젓이 문을 열어 놓고 작업하기 때문입니다.

INT. 김의균(53)/ 거물대리 주민
"'창문 열고 하는데요' 그러면 창문 열면 어때서요. 그러나 대기환경보전법 31조 1항에 보면 외부 공기와 희석해서 배출하면 안 된다고 돼 있어요. 7년 이하 징역 1억원 이하 벌금이에요. 그런데도 괜찮다는 거에요. 창문 열어 놓고 가동해도 괜찮다는 거에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측정 결과 이 중금속 먼지에는 특정대기유해물질이 4종이나 포함돼 있습니다.

이곳 거물대리같은 계획관리구역 내 공장에서는 절대 나와서는 안 되는 유해물질들입니다.

그것도 발암물질인 크롬의 경우 서울 지하철 철로에 쌓인 먼지보다 최대 5배 이상입니다.

INT. 보건환경 전문가(익명)
"그분들에게 보면 얼마만큼 노출되고 노출된 영향으로 얼마만큼 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중금속 먼지의 유해성을 방증하듯, 공장에서 일하지도 않는 김씨는 중금속으로 인한 만성 천식을 앓게 됐습니다.

INT. 황진기 부원장/ 연세내과의원
"만성 기관지염 상태신데 전혀 아직 차도가 없습니다. 다른 공해물질도 물론 있을 거고요. 인제 특히 인제 그 폐에 있는 중금속이..." 

이같은 주물공장이 김포시내에만 백여곳에 달합니다.

환경TV 확인 결과 어디서나 한결같이 중금속 먼지, 소음 등의 피해를 호소합니다.

그렇지만 주민들은 김포시에 민원을 아무리 제기해도 소용이 없다고 말합니다.

기형 개구리가 나온 곳도, 법원이 직접 폐쇄 명령을 내린 김씨 집 주변 공장도 여전히 버젓이 가동 중입니다.

왜 이런 상황이 가능한 지, 김포시청을 직접 찾아가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INT. / 김포시 환경보전과 관계자
"감시하고 그 점검은 여기서 계속 했고 그거에 대해선 감시했다고 생각이 들고요." 

그러나 김포시 공무원들의 해명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한두 곳이 아닙니다.

김씨네 집앞 공장의 경우 폐쇄 명령 후에도 예전처럼 먼지를 날리며 작업을 재개했지만 김포시 측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공무원과 업체들이 결탁했을 가능성을 언급합니다.

INT.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
"시설 개선을 해야 되는데도 그걸 바로 안하고 몇 개월이 지나서 한 거" "몇 개월이 뭐에요 1년 동안 안 한 거에요" "그러니까 그걸 방치한 행위라든지 이런 거는 공무원의 직무유기기 때문에 부패죠"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들에 대해서는 공무원의 직무유기를 지적합니다.

INT. 심상정 정의당 의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포시가 특정대기오염물질을 발생시키는 공장을 허가해준 게 잘못이죠. 그리고 공장 폐쇄 명령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공장을 계속 운영하는데 대해서 방치했지 않습니까. 그 자체가 직무유기죠"

규제 완화를 외치는 재벌경제인들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대통령에게 전달됐습니다.

하지만 중금속 먼지에 신음하는 서민들의 고통의 목소리는 메아리없는 하소연에 그치고 있습니다. 환경TV 신준섭입니다.

sman321@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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