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대책위 건강조사 결과 백혈병 3명, 재생불량성빈혈 1명 확인돼

 

고엽제 매립 의혹이 제기된 경북 왜관읍 캠프캐럴 인근마을에서 4건의 조혈기계 악성질환사례가 확인됐다.

고엽제 대책회의는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캠프캐럴 인근마을인 왜관리와 매원리 지역주민 58명을 대상으로 주민건강조사를 벌인 결과, 고엽제 매립 의심지역 41구역과 헬기장 인근에서만 백혈병과 재생불량성 빈혈 등 4건의 사례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전문가 5명이 7월13일부터 15일까지 주민 설문면접을 실시한 결과로 특히 백혈병은 한미공동조사단의 중간조사결과 발표에서 지하수와 토양 모두 기준치를 초과 검출됐던 휘발성유기화합물과의 연관성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결과가 캠프캐럴 내부 오염과 연계됐을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주영수 한림대 의대교수는 "백혈병의 발병확률은 20만분의 1수준에 불과한데 거주민이 몇십명인 마을에서 3명의 환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캠프캐럴 위험요인들에 의한 관련성을 따져볼 중요한 소견"이라며 "최근 20년 동안 왜관읍 사망원인 분석과 국립암센터의 암 등록자료 분석 등 충분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조사 결과 조혈기계 악성질환 사례뿐 아니라 총 9건의 고형암 사례가 수집됐다.

고형암은 캠프캐럴 오염과 직접적 연관성이 없는 일반적 암이지만 9건 모두 올 해 사망자이거나 생존자의 경우로, 높은 암발생률에서 캠프캐럴의 영향 여부를 판단해 볼 필요가 있는 ‘유의미한 자료’라는 평가다.

한편 고엽제대책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캠프캐럴 오염도 조사의 우선순위를 전체적으로 다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엽제나 다이옥신의 용해도와 이동속도를 고려해 기지 내부의 경우 고엽제, 유기용제, 유류 순으로, 기지 밖은 유기용제, 유류, 중금속 다이옥신의 순으로 오염도 조사와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지 밖의 조사결과는 고엽제 매립여부 확인이 큰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드럼통이 다른 장소로 옮겨졌을 경우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 고엽제 매립이후 오염정화 행위가 있었거나 조사 전 내린 비로 인해 영향을 받았을 경우 등도 고려해 직접적인 토양조사와 반복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구경북녹색엽합도 캠프캐럴 인근 주민변지역의 주민역학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구경북녹색연합은 "17일 고엽제대책회의 진상조사단을 통해 발표된 캠프캐럴 인근 주민역학조사 결과는 '캠프캐럴의 위협요인이 주민들의 건강에 작용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 "캠프캐럴 인근 3곳의 지하수 조사지역과 정부가 조사하지 않은 석전리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 등 기준치를 초과한 발암물질이 검출된 것은 그동안 기지 외부는 문제없다고 주장해온 주한미군의 입장이 잘못됐음을 밝히는 단서"라고 지적했다.

대구경북녹색연합은 이어 “정부가 아직 구체적인 주민역학조사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고, 한미공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역학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으로 3개월째 시간만 보내고 있다”며, “하루빨리 주한미군의 동의가 필요 없는 캠프캐럴 주변지역에 대한 주민역학조사를 실시해 심각한 환경오염문제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캠프캐럴 인근 주민들의 주민건강영향조사를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현재 정부는 주민건강영향조사실시를 위해 기초통계조사, 문진표 작성 등 사전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객관성 확보를 위해 관계전문가와 지자체의 참여하에 주민건강영향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이번 고엽제대책회의의 캠프캐럴 지역주민의 건강실태 조사결과는 왜관읍 주민 58명에 대한 기초 설문조사 결과로 기본적으로 오염노출과 유발질환과의 인과관계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분석이 필요하다”며 “지역주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적 가치로 삼고 기지 주변과 추가 의혹지역에 대해서도 조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환경부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캠프케럴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방법과 일정은 한미공동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결정할 계획으로 알려져 고엽제대책회의의 ‘빠른 건강조사 요구’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순영 기자 binia@eco-tv.co.kr


[관련기사]
"고엽제 매립위치 정확히 지목 가능"
국회간담회 질의답변 전문
"진실 밝히고 한국인에 사과하고 싶어"
하우스 방한…행보에 관심 쏠려
캠프캐럴 40개 지역 토양시추조사 합의
독성물질 조사로 목표 조정해야
캠프캐럴 중간조사 공동발표문 전문
중간조사결과 발표 문답
캠프캐럴 "이상 징후 발견됐다"
캠프캐럴 중간발표에 촉각




binia@eco-tv.co.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