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초기 모터 소리에 말벌들 보내는 위협 신호 못 들을 수 있어
두꺼운 옷, 방충모 등 예방책도 필수

▲ 지난달 30일 경북 상주시 병성동 승천원 인근 야산에서 벌초를 하던 오모씨(54)가 말벌에 쏘여 숨졌다. 사진은 말벌에 쏘인 오모씨를 응급처치하고 있는 구조대원들 모습 = 제공 상주소방서

 

추석을 앞두고 조상의 묘를 찾아 벌초에 나섰다가 말벌에 쏘여 숨지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말벌 주의보'가 내려졌다.

이로 인해 이같은 현상이 예초기를 사용함으로써 벌들이 내는 소리를 듣지 못해 발생하는 것도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번달 1일까지 주말 동안 전국에서 3명이 벌초를 하던 중 말벌에 쏘여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8~9월에는 말벌 개체수가 증가하는 동시에 움직임 또한 활발해 주의가 각별히 요구되는 시기다.

최원영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연구관은 "평소 벌집 하나에 몇십 마리씩 있던 말벌들이 요즘 시기에는 몇백마리로 늘어난다"며 "땅벌의 경우 1000마리 이상이 한 집에 모여 사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토종 말벌류는 9종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 벌초 시기에 가장 주의해야 할 벌들은 참땅벌을 포함한 땅벌류와 장수말벌, 쌍살벌 등 3종류다. 땅벌류나 장수말벌은 돌축대·돌무더기 사이 땅 속에 집을 지으며 쌍살벌류의 경우 풀이나 작은 관목 사이에 집을 지어 벌초객들과 만나기 쉽다.

이들 벌은 보통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에 집을 짓지만 벌초 시기가 되면 풀을 베는 사람들과 조우하기 십상이고, 벌들은 벌집 근처로 오는 사람들에게 날개를 퍼덕이며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주의를 준다.

문제는 이 같은 경고음을 대부분의 벌초객들이 간과하기 쉽다는 점이다. 굉음을 내는 예초기의 모터 소리 때문이다.

때문에 벌초를 하기 전 대상 지역에 말벌집이 있는 지 여부를 미리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사람이 접근하지 않은 초목이나 나무 근처를 나뭇가지로 미리 찔러보면 말벌집이 있을 경우 경고음을 접할 수 있다. 이 때는 접근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또 물릴 때를 대비한 대책도 중요하다. 방충망이나 긴 옷을 입어 말벌이 공격하는 것을 막는 게 좋다. 다만 일반 꿀벌과 달리 말벌은 턱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두꺼운 소재의 방충망과 옷, 그리고 파고 들 틈이 없는 옷이 좋다고 최 연구관은 언급했다.

설령 물리게 될 경우에는 당장 자리를 피하는 게 최우선이란 점도 덧붙였다.

최 연구관은 "말벌독의 경우 꿀벌과 달리 알칼리 성분인 경우도 있어서 식초나 얼음찜질 등의 임시 방편이 도움될 경우도 있다"며 그러나 "말벌에 쏘이면 빨리 그 지역을 벗어나 병원에 가 응급 처치를 받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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