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TV뉴스] 신준섭 기자 = 일본만화 중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흡혈귀를 소재로 한 '피안도'라는 만화가 있다. 일본 군인들이 2차대전 시절 생체 실험을 거듭하다가 악귀같은 존재를 만들어냈고, 이것이 인류에게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온다는 내용이다.

허구에 심심풀이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는 이 만화의 기몬적 메시지는 인간이 바꿔 놓은 환경이 역풍으로 되돌아 온다는 점이다. 상식적 선에서 봐도 당연해 보이는 얘기다. 독성 남조류가 번성할 환경을 조성해 준 4대강 사업과도 닮았다.

그런데 이 만화에서 주목할 점은 따로 있다. 바로 '망자'라는 존재다. 만화 피안도 속 망자는 인간에게 직접적 위협이 되는 대형 흡혈귀로 변신하지 못하고 버려진, 소위 '떨거지'다. 자연스러움을 역행하는 인간들의 욕망에 저항조차 못하고 무시돼버린 슬픈 존재들이다.

이들의 모습은 추악하다. 마치 여러 개의 고름 덩어리가 하나로 뭉쳐 있는 듯한 모습이다. 나약함을 숨기기 위해 똘똘 뭉친 모습에 망자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그 모습은 4대강에서 발견되고 있는 태형 동물인 '큰빗이끼벌레'와도 닮았다. 추악하지만 나약한 이 생물은 여러 개체가 뭉쳐서 포식자들의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이미 금강 백제보 인근에서는 길이가 2m나 되는 이들까지 발견됐다.

환경부나 전문가들은 큰빗이끼벌레에 독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만화 피안도 속 망자도 피해다니기만 하면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슷한 논리다. 하지만 그러면서 정부는 근본적인 원인을 자꾸 피해간다. 바로 4대강 개발 사업이 '생태계 교란 유발자'라는 점이다.

4대강에 큰빗이끼벌레가 발생한 것이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다. 만화책에서도 망자는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 작은 현상들이 뭉쳐 언젠가 우리를 위협할 수 있을 지 모른다. 현상이 아닌, 원인을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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