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비정상의 정상화 대안 모색 환경TV 기획 - ①독일 엘베강 편

22조원이란 천문학적인 돈을 들인 4대강 정비 사업이 완료된 지도 벌써 3년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사업 시행 이후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강에 독성 녹조가 만연하기 시작했고, 생태계 또한 과거 4대강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미래 세대에게 물려 줄 자산인 4대강에 대해 사람들의 불만과 의혹이 커지는 이유다. 이에 환경TV는 독일에서 최근 진행되고 있는 주요 강들의 재자연화 사례를 통해 향후 4대강이 나가야 할 길을 조망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①'엘베강' 홍수 방지위해 댐대신 자연화 선택
②'엔츠강' 도심 하천조차 사람보다 생태계에 무게 둬
③'라인강' 경제와 생태계, 하모니의 구현

[환경TV뉴스 - 독일 라이프찌히] 신준섭 기자 = 독일 통일의 진원지이자 바흐의 도시로 잘 알려진 라이프찌히(Leipzig)에서 차로 약 한 시간 정도 아우토반을 따라 북쪽으로 달리면 쌍둥이 마을 데사우 로슬라우(Dessau-Rosslau)를 만나게 된다. 이 마을의 북쪽으로 조금 더 이동하면 말굽형으로 굽이쳐 흐르는 아름다운 강과 마주할 수 있다. 바로 중부유럽을 가로지르는 '엘베강(Elbe river)'이다.

동유럽 체코부터 시작, 독일을 관통해 북해까지 흘러가는 이 강의 길이는 무려 1154㎞에 달한다. 하지만 그 거대한 위용도 이 시골 마을에 이르러서는 단지 조용히 흐르는,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듯한 모습으로 비쳤다. 취재 첫날 만난 엘베강의 모습에서 남는 인상은 강에서 4대강과 달리 역겨운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점 정도였다.

반면 강 주변으로 드넓게 펼쳐진 평평한 초원지대는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갖가지 풀들이 자라나 있는 이 수변지역 옆의 제방에서는 반려견들과 함께 산책하는 주민들의 모습도 간간이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지긋이 인사를 건네며 지나쳐갔다.

사실 이 수변지역은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마을이 속해 있는 작센안할트(Saxony-Anhalt) 주의 농부들이 경작을 하던 곳이었다. 당시만 해도 농부들을 제외하면 해당 지역을 산책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게 지역민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금은 버젓이 유네스코(UNESCO)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탈바꿈해 산책객들을 반기고 있다. 독일 정부의 엘베강 재자연화 정책이 빚어낸 결실 중 하나다.

독일 헬름홀츠환경연구센터(UFZ) 소속의 생태학자인 마티아스 숄츠(Mathias Scholz)는 "독일 5개주 400㎞ 구간의 엘베강 수변 지역 140ha가 UNESCO 생물권 보전지역이다"라며 "수변지역 재자연화 이후 이곳에는 10㎡ 32~50종의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식물들이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 광활하게 펼쳐진 엘베강 주변 수변지역

 

◇엘베강, 독일 통일 전까지 유럽 최악의 오염된 강
과거만 해도 엘베강의 가장 큰 화두는 수질이었다. UFZ의 2005년 논문 '독일 엘베강 - 현황과 모순된 목표, 그리고 회복 전망'에 따르면 엘베강은 독일이 통일되던 해인 1989년까지만 해도 유럽 최악의 오염 지역 중 하나였다. 화학물질 때문이다.

당시 산업시설 폐수를 통해 수은이나 비소, 카드뮴 등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이 강으로 유입됐다.

데사우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 온 엘리젯 여사(78)는 불과 30년전까지만 해도 엘베강 주변에 가면 매케한 냄새가 났다고 회고한다. 엘리젯은 "강에서 수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화학물질 냄새가 사라지고 나서 사람들이 강변을 따라 산책을 하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1989년 독일 통일 이후 산업시설들이 줄고 통일 독일 정부가 폐수 규제 정책을 펼치면서 엘베강의 수질은 급속히 회복됐다.

