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 빼내는 것만 집중하면 실패

유엔(United Nations, UN) 세계기상기구(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WMO) 홍수관리국(Associated Programme on Flood Management)은 환경TV를 통해 “구개념인 부분적 방재로 그동안 많은 나라들이 도시홍수 관리에 실패했다”며 “한국이 그런 사례를 참고해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는 상습 침수지역의 물을 빼내는 것에만 치중해 관을 대량 설치했다가 침수가 없던 다른 지역에 물이 몰려 또 다른 물난리가 나는 경우다. UN WMO는 “과거에는 도시홍수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지방자치제들이 오수(표면에 흐르는 빗물)를 도시 밖으로 빨리 없애는 기술에만 집중해왔다”며 “오수를 완전히 배수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기술들에 관심을 돌려야한다”고 밝혔다.

빗물 재활용 기술과 하수 및 폐수처리, 먹는 물 공급 체계까지 관리하는 ‘지속가능한 도시 배수 시스템(Sustainable Urban Drainage System)’에 비중을 두고 도시홍수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최우선순위로 하수관거 용량을 확대하고, 상습침수지역에 10년간 5조원을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힌 서울시도 이 권고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선진 개념을 도입해 시행착오를 줄여 세금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 UN “전체적으로 접근해야, 패러다임 전환부터”

UN WMO 홍수관리국은 서울시가 급하게 내놓은 대책처럼 홍수발생지에만 매달리는 것을 구시대적 방재로 규정하고 있다. “뒤늦고 얕았던 전통적인 대응방식을 버리고 미리 예방할 수 있는 패러다임 쉬프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UN WMO는 통합적이고 전체적인 접근방법을 지향하고 부분적인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땅 전체에 대한 이해와 수자원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도시홍수는 정치, 행정, 금융, 기술적 방법이 총 동원돼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가지 전략만이 아닌 다양한 전략이 적용돼야하며 국가의 여러 기관들이 협력하고, 지역 주민들도 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국내 전문가들도 ‘통합적 관리’ 중요성 인지

국내 전문가들도 서울시가 내놓은 단편적인 대책보다는 UN WMO가 권고하고 있는 ‘통합적 도시홍수 관리’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반복되는 집중호우와 도심피해, 대책은 없는가?' 토론회에서 “서울시의 치수대책은 대부분 배수펌프장, 하수관거 신증설 등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수해가 나고 대규모 토목공사가 이어지는 패턴이 이어져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창근 시민환경연구소장도 전체적인 치수대책이 필요하다고 이날 토론회를 통해 밝혔다.

박 소장은 “지난 5월 100년 빈도의 봄비로 구미 해평취수장이 기능을 상실했고 이어 구미 2차 단수사태가 발생했다”며 “연이어 물 관련 재해가 발생하고 있는데 실질적인 행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공학 전문가들도 UN WMO가 강조하고 있는 ‘오수 배출 외 다른 기술도 비중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권고와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김성준 건국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빗물이 많이 모이는 곳에 빗물 저장시설을 건설하면 도시홍수를 예방할 수 있다”며 “신도시는 물론 서울에도 충분히 저류지를 만들 공간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무영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개인과 공공시설물에 저류조 설치가 가능하다”며 “아파트 지하에 가로·세로 10m에 5m 높이의 공간만 있으면 저비용으로 50만ℓ의 빗물 저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서울시, ‘통합적 도시홍수 관리’ 시작할 때

기상이변(氣象異變)에 따른 도시홍수에 대한 서울시의 대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시의 대응모델에 따라 다른 지방자치제도 영향을 받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권고와 지적을 받아들여 구시대적 방재 대책을 수정하고, 공간‧생태계‧정치‧사회‧경제적 측면을 고려한 ‘통합적 도시홍수 관리’에 들어가지 않으면 비판의 강도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김미경 서울시의회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4일 서울시가 내놓은 도시홍수 대책에 대해 "지난 2007년과 2010년에 발표한 내용을 그대로 반복하는 전형적인 '눈 가리고 아웅 식' 발표"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올해를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포했다.

이를 위해선 UN WMO 홍수관리국의 ‘통합적 도시홍수 관리’ 가이드라인 등 선진 관리 기법 적용이 필요하다.

△정치, 행정, 금융, 공학 전문가들과 시민들로 이뤄진 학술적 토론 기구 마련 △빗물 재활용 기술과 하수 및 폐수처리, 먹는 물 공급 체계까지 관리하는 ‘지속가능한 도시 배수 시스템 구축 △도시홍수 발생 시 시민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킬 수 있는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도시홍수에 따른 재정 위험관리 정책 등을 적용해나가야 한다.

심재훈 기자 jhsim1@eco-tv.co.kr
안진주 기자 jinju@eco-tv.co.kr 권윤 기자 amigo@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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