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창 서울대학교 글로벌환경경영학 전공 교수

 ▲윤여창 서울대학교 글로벌환경경영학 전공 교수

 

전기가 부족하다고 한다. 전기를 물 쓰듯 하던 우리에게 정부는 이제는 아껴 쓰지 않으면 발전소가 예고 없이 무너져 온 나라가 전기를 쓸 수 없어 도시가 마비될 수 있다고 하면서 국민들의 전기소비절약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책임은 전기소비증가를 방조한 정부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시민들도 책임을 함께 나누어야 하지 않을까?

전기가 많이 들도록 설계된 시청 청사를 짓게 방조한 책임, 에너지가 새어나가도록 허술하게 지은 집에서 살림을 차린 책임, 더운 공기를 머금고 시원한 그늘을 주는 숲을 죄다 베어내고 그 자리에 집을 짓고 길을 만들어 버리게 방조한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우리가 사는 동네마다 숲이 남아 있었다면 요즘처럼 더운 열대야를 경험하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농경지를 갈아엎거나 숲을 베어내고 그 자리에 아파트를 지은 서울 상계동의 여름철 기온이 남산의 숲 속의 기온보다 섭씨 9도나 높다고 한다. 몸이 아픈 사람이나 노인들에게는 참으로 위험한 여름이 되었다. 나무를 더 많이 심어 숲을 더 많이 만든다면 여름철 열대야를 이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고 도시 가구와 상업용 건물의 전기요금이 많이 절약될 것이다.

지구의 숲은 원래 60억ha에 달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그 중에 절반이 없어졌다. 숲이 없어지면 지구는 뜨거워진다. 왜냐하면 숲이 머금고 있던 탄소는 산화되어  이산화탄소가 되는데 이는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지면 대기온도가 상승하고 높아진 대기 온도는 빙하를가 녹아내리게 하여 해수면을 증가시키는데 일조한다.

기후변화전문가집단 IPCC는 현재 진행되는 산림파괴의 속도를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 현재 배출되는 전체 온실가스량의 17%가 숲의 파괴로 인해서 라고 보고하였다. 1990년대 이후 북한의 숲이 파괴되는 속도는 매년 약 10만ha 이상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숲이 사라지는 나라이다. 숲이 사라지면 그 속에 사는 생명들은 물론이거니와 그 주위에 사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의 기반이 파괴된다.

특히 1000년 이상의 긴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영양이 풍부한 산림토양과 숲 속의 유기물이 한 여름의 집중호우에 휩쓸려 바다로 내려가 버린다. 숲이 만들어준 비옥한 토양과 유기물은 우리 민족이 앞으로 긴 세월 살아가야하는 밑바탕이기에 한민족의 공유자산이 아닐 수 없다. 민족의 공유자산인 북한의 숲이 파괴되는 것은 시급히 대응해야 할 민족의 과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숲이 없어지는 것은 다른 나라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이곳저곳에서 숲이 사라지고 있다. 특히 마을이 새로 들어서는 곳에, 마을이 확장되는 곳에 서 있던 숲이 파괴되고 있다. 천년의 역사를 가진 마을숲이 사라지고 있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제강점기에 조사된 마을숲 88개소 가운데 40%만이 정상적으로 보전되어 있고 나머지는 없어지거나 없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들 마을숲은 마을의 문화유산인 동시에 마을사람들의 생태복지서비스의 중요한 축이다. 오래 전부터 우리조상들은 마을의 안위를 위하여 나무에 의지하였고 마을 한켠 빈곳에, 그리고 허한 곳에 숲을 조성하여 마을의 안녕을 지켜왔다. 이렇게 만들어지고 오랜 세월 마을공동체가 지켜온 숲이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을의 숲이 없어지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다. 우선 마을 사람들에게 숲이 주는 함께 나눌 수 있는 생태서비스와 같은 보이지 않는 혜택보다 당장 손에 잡히는 소득이나 개인적 이익을 우선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공유자산으로 관리되던 것이 일제강점기에 도입된 마을숲의 국유화 또는 사유화로 인하여 마을공동체의 마을숲 관할권이 상실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또한 우리사회가 도시화되고 서구화되면서 공동선을 추구하기 보다는 개인주의로 흐르는 세태가 작용하기도 한다고 생각된다.

마을공동체가 소유권을 읍·면의 장에게 위임하였던 공유산림을 최근 지자체 단체가 팔아버리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전라북도 남원시가 처분한 인월마을의 마을숲을 이 마을공동체가 자체적으로 모은 동네자금으로 사들인 사례에서 우리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공유자산인 마을숲을 소홀히 관리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마을숲은 마을사람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다. 마을숲이 잘 보전되면 그 마을을 지나는 사람들이나 새와 곤충들에게 쉼터가 되고 양식을 제공함으로써 국가 전체의 생물다양성을 높여주기도 한다. 이뿐인가. 마을숲은 마을을 아름답게 하여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 도시민이 찾아가게 하여 농산어촌의 지역발전을 위한 자연문화자산이 되기도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보고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숲은 매년 216만원 어치의 생태서비스를 국민 한분 한분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국민은 숲을 지키는 사람들이 부담하는 비용을 충분히 보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주는 만큼 돌려주지 않는 고객에게 계속하여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태서비스 생산자를 기대할 수 있을까?

우리가 사는 도시에는 숲이 많이 부족하다. 농산어촌 마을에는 아직도 동네사람들이 직접 만들고 직접 관리하는 숲이 많이 남아 있다. 그런데 마을숲 소유권자와 이용자 사이의 이해갈등, 지역공동체의 와해, 숲이 주는 생태계 서비스 가치에 대한 이해부족, 토지개발수요의 증대 등으로 인하여 마을숲이 사라지고 있어 문제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문화전통을 가지고 있는 일본의 경우 마을뒷산을 잘 가꾸어 자연환경을 보전하자는 사회인식이 확산되고 정부가 적극 이를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 이를 통해 배울 점이 있다.

내년 10월에 강원도 평창군에서 유엔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를 개최한다. 이때 세계 각국의 정부대표와 자연보전전문가들이 우리나라에 올 것이다. 우리는 1000년 전에부터 만들어져 지금까지 지켜 내려온 아름다운 마을숲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전국에 1000여 마을에 있는 마을숲을 앞으로 올 1000년 동안 지켜나갈 수 있는 마을숲 관리체제를 구축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마을공동체를 구성하는 구성원이 주체가 되는 거버넌스 체제가 조성되고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제도화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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