마티아스 숄츠는 "강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산업 폐수 유입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수질이 회복된 것"이라고 말했다.

◇21세기 2차례 홍수로 27조원 피해…독일 정부, 대안으로 댐 대신 재자연화 선택
스스로 강의 수질이 회복되는 '자연천이'로 하나의 문제는 해결했으나, 정작 엘베강의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홍수 문제다.

2002년과 2013년 엘베강은 최악의 홍수피해를 겪었다. 강이 범람하고 제방이 무너지면서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었다. 단 두 차례의 홍수로 독일 정부 추산 200억유로(약 27조5000억여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해당 피해 때문에 국내적으로 홍수 방지용 댐 설치에 대한 요구가 일어나기 시작했지만 독일 정부는 댐을 선택하지 않았다. 녹색당과 환경단체의 반대가 주효했다.

마티아스 숄츠는 "2002년 홍수 이후 일각에서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댐 건설을 요구했지만 물고기들이 오갈 수 있는 구간이 단절된다는 점과 강의 자기 정화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점 등의 이유로 댐은 건설되지 않았다"며 "시민단체 등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독일 정부는 댐 대신 다른 방식을 택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제방의 위치를 뒤로 미루고, 그 곳에 홍수 완충지대 역할을 할 수변구역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바로 강변의 재자연화다.

정부가 이같은 선택을 한 것은 단순히 환경보호론자들의 반대 때문만은 아니다.

독일연방자연보호청(BfN)의 2013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수변지역의 홍수방지 기능은 과거 대비 65%가 감소했을 정도로 자연이 훼손된 상태였다. 이를 복원할 경우 그만큼 홍수 위협이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투자 대비 경제적 효과도 월등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취재차 방문한 수변지역을 포함해 2곳의 조성 비용 대비 경제적 효과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1유로 당 2.5유로에 달했다. 이는 해당 수변구역이 홍수대비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흡수, 수질오염방지, 생물다양성 진작 등의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다만 독일 정부는 재자연화 사업을 일괄적으로 진행하기 보다는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중장기 계획을 잡고 있다.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다.

BfN의 수변생태계 및 수질담당자인 토마스 엘러트(Tomas Ehlert) 박사는 "일부 지역에서는 재자연화 등의 환경 조성을 반기지 않는 곳도 있다"며 "우리가 하는 일은 끊임없이 이들과 대화하고 설득하고 협의점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축산 폐수 등 비점오염 문제 해결에도 재자연화 택해
엘베강의 시급한 문제가 홍수뿐만은 아니다. 축산 폐수로 인한 비점 오염 역시 독일 정부가 집중하고 있는 문제 중 하나다.

취재 둘째날 라이프찌히에서 약 한 시간 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도시 마그데부르크(Magdeburg)의 UFZ 수생태연구소를 방문한 것도 이 문제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서였다.

엘베강이 도시 중앙을 따라 흐르는 이곳에서 취재진은 UFZ 수생태연구소가 보유한 연구용 선박 알비스(Albis)를 타고 현장으로 따라 나섰다.

수심 40㎝에서도 이동할 수 있는 이 선박은 20분 정도 엘베강을 거슬러 오른 후 소형 보트를 이용해 수변지역에 접근, 생물들을 채집하기 시작했다. 생태계 변화를 관측하기 위해서다.

마쿠스 비테레(Markus Weitere) UFZ 수생태연구소장은 "수생태계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은 생태계의 건전성 측정을 위한 것"이라며 "교란종들이나 기존 종들의 분포를 파악해 자연의 건강성을 관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생태계 건전성 여부에 집중하는 이유는 자연정화능력을 가늠하기 위해서다. 비테레 소장은 비점 오염 저감을 위해서는 인위적인 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점 오염의 궁극적 해결 역시 재자연화가 답이라는 소리다.

비테레 소장은 "축산 폐수로 인한 비점 오염이 1인 지점이나 100인 지점이나 강 수질 오염은 동일한 수준이다"라며 "이를 기술적으로 방지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강이 가진 회복 능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자연화 과정은 곧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시일을 두고 지켜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sman321@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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