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원 공유 관련한 나고야 의정서, 37개국 비준한 상태…한국은 빠져
정부 3.0 무색…산업 경쟁력 놓고 부처마다 서로 다른 '입장'

▲ 2010년 일본 나고야 CBD 당사국 총회 현장 = 출처 내추럴 저스티스

 

[환경TV뉴스] 신준섭 기자 = 오는 9월부터 10월까지 3주간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생물다양성협약(CBD) 제12차 당사국 총회' 의장국인 한국이 CBD의 한 축인 '나고야 의정서' 비준에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 정부의 의정서 비준이 산업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잘못된 속설을 놓고 한국 정부 내에서도 반목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국제연합(UN)이 지정한 생물다양성의 날인 22일 현재 나고야 의정서 비준국은 모두 37개국이다. 하지만 이 중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나고야 의정서는 생물 자원을 활용하며 발생하는 이익을 공유한다는 내용의 국제협약이다. 중국이 원산지인 식물을 원료로 하는 약품을 만들면 그 수익의 일부를 중국에 환원하는 식의 내용을 담고 있다.

때문에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화장품이나 의약품 산업계 입장에서는 의정서의 발효가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환경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외로 유통되는 의약품의 약 47%가 원료 물질로 동·식물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한국 정부 역시 국내 산업 보호 차원에서 비준서에 빨리 서명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크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회의를 해보면 비준국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인데 굳이 한 표를 더 얹어 줄 필요가 있겠냐는 인식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한국 정부의 비준과 상관없이 비준국이 50개국 이상이 되면 자동적으로 발효된다는 점이다. 발효 이후부터는 한국의 기업이 비준국이 원산지인 생물 유전 자원을 사용하게 되면 일정 비용을 해당 국가에 지불해야 한다.

반면 비준국이 아닐 경우 이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즉 한국 정부가 의정서 비준을 안 하게 되면 해외 기업이 국내의 생물자원을 사용하더라도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또 다른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비준을 늦춘다고 해서 국내 기업들이 볼 수 있는 이득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오히려 비준을 안 했을 경우 한국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CBD 당사국 총회 의장국으로써의 국제적 위상 역시 의정서 비준을 미뤘을 때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다. CBD 당사국 총회를 개최하면서 나고야 의정서에는 반대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서다.

녹색연합은 전날 논평을 통해 "한국은 나고야 의정서에 서명하고도 지금까지 비준안을 국회에 제출조차 못하고 있다"며 "CBD 당사국 총회 의장국으로써 한국 정부는 그 조속한 발효를 위해 마땅히 노력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나고야 의정서는 2010년 10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CBD 제10차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생물자원의 이익 공유에 대한 국제협약이다. 50개국 이상이 비준서를 제출하면 90일 이후 발효된다.

한국은 2011년 9월 나고야 의정서에 서명했으며 현재 국립생물자원관을 중심으로 국내 생물 유전자원 이용을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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