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정부 부처의 '제 식구 챙기기' 구태로 인해 한동안 중단됐던 공공기관장 인선이 재개됐다. 정부(청와대)가 지난달 공공기관장 후보 검증을 원점에서 다시 철저하게 하겠다고 밝힌 뒤 40여일만이다. 산하 기관장 자리가 해당 부처의 점유물인양 착각하지 말라는 '엄명'이 각 부처에 하달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신호탄'은 지난 23일 선임된 장석효 한국가스공사 사장. 비단 인선 재개 뿐 아니라, '바뀐 분위기'를 확실하게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장 사장의 사례는 신호탄이라 부르기에 충분하다. 장사장의 선임을 보고 이제야 분위기를 확실하게 알았다는 전언도 있다.

사실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장 인선을 지켜보면서 가장 진노한 대표적인 사례는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선임이었다는 게 관가의 정설이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에너지이용 합리화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이산화탄소배출을 저감시키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1980년에 설립됐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일부 업무를 위탁받아 집행하는 준정부기관이며, 약 480명의 임직원이 2012년 기준 한 해 6,700억원의 예산을 주무른다.

이런 목적성과 업무의 중요도 및 예산규모에 맞게 그동안 에너지관리공단의 이사장은 '중량급' 전문가들이 맡아왔다. 전임 허증수 이사장은 교수 출신으로서 외부 전문가였고, 그전에 이태용 이사장은 산업부 실장과 특허청 차장을 역임했다. 특히 이태용 전 이사장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산업부 출신 관료가 선임되는 경우에는 통상 실장급(1급)의 '몫'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변종립 신임 이사장은 지역경제국장(2급)을 하다가 지난 5월에 이사장 후보 공모에 참여했다. 역대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들의 면면과 비교할 때 다소 무게감과 전문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변 국장이 공모에 참여하자 내외에서 말이 무성했다.
 
당시 내부 승진인사에서 밀린 변 국장의 자리를 봐주기 위해 산업부가 적극적으로 밀고 있다는 게 정설이었고, 세간의 예상대로 변 국장이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정치인들이 낙하산으로 공공기관장 자리를 차고 앉는 것을 막아줬더니, 정부 부처가 제 식구 챙기기에 정신이 없다"는 '불호령'을 산 대표적인 사례가 된 것이다.

우리가 이번에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의 선임에 눈길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이런 사례가 되풀이 될수록 우리의 미래는 점점 어두워지기 때문이다. 내부 승진에서 누락되면 산하 기관장 자리를 차지하고 내려오고, 이 자리에서 임기가 다 되면 다른 자리로 옮기는 구태가 반복되는 한 특정 부처의 고위직은 '철밥통 중에 철밥통'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며,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의 몫으로 돌아온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절약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기후변화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일은 현 정부의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특히 이전 MB정부와는 달리 다소 차분하게 환경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현 정부로서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효율 제고 등을 위해 필요한 정책적 수단을 다각도로 강구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이 수행해야 할 사업과 임무가 그만큼 무겁다는 뜻이다. 그 자리가 바로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직이다.

그런데 바로 그런 자리가 '특정인 봐주기용'으로 전락한 것이다.

수장이 바뀌게 될 공공기관장 자리가 아직 많다. 여기저기서 내정설도 흘러나오고 '기싸움' 또한 치열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선임과 같은 사례가 절대로 되풀이 되서는 안된다. 그래서는 박근혜정부가 추구하는 지속가능발전은 점점 멀어질 뿐이다. <2013.7.25.>

mazinger@eco-tv.co.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