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연합, 세계 환경의 날 맞아 성명 발표…"환경 보전 권위 포기한 환경부"

 

 

[환경TV뉴스] 박기태 기자 = 5일 세계 환경의날(World Environment Day)을 맞아 민간 환경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은 '지구는 우리 모두의 섬, 지구를 지키기 위해 힘을 모으자'란 제목으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환경연합은 성명서에서 "환경부는 규제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구시대적 경제성장을 지원하고 있다"며 "환경 보전을 위한 권위를 포기하고 새로운 의제의 발굴 능력이 없는 환경부가 처한 현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

6월5일은 세계 환경의날(World Environment Day)이다. 1972년 'UN 인간환경회의'를 기념해 세계가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보전을 위해 실천을 다짐하는 날이다.

특히 2014년은 UN이 정한 세계군소도서개발국(SIDS)의 해로 환경의 날 구호도 '바다의 수면이 아니라, 당신의 목소리를 높여 주세요'(Raise Your Voice, Not the Sea Level)다.

'세계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1%도 안되는 양을 내놓는 SIDS가 기후변화 피해의 최전선에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세계가 행동할 것을 결의하자는 취지다.

세계의 요청에 우리도 호응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또한 4월16일 세월호 참사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국은 '이익과 편리를 위해 생명과 안전을 경시해온 사회의 의식과 제도'에 대해 성찰하고 변화를 고민하는 날이기도 하다.

한국이라는 공동체의 지속가능성, 구성원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사회에 대해 돌아봐야겠다.

이 성명은 주요 분야에 대한 환경연합의 인식이며 제안이다.

단기적 이익을 위해 공동체의 평형수를 덜어내는 기업들

6월2일 환경의날을 앞두고 전국경제인연합과 대한상공회의소 등 24개 단체는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계획 재검토해야"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는 이미 2012년 5월에 법률로 도입됐고 기업 대표들이 주요하게 참여한 '배출권거래제 상설협의체'를 통해 준비해 왔으며 기업의 요구 때문에 시행이 2년이나 미뤄진 상태다.

그런데 시행을 목전에 두고 또다시 기업들이 연기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은 2011년 온실가스배출량이 1990년에 비해 144%나 증가해 OECD 평균(7%)의 18배가 넘고 25%와 23%를 감축시킨 독일과 영국에 비하면 부끄러운 수준이다.

이에 이명박정부가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해 30%를 줄이겠다고 약속하고 산업계에 대해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 것인데 이마저도 기업들은 강한 반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저탄소차 협력금제도'도 비슷한 이유로 난관에 봉착해 있다.

이 또한 2009년부터 도입이 예고된 것으로 탄소 배출량이 많은 차에는 부담금을 부과하고 하이브리드차와 경차 등 탄소 배출량이 적은 차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중대형 차량의 비율이 높아야 유리하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저탄소차협력금제도의 도입을 비토하고 있다.

이러한 행태가 결국은 국내 시장에서 외국산 소형차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비정상적으로 높은 중대형차 비율(72%, 유럽과 일본은 30% 이내) 때문에 에너지 낭비와 대기오염을 가중시키게 될 것인데도 기업들은 가까운 이익에 집착하고 있다.

또한 산업계는 연초 뜨거웠던 규제 완화 흐름 속에서 화학물질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과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의 시행을 무력화시키고자 다양한 압력을 가했다.

가정용에 비해 턱없이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원가이하의 전기를 사용하는 특혜를 당연시 하고, 수도권 과밀화에 따른 혼란과 비효율이 걱정되는 중에도 개발 이익을 위해 끊임없이 입지 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지금 기업들의 태도는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선박의 수명을 연장하고 평형수를 덜어낸 세월호처럼 공동체의 정의나 안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부끄러움이나 체면조차 잊은 듯이 눈앞의 이익을 탐하고, 사회의 시선이나 비판에 귀를 막은 듯하다. 사회의 중요한 부분이 기업들이 사회의 존중을 받지 못하는 것은 불행한 상황이다.

공익의 수호자로서 역할을 포기하고 기업의 심부름꾼이 된 정부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최근의 박근혜 정부를 규정할 핵심 키워드는 '재벌 편향'과 '규제 완화'라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규제의 미흡이 불러 온 연쇄 사고 속에서도, 정부는 여전히 규제완화를 고집하는 등의 방법으로 경제 성장에만 집착하고 있다.

