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립물질은 고엽제인가? 어디로 어떻게 처리됐는가?

 

주한 미8군 사령부가 화학물질의 매립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옛 문건을 찾아냈다고 발표한 이후에도 사라진 매립물질의 행방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주한 미8군은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경북 칠곡군 왜관읍의 미군기지 ‘캠프 캐럴’의 헬기장 인근에 1978년 화학물질이 매몰됐고, 1979~1980년 어디론가 옮겨져 처리됐다는 사실이 명시된 내부문건을 찾아냈다고 발표했지만, 옮겨진 물질이 고엽제인지, 어디로 옮겨졌고 어떻게 처리됐는지에 대한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매몰된 것으로 알려진 화학물질, 일명 에이전트 오렌지에 대한 의혹은 총 4가지,

미국이 사전에 매립사실을 알고 있었는가와, 매립됐다는 화학물질이 고엽제가 맞는지, 또 어디로 옮겨져 어떻게 처리됐는지가와, 그 양은 얼마나 되는가이다.

미8군 사령부가 매몰 의혹이 제기된 이후 매몰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다 23일에서야 관련 문서를 찾아냈다고 뒤늦게 발표한 것은, 주한미군이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발표 전 입장정리 차원의 시간끌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또 미8군이 밝힌 기록에는 고엽제라는 언급이 없고, 미8군 역시 ‘화학물질’ 이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 주한미군이 찾아낸 연구보고서에 ‘화학물질’과 ‘살충제’ 등이 담긴 드럼통을 매립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매립물질이 과연 고엽제가 확실한가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추정물질이 어디로 어떻게 옮겨졌는가도 미스테리다.

화학물질이 국외로 반출됐을 것이라는 근거가 없고, 국내 또 다른 지역에 매립됐을 경우 2차 피해사태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보고서에는 ‘처리했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소각했는지, 그저 반출 매립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사태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지막으로 얼마나 묻혀있는가이다.

미8군은 1979년과 1980년 매립물질과 주변 토양 40~60톤을 기지 밖으로 반출 처리했다고 밝혔지만, 그 정확한 양을 알 수 없어 피해규모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고엽제 매몰의혹을 폭로한 주한미군이 “당시 매립한 고엽제가 드럼통 205ℓ들이 600여개이고, 베트남전에서 사용된 고엽제도 포함됐다”고 밝히고 있어, 단지 엄청난 규모의 양이 매립됐을 것이란 추정만 할 뿐이다.

한편, 주한 미8군의 문건 발표 이후 미국 행정부 당국자가 고엽제 매몰 의혹에 대해 "최고 수준의 관심(highest level's attention)을 갖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반미감정으로 사태가 번지는 것을 의식한 미국 측의 기민한 대응 움직임을 읽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순영 기자 binia@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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