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7월 18일에 제돌이(수)와 춘삼이(암)라 불리었던 남방큰돌고래 두 마리가 그들의 고향인 제주 야생 바다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에 앞서 6월 22일에 야생적응 훈련 중이던 삼팔이(암. D-38)가 뚫린 그물 사이로 바다로 나갔다가 27일에 야생의 무리와 합류한 것이 발견된 바 있다. 드넓은 바다를 누비며 신선한 오징어와 물고기를 잡아먹고 살던 중 어느 날 갑자기 육지로 잡혀와 4년 동안을, 시끄러운 공연장에서 죽은 생선이라도 얻어먹기 위해 쇼를 하며 살아야 했던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었다.

돌고래 풀어주기 운동을 할 때에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했다. 오랫동안 사람이 길들인 동물인데 잘 살 수 있을까? 그러나 그러한 걱정은 인간중심적 생각이었다는 것이 삼팔이에 의해 먼저 증명되었다.

6월 22일, 성산항 방파재 안쪽에 마련된 임시훈련장 가두리에서 이탈한 삼팔이는 항구에서 출항하는 배를 따라 '선수파타기'를 하며 바다로 나갔다. '선수파타기'란 돌고래가 운항하는 뱃머리가 일으키는 파도를 따라 유영하는 것으로써, 돌고래들이 배가 운항할 때 발생하는 물살의 힘에 의지해 유영을 즐기는 것이다. 이는 공연장 수족관에서는 전혀 할 수 없는 행동이다. 삼팔이가 수족관 생활을 벗어난 4년 만에 출항하는 배를 따라 선수파타기를 하며 야생으로 돌아갔으니, 동물의 야생성이 그리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제돌이와 춘삼이는 김녕 훈련장에서 나간 즉시 각각 따로 움직였다. 그러면서 서쪽 방향으로 간 것이 아니라, 두 마리 모두 다 그들이 2~3개월을 살았던 성산항 임시훈련장 방향으로 갔다. 야생에 내디딘 첫 걸음을 자신들이 익숙하게 느껴질 곳으로 먼저 갔으니, 동물의 본능을 인간이 어찌 감히 안다 할 수 있을까.

7월 말 현재 제돌이와 춘삼이는 야생적응 훈련장이었던 김녕 목지섬과 임시훈련장이 있었던 성산항 인근의 우도 사이에서 머물고 있다. 춘삼이는 때마침 지나던 3마리의 야생무리와 합류한 것이 발견되었고 제돌이는 아직 우도 근처에서 머물고 있다. 남방큰돌고래 무리들이 이 지역을 지나는 시점에서 제돌이도 무리에 합류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람들이 또 말했었다. 그 위험한 야생으로 돌아가느니 수족관에서 주는 고기를 먹으며 안전하게 사는 것이 낫지 않느냐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전시되는 것은 동물을 사랑하는 교육적 효과도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니겠느냐는 셈을 내밀었다. 과연 그럴까?

실제 수족관에서 사는 돌고래들보다 야생에서 사는 돌고래들의 생존률이 더 높다. 돌고래 전시반대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2012년 한 해에만 해도 전국의 수족관에 있는 공연 돌고래 27마리 중 3마리 이상이 죽었다. 수족관 돌고래들은 생존을 위해 공연을 한다. 군중들 앞에 서는 순간 그들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먹이 보상에 의한 것이다. 훈련사의 지시에 따른 움직임을 해야만 죽은 생선 조각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다. 배가 부르면 훈련사의 말을 듣지 않으니 쇼를 대기하는 동안은 굶을 수밖에 없다. 우리의 어린 아이들은 돌고래 쇼를 보면서 동물사랑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의 호기심과 기쁨을 위해 약자를 착취하는 것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져가는 것이다.

영화 'THE COVE'의 주인공이며 돌고래해방운동가인 ‘릭 오배리’의 말을 인용해본다. '일본에는 51개의 돌고래 수족관이 있고 그만큼 일본 국민 대부분이 돌고래쇼를 본 경험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전세계적인 비난을 받는 잔인한 돌고래 사냥을 하는 나라이다. 이것은 돌고래쇼가 교육적이라는 것과는 한참 다른 현실이다. 수족관의 돌고래들에게 요구하는 행위는 결코 생태적이지도 않고 동물을 존중하는 태도가 아니니, 어린이들에게 비교육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뿐이다.'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가 야생 적응에 성공한 것으로 보려면 최소한 석달 이상은 살펴봐야 한다. 사실 먹이사냥 행위에 문제만 없다면 야생에 적응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만약 그 어떤 사태가 난다 할지라도 그들이 비릿한 고향 내음을 느끼며 긴 숨 들이키고 고향의 품에 안겨 생을 마감하는 것이 결코 나쁜 선택은 아니다.

영화 '프리윌리'의 주인공 범고래 '케이코'가 미국에서 아이슬란드 고향 바다로 돌아간 후 1년 만에 폐렴으로 죽은 사건을 두고 일부 언론들이 종종 실패 사례로 인용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야생으로 돌아간 동물이 인간에게 먹이 구걸을 하지 않으면서 1년이나 생존했다면 이것은 성공한 사례로 봐야 한다. 야생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변수는 그들 생태에 의한 것이다. 인간이 동물 생태까지 조절하며 관여할 수도 없거니와 그래서도 안 된다.

우리가 바다로 돌려보낸 3마리에 대한 걱정과 관심은 다시는 그런 일들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에 모아져야 한다. 퍼시픽랜드에서 4마리의 돌고래가 몰수되었지만 그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퍼시픽랜드는 일본에서 2마리를 사 들였고, 그들은 야생에서 잡혀와 비좁은 수조관에서 살게 되었다. 거제시에서는 외국자본을 끌어와 대규모 수족관을 건설하고 있다. 우리는 맥쿼리가 투자한 거가대교를 1만원을 지불하고 지나서, 싱가폴 자본을 들여와 아시아 최대라고 자랑하는 거제 씨월드에서 어린아이들과 그 부모의 호주머니 돈을 지불하며 돌고래 수족관을 성장시키려는 기로에 서 있다. 동물과 사람이 모두 상생하는 삶을 고민하고 선택해야 한다.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에게 더 위험한 것은 바다에 널려있는 어망이다. 어망에 다시 걸렸을 때를 대비해 제주 어민들에게 홍보를 해야 하고 어망에 걸린 고래를 풀어주는 어민에게는 보상을 해줘야 한다. 또 춘삼이와 삼팔이는 바다로 돌아갔지만 퍼시픽랜드에서 함께 몰수된 태산이와 복순이는 아직 서울대공원에서 보호 관리 중이다. 이 둘도 다시 바다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하고 국민적 관심도 모아져야 한다.

춘삼이와 삼팔이의 경우, 정부가 방류 비용 부담을 거절해서 동물자유연대에서 방류 비용 보증을 하고 방류 절차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정부가 멸종이 우려되어 보호생물로 지정한 남방큰돌고래인데 복순이와 태산이의 방류마저도 국민들에게 미루지 말고 적극 나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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