특별히 정부는 한국사회의 최대 위험요소인 원전의 지속적인 확대를 꾀하고 있고(5기 건설 중, 11기 추가 계획 중) 수명이 끝난 고리 1호기를 연장해서 7년째 가동 중이며 월성 1호기에 대해서는 수명연장을 추진 중이다.

22조의 국가 예산을 낭비했을 뿐 아니라 최악의 생태계 파괴, 부실공사와 부정부패 등으로 문제가 된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친정부 인사들로만 조사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진실을 감추고 책임자를 감싸고 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야할 만큼 뛰어난 생태계를 가진 가로림만에 거듭 조력 발전을 추진하고 실효성이 없는 홍수 조절 효과를 거론하며 임진강 하구 준설을 추진하는 등 개발을 위해 생태와 안전엔 눈감고 있다.

특히 환경부는 우리 사회의 과속과 위험을 통제하는 규제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구시대적 경제성장을 지원하는 것을 과제로 삼고 있다.

환경부는 MB정부 시에 환경영향평가제도가 무너지고 각종 개발에 들러리 서는 대신 부서의 예산과 인력의 증가를 선물 받았는데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규제완화에 앞장서는 등 또다시 스스로의 정체성을 외면하고 있다.

환경부가 밝힌 규제완화 구호는 '2014년 내 환경규제 10% 철폐', '2017년까지 환경 규제 75% 일몰제 추진', '환경규제폐지 올림피아드 추진' 등이다.

환경부는 화평법, 화관법,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 저탄소차협력금제도 등 추진하는 사업마다 타 부처나 기업으로부터 저항을 받고 있는데 이는 환경부의 과거가 초래한 자업자득이다.

환경 보전을 위한 권위를 포기하고 새로운 의제(생물다양성, 비점오염원 관리, 기후변화 대응 등)의 발굴 능력이 없는 환경부가 처한 현실이 안타까운 지경이다.

잠들어 있는 시민사회와 영감을 주지 못하는 환경운동 

대한민국이 '위험사회', '재난사회'가 된 것은 기업과 정부의 탓만은 아니다.

기업의 주장에 편승하거나 정부의 실패를 방치해 온 시민사회의 무책임이 불러 온 결과이기도 하다.

냉혹한 자본주의의 폭주 앞에 원자화된 시민들이 이기적으로 자기 살길만을 찾아 왔다.

욕망에 포로가 되고,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외면하고 연대해 실천하지 않은 것이 물신이 횡횡하고 부정의가 만연하는 사회를 만들었다.

도움을 청하는 어려운 이웃과 생태계를 위해 손 잡아주지 않고 스스로 생활 속에서의 실천도 부족했다.

세월호를 겪으며 모두가 미안한 것은 한국호의 불안을 키우는데 조금씩이라도 기여해 온 우리를 돌아보게 된 탓이다.

시민운동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자본의 질주와 정부의 일탈에 맞서 치열하게 부딪히는데 부족했고 표피적인 문제제기를 넘어 근본을 개혁하기 위한 학습에 미흡했다. 시민들과 함께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 고민하지 못했다.

시민운동 30년을 지나면서 과거의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사회에 영감을 주는 존재로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우리 모두의 섬, 대한민국을 위해 그리고 지구를 위해 힘을 모으자

대한민국은 우리 모두의 섬이고 모두의 운명이 거기에 있다. 대한민국을 지구를 지키기 위해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받아들이고 정부는 공익의 수호자로서 스스로의 역할을 정상화해야 한다.

통제되지 않는 자본의 탐욕, 신뢰를 잃은 정부의 존재는 단순히 사고와 위험만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미래(지속가능성)를 위태롭게 한다.

시민사회는 공동체의 주체로서 또 지구 시민으로서 대승적인 역할과 실천을 자청해야 하고, 시민단체들은 사회의 위기를 감지하고 변화를 위한 영감을 줄 수 있도록 깨어서 역할 해야 한다. 

환경의 날을 맞아 환경운동연합은 더 근본적이고 더 의미 있는 역할로 나아가기 위해 고민하고 소통하고자 한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우리가 사회가 수도 없이 되뇌었던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를 우리의 변화를 위한 힘으로 쓰고자 한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더 근본적인 이념, 더 대중적인 활동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당장은 사회의 가장 큰 위험인 수명다한 핵발전소들의 폐쇄, 사회의 질서를 왜곡하는 규제완화 흐름에 대한 활동에서 시작할 것이다. 지구와 함께, 시민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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