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탄소차협력금제도 시행시기를 2020년 말까지 미루기로 결정한 것은 환경정책을 아예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박근혜 정부 들어 환경정책이 되레 후퇴하고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이번 결정으로 국민들에게 그것을 아주 확실하게 확인시켜 줬다.

 

환경분야의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참담함을 억누를 수 없다.

저탄소차협력금제도의 시행은 이미 한 차례 연기된 전력이 있다. 당초에는 2013년 1월부터 시행키로 했다가 자동차업계의 요구를 수용해 올해 말까지 2년을 연기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다시 6년 뒤로 미뤘으니, 정부의 결정대로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현 정부는 이 문제에 관한 한 깨끗이 손을 터는 것이다.

이 자체만으로도 무책임의 극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 제도는 국제사회에 우리 스스로가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의 한 축이다. 정부의 결정대로 제도 시행이 미뤄진다면 202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절감이라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 로드맵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친환경차 세제감면 및 보조금을 확대하고, 2020년까지 평균 온실가스・연비 기준을 선진국 수준인 97g/km까지 강화해 저탄소차협력금제 연기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감축계획의 공백’을 메우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업계가 온실가스・연비 기준의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때 이런 정부의 발표는 현실성이 결여돼 그대로 믿기가 어렵다. 이미 자동차 업계의 요구를 수용해 제도 시행 자체를 6년이나 미뤘는데 ‘기준 강화’ 약속을 뒤엎는 것쯤이야 충분히 예상가능한 일이다. 세제감면 및 보조금 확대도 정부의 방안대로라면 5조원의 재정이 필요한데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의문스럽지 않을 수 없다.

누가 봐도 이번 결정은 정부가 특정 자동차기업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저탄소차협력금제도 시행의 연기는 거꾸로 자동차업계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우는 아이를 알사탕으로 계속 달래면 그 아이의 이가 모두 썩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번 정부 결정에 대해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향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자동차 등 친환경차 개발과 내연기관 연비 향상 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하는 등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디젤기술이 100년 된 나라이고 일본은 하이브리드자동차 기술에서 크게 앞서고 있기 때문에 현 상태에서 저탄소차협력금제를 시행하면 국내 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이 있어야 기술의 진보가 앞당겨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국민의 애국심에 이어 정부의 보호막이라는 온실 속에 안주하려고 하는 한 독일의 100년이나, 일본의 앞선 기술력을 따라가기란 요원하다.

다행인 것은 국회가, 특히 야당의원들이 관련 법 개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잔뜩 벼르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 등 야당의원 6명은 공동성명까지 발표하며 정부의 이번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제사회에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과 이행노력은 국제사회에 대한 의무이자 우리 사회의 합의라면서 “산업계의 민원성 요구로 점철된 ‘환경파괴 경제정책’을 밀어붙이려는 박근혜 정부를 규탄한다”고 목청을 돋우고 있다.

일부 여당 의원들도 공청회 등 최소한의 국민설득 절차조차 생략한 정부의 ‘막무가내’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따라서 저탄소차협력금제를 담은 대기환경보전법의 개정이 정부의 생각대로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환경TV는 환경보전의 공익적 가치를 가장 우선시하는 전문미디어로서, 정부의 저탄소협력금제 시행 연기에 반대하며 따라서 국회의원들의 이같은 대응자세를 지지한다. 또한 “윤성규 환경부장관은 저탄소차협력금제도 시행에 장관직을 걸어야 할 것”이라는 국회의원들의 주장에 동의하며, 윤 장관이 이에 응답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그동안 “예정대로 내년에 시행할 것”, “환경을 죽이고 경제를 살리는 방향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누차 했기 때문이다.

환경TV는 앞으로 관련 법 개정과 관련한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취재, 보도할 것이다. 환노위의 어느 국회의원이 관련 법 개정에 앞장서는지, 환노위 소속 의원으로서 소임을 다하지 않는지를 지속적으로 취재해 국민들에게 알릴 것이다. 또한 환경운동 단체 등의 반대운동에도 힘을 보탤 것이다.

환경전문미디어의 존재이유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2014.9.3.)

mazinger@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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