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애기박쥐, 인천 부평구 도심 아파트 꼭대기서 구출된 사연 들어 보니

▲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나무를 붙잡고 잠에 빠져 든 안주애기박쥐 모습

 

[환경TV뉴스] 신준섭 기자 = 국내에 서식하고 있는 23종의 박쥐종 중 하나인 안주애기박쥐가 인천 부평구 도심 한복판에 나타났다. 아파트 외벽에 붙어 잠에 빠져 든 박쥐의 상태를 걱정한 시민의 제보로 무사히 보호됐지만, 보호 상태에 놓이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18일 현재 국립생물자원관에는 안주애기박쥐 한 마리가 보호 중이다. 머리와 몸이 약 7~8㎝ 크기인 이 박쥐는 야행성인 특성을 증명이라도 하듯 낮에는 임시로 만든 사육시설 내 나무에 달라붙어 잠을 자고 있다.

이 안주애기박쥐는 지난달 구조된 개체다. 특이한 점은 구조 위치가 동굴이나 숲이 아닌 인천시내라는 점이다. 안주애기박쥐는 주로 활엽수림의 키 큰 나무 구멍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개체가 최초로 발견된 시기는 지난 10월 중순이다. 인천시 부평구의 소재의 한 아파트 13층 창문 방충망에 달라붙은 것을 집주인이 발견했다.

집주인인 신새범씨(48)는 "아침에 베란다 난간 바깥쪽 방충망에 붙어 있었다"며 "야행성이라 밤에는 가겠지 싶었는데 저녁이 돼도 붙어 있고 건드려도 움직이지 않고 '카악'하고 소리를 내더라"라고 당시를 설명했다.

이렇게 신씨의 집 바깥에 들러 붙은 안주애기박쥐는 열흘이 지나도 붙어서 움직이지를 않았다. 신씨의 증언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육안으로도 눈에 띄게 통통하던 박쥐의 몸체가 비쩍 말라갔다고 한다.

게다가 10월말이 되면서는 날씨도 쌀쌀해지기 시작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당시 인천 지역의 평균 기온은 26일이 지나면서 하루만에 5도가 뚝 떨어졌다. 열흘째 박쥐를 지켜본 신씨에게 걱정이 시작된 이유다.

신씨는 "계속 보다 보니 걱정이 되더라"라며 "에볼라 바이러스가 박쥐에게서 왔다는 얘기도 있고 해서 만지기는 께름칙했지만 추위에 죽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자꾸 들었다"고 말했다.

사실 신씨의 생각은 기우였다. 박쥐는 곰과 마찬가지로 동면하는 습성이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 심박수가 급격히 떨어지고 활동을 멈추지만, 죽는 것은 아니다.

한상훈 국립생물자원관 박사는 "박쥐는 보통 3월까지 동면에 들어가는데, 이 때는 1분에 4~8번 정도 심장이 뛴다"며 "어떤 박쥐는 눈 위에서 동면하는 개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알 턱이 없는 신씨는 걱정 끝에 여기저기 전화를 시작했다고 한다. 맨 처음에는 119에 전화를 걸었다.

신씨는 "'그게 끼었나' '손이 안들어 가냐' 등을 물어보더니 '구조는 필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이후에는 관할 지자체인 부평구청 환경보전과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비슷한 대답을 들었다. 신씨에 따르면 부평구청 환경보전과에서는 "장비가 없으니 떼내서 보관하면 찾으러는 가겠다"며 "전례가 없는 경우라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기관들조차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하자 다급해진 신씨는 인터넷도 찾고 SBS 동물농장팀에 전화를 하는 등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국립생물자원관으로 연결돼 수거를 나왔다는 설명이다. 아파트 방충망에 붙은 지 한달 정도가 지난 11월 중순에서야 결론이 난 셈이다.

한 박사는 "현재 건강한 상태"라며 "박쥐는 20㎞ 정도를 이동하는만큼 동면 장소로 이동하던 중에 아파트에서 동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주애기박쥐는 신씨 덕분에 무사히 임시 보금자리를 찾았지만 이 과정을 지켜 본 신씨의 속내는 편하지만은 않다. 지자체 환경보전과의 태도 때문이다.

신씨는 "화가 나는 점은 지자체의 태도다. 일반인들이 어떻게 국립생물자원관같은 데를 알겠냐"며 "환경(보전)과가 직접 할 수 없다면 관계기관이랑 연결해 줄 수도 있었는데 그것조차 안한 거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어 "그렇다면 지자체 환경(보전)과가 뭐하러 세금써가며 있는 거냐"고 덧붙였다.

신씨는 이 문제를 민원으로도 제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없었다.

이에 대해 부평구청 환경보전과 관계자는 "담당자가 1명 있는데, 다친 야생동물은 구조해서 동물병원에 맡긴다"며 "다치지 않은 것들은 풀어달라고 말을 한다"고 말했다.

애기박쥐과 가운데서도 크기가 큰 편인 안주애기박쥐는 암갈색의 색을 띄며 곳곳에 흰털이 섞여 있다. 폭이 넓고 끝이 둥근 삼각형에 가까운 형태의 귀가 특징이다. 주로 활엽수림에 생활하지만 가옥이나 동굴 등도 이용한다.

남한에서는 중부권과 충청권, 부산 인근 등 세 지역에서 서식이 확인됐다. 북한의 경우 서식한다는 보고가 있긴 하지만 매우 희소한 개체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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