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TV 인터뷰, 생물다양성을 논하다…"한국, CBD 의장국 진지하게 받야들여야"

▲ 줄리아 마르통 르페브르(Julia Marton Lefevre)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사무총장

 

[환경TV뉴스] 신준섭 기자 = "사람은 자연을 굉장히 정교하지 않은 방식으로 함부로 소비를 해댄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자연보호 국제기구 수장이 던진 말이다. 소비를 하지 말자는 극단적인 얘기가 아닌, 쓸 데 없는 과소비를 꼬집은 셈이다.

줄리아 마르통 르페브르(Julia Marton Lefevre)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사무총장은 최근 환경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연보존과 경제적 가치의 균형점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우선 각국 정부나 일반인들이 자연을 보호하자는 움직임, 즉 '생물다양성(Biodiversity)'에 대해 관심이 적지 않냐는 질문에 반박하면서 첫 마디를 이었다.

르페브르 사무총장은 "사람들은 일단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을 통해 자신들의 생명을 유지하는 체계가 제공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길거리를 다니는 사람들도 정확히 생물다양성이 뭔지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일단 자연을 이해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소통 방식의 문제이지, 생물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없지는 않다고 얘기하면서 대신 행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르페브르 사무총장은 "너무 안타깝게도 누구나 인식하지만 도시가 생기면서자연이 사라지고 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행동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이 부분을 강조하는 것은 IUCN에서 발표하는 '레드 리스트(Red List)'가 보여 주는 결과 때문이다. 지난 50년간 IUCN이 조사해 온 결과물인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영장류는 25%가량이 지구상에서 이미 사라졌다. 사람들의 무분별한 자연 소비 때문이다.

르페브르 사무총장은 "레드 리스트는 감정적으로 만들어진 보고사거 아니라 과학이다"라며 "'과학적 경종(Scientific Alarm Bell)'을 계속 울리고 있지만 긍정적인 결과는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유로는 사람들의 소비 패턴을 지적했다. 그는 "사람은 공간을 얻거나 식량을 위해서 자연을 굉장히 정교하지 않은 방식으로 함부로 소비를 해댄다"며 "그래서 결국 야생동식물들이 사라지고 멸종하는 것이다. 이제는 이 작은 지구를 인간과 다른 생물종이 어떻게 공유할 수 있는가를 찾아봐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경제적 가치와의 충돌이다. 자연 보존이라는 대의에 대해서는 사람들도 동의하지만 경제 발전 또한 중요한 부분이다. 한국의 경우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국립공원의 케이블카 설치와 같은 움직임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시각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베트남의 사례를 들었다.

르페브르 사무총장은 "우리는 모든 것을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교육받았지만 자연으로 인해 발생되는 기타 이익에 대해서는 배우지 못했다"는 말로 운을 뗐다.

"일례로 베트남에서 태풍을 막기 위해 '맹그로브' 나무를 거의 2만㏊에 심었는데, 100만달러 정도가 들었다"며 "똑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 방파제를 세우면 700만달러가 소요된다. 자연해법이 훨씬 더 비용이 덜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100만달러의 혜택이 엄청난 것은, 맹그로브를 심게 되면 어종이 서식해 어부들이 수입을 얻을 수 있게 돼 지역사회에 수입이 생긴다"며 "이렇게 해서 생긴 돈으로 학교도 생길 수 있고 병원도 생길 수 있다. 이익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같은 '자연자본'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 지를 이해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2016년까지 '생물다양성협약(CBD)' 의장국을 맡고 있는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르페브르 사무총장은 "한국은 아마 생물다양성과 자연 보전에 있어서 매우 리더십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며 "한국이 이 생물다양성 의장국 역할을 맡는다는 것을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1년 뒤 멕시코가 의장국이 됐을 때 CBD 의장국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증명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평화대학(UPEACE) 총장 출신인 줄리아 마르통 르페브르 IUCN 사무총장은 사무총장직을 맡기 전까지는 주로 국제연합(UN)에서 그의 직무를 수행해 왔다.

록펠러 재단이 설립한 국제 환경과 개발 리더십(LEAD)의 이사직을 맡기도 했으며 지속가능한 개발 과제와 관련, 국제과학위원회(ICSU)의 이사직을 역임하기도 했다. 또한 다우케미칼과 코카콜라의 환경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한편 IUCN은 1948년에 창설된 조직이다. 정부와 비정부기구(NGO)를 포함 모두 1300여개 회원 조직들이 참여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는 160여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인간을 포함해 7만5000여종에 달하는 세계 생물종 보고서인 레드 리스트의 발표로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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