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지난 10년간 플라스틱 포장재의 사용이 얼마나 줄었는지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매년 지자체를 통해 정확하게 그 양을 파악해서 추이를 확인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설렁설렁 넘어왔다는 것인데, 이래서야 어떻게 한 국가의 환경문제를 책임지는 중앙부처라고 할 수 있을지 기가 막힌다.

환경TV의 단독보도가 아니었다면 아마 이같은 사실이 묻혔을 것이고, 그에 따른 부작용과 경제적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가 단순하지 않은 이유는, 환경부가 이처럼 엉터리 통계를 근거로 특정 규제를 없애려 했기 때문이다. 바로 ‘합성수지 재질의 포장재 연차별 줄이기’라는 제도로, 썩지 않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포장재(과일받침 등)를 매년 줄여나감으로써 합성수지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아보자는 취지로 2003년에 도입된 것이다.

이 제도는 합성수지 포장재 대신 감축목표량만큼 친환경포장재를 사용토록 규정하고 있다. 사과나 배 등 과일받침의 경우 2003년 대비 2007년 이후에는 25%를 감축해야 한다. 감축의무는 포장재를 사용하는 생산자 또는 유통센터 등에게 있고, 이를 확인할 책임은 각 지자체를 통해 환경부가 지도록 돼 있다.

하지만 환경부는 지난 10여년간 이 통계를 아주 허술하게 취합했다. 심지어 바로 지난해 자료는 1년이 다 되도록 취합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고서는 이 제도가 아주 잘 이행돼 정착됐기 때문에 ‘불필요한 규제’라며 폐지하겠다고 들고 나온 것이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 끝장토론’을 통해 규제개혁을 들고 나오자 얼렁뚱땅 없애려고 했다. 이 당시에는 지난해 통계자료가 전혀 취합되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잘 되고 있으니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과 국민들을 속인 셈이다.

우리는 환경부가 이 제도를 이렇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쩍 폐지하려 한 이유를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한다.

첫째는 이 제도의 폐지로 반사이익을 보는 쪽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수용했다고 본다.

환경부는 이 제도 등을 폐지하는 근거로 “합성수지 포장재의 연차별 감축의무 폐지 등 5개 ‘건의’ 적극수용 약속”이라고 명시했다. 누군가로부터 연차별 줄이기 ‘건의’를 받아 이를 적극 수용했음을 밝히고 있다.

이 건의를 환경 단체나 시민단체 또는 소비자모임 등에서 했을리 없다. 학계나 전문가 집단에서 건의했을리도 없다. 결국 특정 업계의 주장을 건의로 ‘포장’해서 폐지의 근거로 삼은 것이다.

둘째는 지난 10여년간 부실한 통계를 ‘은폐’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

어차피 제대로 통계를 취합하지 못했으니까 규제개혁이라는 큰 물결에 슬쩍 실어 날려버리면 부실한 통계에 대한 책임에서 한 시름을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없어진 제도를 놓고 통계가 잘못됐다고 시비 걸 일은 없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 제도는 ‘폐지발표’ 이후 환경TV의 집중 보도와 환경단체의 반대 움직임 등에 힘입어 우선은 폐지가 유보된 상태라고 한다. 졸속으로 없애려 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폐지유보’가 아니라 ‘폐지약속 폐지’가 돼야 한다.

환경TV의 보도로 폐지의 근거가 터무니 없이 부실하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

오히려 이 제도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철저한 상황파악 및 조사를 진행해야 하며, 애초 이 제도를 도입할 때 계획대로 연차별로 계속 확대해야 한다. 상황파악 및 조사는 특정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 등에 맡기지 말고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들로 특별위원회 등을 구성해 제대로 짚어내야 한다.

이번 일로 환경부의 통계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그런만큼 해당 통계를 작성한 공무원들의 문책과, 허위통계로 국민과 대통령을 속인 환경부장관의 사과는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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