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곶자왈의 용암 함몰구에 남방계와 북방계 식물이 함께 자라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립산림과학원(원장 구길본) 난대산림연구소 유전자원연구팀은 기후변화에 따른 제주지역 육상생태계 영향평가 및 모니터링체계구축 연구의 중간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연구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용암 함몰구는 세계자연유산지구인 검은오름을 중심으로 17개소, 이 용암 함몰구에 자라고 있는 식물은 47과 106종으로, 이 중에는 주로 아열대지방에 분포하는 남방계식물과 주로 한대지방에 분포하는 북방계식물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 중 남방계 아열대성 식물은 생달나무와 가는쇠고사리, 북방계 한대성 또는 고산성 식물은 한들고사리와 좀나도히초미 등이었다. 한들고사리는 이 조사를 통해 제주도에서는 처음으로 관찰된 제주도 미기록식물로, 지금까지는 백두대간의 고산준령과 만주, 시베리아 등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방계식물이다.

이 같이 남방계식물과 북방계식물이 같은 공간 내에 혼생하는 것은 이 함몰구의 온도분포 때문이다. 함몰구의 온도변화를 층위별로 조사한 결과 지표면의 한 여름(6~8월) 온도는 23.1℃인데 비해 함몰구 바닥은 8.4℃ 정도로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제주시의 겨울(12, 1, 2월) 평균기온 6.7℃보다 다소 높은 정도의 기온이다.

함몰구의 지표면과 바닥간의 14.7℃나 되는 온도 차이는 해발고도로 볼 때 2200m에 해당한다.이것은 지하로 1 m 하강 시마다 온도는 0.59℃가 떨어져 해발고도로는 대략 90m 상승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보였다.

실제로 식생조사 결과 함몰구 바닥에는 한들고사리, 좀나도히초미, 좀고사리, 골고사리 등 백두산 이북에 주로 분포하는 북방계식물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찬수 난대산림연구소 박사는 "곶자왈 특유의 지형인 용암 함몰구현황과 이곳의 식물분포 특성이 밝혀짐으로써 곶자왈 종 다양성의 비밀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하면서 모니터링을 통하여 곶자왈의 가치를 높이는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순영 기자 binia@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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