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재 스핀즈이노베이션 전략기획부장

▲ 오승재 스핀즈이노베이션 전략기획부장

 

지난 8월8일 오후 2시. 과천 수자원공사 대회의실이 낯선 손님들로 때 아니게 북적댔다. 모두 싱크대일체형의 가정용 음식물처리기 인증 업체 대표들과 임원, 관계자들이다.

앞서 환경부는 인증 받은 음식물처리기 업체들에게 주방용오물분쇄기 불법 유통 근절을 위한 간담회 참석을 이례적으로 요청했었다. 일환으로 이래저래 할 말 많은 업체들로서는 한 여름 폭염에도 불구하고 마다할 자리가 아니었을 게다. 필자 역시 관련 업체 담당자로서 시장에 대한 정부의 생각과 타 업체들의 생각이 몹시 궁금하던 차 참석했다.

이윽고 간담회가 시작되고 회의실을 가득 메운 70여 명의 눈과 귀가 환경부 담당자의 입에 쏠렸다. 이날 간담회 목적과 요지는 간단하다. 싱크대에 환경부가 인증하지 않은, 또는 인증 받은 제품이더라도 판매과정에서 불법 개조된 디스포저(오물분쇄기)를 설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근절책을 함께 논의해보자는 것.

사실 환경부 입장에서는 그간 대대적인 단속과 계도 및 홍보 활동에도 불구하고 암암리에 제조 및 유통되는 제품들로 골머리를 앓았을 터. 이에 인증 업체들이 솔선수범하여 정부 정책을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시장질서 확립에 동참해 주길 바라는 눈치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공감했고, 이 같은 자리를 마련해 준 것에 박수를 쳤다.

다만, 환경부 담당자의 브리핑이 끝나자 이 날 주제와는 사뭇 다른 논쟁이 이어졌다. 바로 인증제품 외에 불법 디스포저의 '제한적 허용' 범위와 타당성 문제였다. 왜 불법 디스포저 사용을 규제하면서도, 한편으론 '제한적 허용' 검토라는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지, 국내 하수관거 환경에 부적합함을 인정하면서도 왜 뒷문은 열어주냐는 볼멘 소리다.

한 업체 담당자의 발언이 인상적이다. 선생님이 내준 숙제를 열심히 해 온 친구가 있고, 한편에는 숙제는커녕 수업조차 불참한 친구가 있는데, 나중에 선생님이 전자든 후자든 똑같이 대한다면 이게 과연 타당한가라는 논리다. 정부 정책이면 흔들리지 말고 방향성을 명확히 해 달라는 뼈있는 당부다.

정부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그것이 계도 및 홍보 활동의 힘이든 언론 보도의 힘이든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시행이 본격화된 1~2개월 사이에 소비자도 음식물처리기 사용에 있어 무엇이 합법인지 불법인지에 대한 판단력도 커졌다.

정부가 정책을 정하고 시행했다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합법이 불법이 되어서는 안 된다. 또 편법이 합법이 되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숙제를 잘 해온 친구에겐 칭찬이 필요하고, 숙제를 안 한 친구에겐 응당 대가가 필요한 것이 상식이다. 음식물쓰레기 종량제의 조속한 시장 정착을 위해서라도 환경정책에 기반한 음식물처리기 사용에 대한 정부의 뚝심 있고 소신 있는 행정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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