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심상정 의원(정의당)

▲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

 

방기곡경(旁岐曲逕). '바른 길을 좇아서 정당하고 순탄하게 일을 추진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함'을 비유한 말이다. 지난 2009년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하기도 했던 이 말은 국민의 반대를 외면한 채 무리하게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역리(逆理)를 지적한 것이다.

그리고 그 역리는 올해 7월10일 감사원에 의해 최종 확인되었다.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이 실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임을 밝혔다. 국민적 반대에 부딪혀 스스로 폐기를 선언했던 대운하 사업을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추진한 것이다. 이미 공식적으로 22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이 투입됐고, 매년 2000억원에 달하는 유지관리비를 지불해야 하는 4대강 사업이 '단군 이래 최대의 대국민 사기극'이었음을 감사원이 최종 확인해준 셈이다.

그런데 이번 감사원의 결과가 마치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태도는 영 마뜩찮다. 국민들은 멀쩡히 흐르는 강을 가로막고 시멘트를 들이부을 때부터 4대강 사업이 하천을 살리는 사업이 아니라 죽이는 사업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국민들은 용수를 확보한답시고 강바닥을 6미터나 파헤쳐 골재를 쌓아올릴 때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아직도 대운하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국민들은 이 모든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는데, 집권여당으로서 함께 국정을 운영한 새누리당과 그 얼굴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이제 와서 짐짓 놀란 채 하는 것은 무책임하기 그지없는 태도다.
 
박근혜 정부는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란을 종식시키고, 민심을 받아 안아야 하는 책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역행침식으로 강변은 파헤쳐지고, 제방과 다리가 붕괴되는 재앙, 그리고 지하수 변동으로 농지가 습지가 되고, 습지는 메말라가는 이 역리를 본 국민의 민심은 이미 복원으로 향하고 있다.

민심의 순리, 자연의 순리를 거역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도 얼마 전 “무리하게 추진돼 국민 혈세가 들어간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만큼 이에 상응하는 조치로 다음의 세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여전히 진행 중인 4대강 사업, 아니 대운하 관련 사업 일체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친수구역개발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부산에코델타시티사업'과 '구리월드디자인시티사업'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지난 6월 국회 당시 외국인투자촉진법까지 개정해가며 이 두 사업을 추진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다행히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부결되어 사업 추진이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박근혜 정부는 하천 생태계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아무런 수익성도 기대할 수 없는 이 두 가지 대규모 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역리를 멈추는 첫걸음이다.

둘째, 감사원 감사결과 4대강 사업이 국민이 반대한 대운하 사업을 염두에 두었고, 건설사 담합의 빌미까지 제공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사업과 관련해 훈장 등 포상을 받은 1152명의 인사들에 대한 서훈을 취소해야 한다. 아울러 4대강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건설사 담합에 대한 철저한 검찰 조사를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한다. 이때 사업 최고책임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역시 회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순리의 방향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셋째, 감사원의 감사보고와 환경부의 4대강 수생태계변화연구 등을 통해서 4대강 사업 평가는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구성조차 지지부진한 국무총리 산하 '4대강 사업 조사 및 평가위원회'는 종결짓고, 국회와 시민사회, 전문가, 그리고 필요하다면 외국의 전문기관까지도 참여하는 '4대강 검증과 복원을 위한 국민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민심을 따르는 첫걸음이다.

파괴된 4대강의 복원은 현 정부와 전 정부 간의 갈등과 같은 정략적인 이유로 미룰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강을 거꾸로 흐르게 할 수 없듯, 방기곡경의 역리를 되돌리는 것 또한 거스를 수 없는 민심의 순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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