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후보가 세월호 참사와 선거운동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 ‘악어의 눈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그가 후보 수락 후 연설에서 보인 눈물에 이 같은 생각이 더욱 깊어진다.

과거 천안함 사건과 이를 대하는 그의 모습이 떠올라서다.

정몽준 전 의원이 지난 12일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이혜훈 최고위원 등을 제치고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됐다.

이날 정 의원은 수락연설 중 "제 아들의 철없는 짓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제 막내아들 녀석도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같은 날 JTBC와의 인터뷰에서 부인이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당한 것에 대해 묻는 손석희 앵커에게는 “지구당 당협에서 집사람을 초청해서 제 얘기를 해보라고 한 것이다. 특별한 얘기는 없었고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말한 것이다. 모르는 사람은 ‘돈 봉투’라도 돌렸나 보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들의 문제는 전국민의 분노를 샀기에 눈물로 사죄하고 아내의 선거법 위반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기에 사과하지 않은 셈이다.

이 같은 정 후보의 이중적인 잣대는 이미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 당시 여실히 드러난바 있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정몽준 후보는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천안함 침몰사건과 관련한 야권의 책임자 문책요구에 대해 911사태를 예로 들었다.

정 후보는 "미국의 경우 911테러이후 진상조사를 위해 위원회를 만들었는데 무려 10개국 1200명을 조사에 참여했다. 당시 수많은 전·현직 고위관리들이 조사를 받았지만 뉴욕의 한복판에서 무려 3000명이 희생된 911사태로 해임된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고 말했다.

천안함 침몰사고에 대해 야당이 국방부장관과 해군참모총장 등 책임자들의 해임을 요구한데 대해 반론을 편 발언이다.

이 같은 정 대표의 발언에 대해 일각에서는 "3000명이 죽었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는데 겨우(?) 50명도 안 죽었는데 무슨 책임이냐는 뜻이냐"며 여당 대표가 해서는 안 될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 후보의 이 같은 문제의 발언은 다음날도 이어졌다.

그는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사고원인에 대한 진상조사는 이제 시작단계인데 정치권에서는 군 수내부의 해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고 총리, 장관의 사퇴를 거론하고 있다. 어제 말한 것처럼 미국의 경우에는 뉴욕 한복판에서 2995명, 3000명이 사망한 911테러 이후에 1년8개월 동안 전·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관료 등 1200여명을 조사했는데도 인책 퇴임 된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고 발언했다.

정대표는 스스로 전날 911사태를 비유로 한 자신의 표현이 괜찮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같은 정 대표의 발언을 전해들은 사람들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이 같은 발언에 인터넷에는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A씨는 "아니 3000명이 죽었는데도 징계 받은 사람이 없었다는 말은 그럼 천안함으로 숨진 사람이 50명도 안되니 대수롭지 않은 일이냐는 뜻이냐"라고 비난했다.

B씨는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어 천안함 사후 조사에 따른 책임공방을 위한 방어막을 치려는 행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설혹 미국이 그랬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정말 옳은 결과인지 한번 생각해보고 언급했어야 하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최근 일어난 세월호 참사와 당시 천안함 사태에서 보여준 정부와 관계기관들의 대응이 붕어빵 같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든다.

적절하지 못한 대처와 오락가락하는 발표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차이점은 책임자 문책과 정 후보의 대응이랄까.

최근 정몽준 후보가 출마한 서울시장은 물론 전국적으로 모든 후보들이 똑같이 들고 나온 가장 큰 카드가 ‘안전’이란다.

천안함 당시 그네들이 보인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로서는 어처구니없고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앞으로는 천안함과 세월호 같은 사태가 사라질지, 몇 년 후 또 똑같은 상황에서 비슷하지만 다른 모습을 선사(?)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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