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하나 민주당 의원

 

[환경TV뉴스] 최근 초고압 송전선로 아래에 둔 폐형광등에 전기를 연결하지 않아도 불이 들어온 영상이 공개되어 논란이 일어났다. 이는 인체 유해성 논란이 일고 있는 송전선로의 영향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한 인터넷 언론매체가 보여준 것이다. 이에 한국전력공사는 "송전선로 아래에서 발생한 형광등 발광은 전계에 의한 자연적인 현상으로, 인체에 유해하다는 근거로 보도된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사업 2구간 환경영향평가서'를 분석한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발견됐다. 송전선과 15m 이격된 거리에서 측정한 전계강도가 사람에게 위험을 줄 우려가 있는 3.62kV/m가 측정된 것이다. 해당지역은 충남 예산군 고덕면 구만리로 765kV 신서산 송전선로로, 밀양 송전탑 건설로 인해 나타날 자계의 세기를 예측하기 위해 측정한 것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전기설비기술기준 제17조 1항에 따르면 '특고압 가공전선로에서 발생하는 극저주파 전자계는 지표상 1m에서 전계가 3.5㎸/m 이하, 자계가 83.3uT이하가 되도록 시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송전선으로부터 15m지점에서 3.62㎸/m가 측정된 것은 정부가 정한 안전기준을 초과한 것이다. 그러나 전기설비기술기준 제17조 1항은 '논밭, 살림 그 밖에 사람의 왕래가 적은 곳'은 제외했다.

이는 평상시 논밭에서 생활하는 농민들에게 명백한 차별이다. 직장과 주택의 거리가 먼 도시인들과 달리 농민들은 송전선로가 설치된 농로를 다니고 근처 논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실제로 지난해 공개된 산업통상자원부의 '154/345㎸ 송전선로 주변지역의 암 유병 양상 생태학적 역학 조사 연구'에 따르면 고압송전선로에 인접한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모든 부위 암 발병 상대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현재도 765㎸ 고압 송전선로가 무차별적으로 건설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자파 문제의 핵심은 그것이 인체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과학적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그 피해의 경험이 실존하고 역학적으로도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낮은 수준의 전자파에 장기간 노출 될 경우 인체에 무해하다는 과학적 인과관계도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단기간 고노출 기준으로 전자파를 관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환경보건적으로 취약한 영유아, 임산부 등에게도 이 기준을 무차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특히 전자파의 원인인 전파를 관리하는 정부부처와 전기를 관리하는 부처에서 전자파 안전기준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전자파가 미치는 환경적, 보건적 관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지난 21일 전자파의 장기간 저노출 영향에 대한 위해성 평가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환경정책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전자파의 인체 유해성이 과학적으로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사전예방의 원칙에 따라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해 전자파를 환경유해인자로 관리하도록 했다.

만약 법이 개정되어 전자파가 환경유해인자로 지정된다면 정부는 전자파에 대한 환경보건기초조사를 실시하고 지역주민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특히 환경보건법 23조와 24조는 어린이 활동공간과 어린이가 주로 사용·접촉하는 어린이용품에 대한 특별관리도 할 수 있게 하였다.

스웨덴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비록 과학적으로 확실히 증명이 되지 않더라도 국민건강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사전예방의 원칙에 따라 전자파를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부가 국민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하면서도 늘 이런 문제 앞에서는 후진적인 처사를 보이고 있다. 전자파 문제는 사람을 바라보는 국가의 시선이 반영되어 있다. 사전예방의 원칙에 따른 전자파 관리를 통해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국가가 돼야 할 것이다.

news@eco-tv.co.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