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경산업기술원, 도시 생태계 회복 위한 기술로 '투수블록' 개발했다 밝혀
밀집한 인구와 각종 인공 시설물, 과밀한 통행 등으로 발생하는 도시의 '열섬 현상'을 일정 부분 예방할 수 있는 보도블록이 개발됐다. 도시의 온도를 1도 낮출 수 있는 이 기술은 또한 도심 홍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환경부 차세대 에코이노베이션 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개발한 투수블록(빗물이 블록 아래로 내려가 도로 침수를 예방하는 블록)을 11일 발표했다.
'틈새블록'으로 이름 지어진 이 투수블록은 환경부와 생태계적응관리기술개발연구단(단장 이동근 서울대 교수)이 37억원의 R&D 예산을 투자, 2011년부터 개발해 온 기술이다. 녹색기술인증과 신기술(NET) 인증을 통해 검증 과정도 거쳤다.
이 기술은 인조화강석을 사용, 블록의 표면에 뚫린 미세한 구멍으로 물이 스며드는 기존 투수블록과 달리 블록 옆 커다란 틈새로 물이 스며들게끔 돼 있다. 그러다보니 120㎜가량의 물이 스며드는 데 약 1분55초 정도 걸리는 기존 투수블록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물이 블록 옆으로 빠진다.
소위 '물폭탄' 현상이 빈번한 요즘 물 흡수성이 좋은 투수블록은 그 자체만으로도 보행자들이 불편을 덜 겪는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더 큰 장점은 이렇게 아래로 흘러 내린 물들이 지하에 저장돼 도시의 온도를 낮춘다는 점이다.
기술원에 따르면 현재 서울 구로구, 광진구와 경기 성남시 등에 시범 설치된 틈새블록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 평균 온도를 1도 정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개발자 중 한 명인 최경영 에코탑 대표는 "틈새블록 아래 깔아 놓은 잡석, 자갈, 부직포 등을 사용한 15㎝ 두께의 하단이 물을 흡수해 저장한다"며 "이렇게 저장된 물은 맑은 날씨에서 증발하며 도시 온도를 낮추는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장마철 도심 홍수 예방에도 일정 부분 기여가 가능하다. 틈새블록을 통해 저장할 수 있는 빗물 용량은 70㎜ 정도다. 즉 그 이상 비가 내리더라도 수용 용량만큼은 상쇄가 가능하단 얘기다.
지속성 면에서도 비교 우위에 있다. 기존 투수블록의 경우 일정 시간이 지나면 미세한 구멍이 막히면서 투수력이 떨어지거나 아예 제 기능을 상실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반면 틈새로 물이 새는 이 제품은 틈이 넓고 대부분 자연적으로 이물질이 빠져 5년 이상의 지속성이 있다는 게 기술원과 개발자들의 설명이다.
단가 역시 기존 투수블록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보니 해외 수주도 벌써 진행 중이다. 현재 브라질 인터시티와 중국 베이징 인근 신도시에 기술이 수출된 상태다.
다만 대규모 실증 사례가 없다는 점은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시뮬레이션에서 보여 준 도시 온도 저하와 홍수 예방 효과 등을 실증하려면 세종시와 같은 대규모 신도시에 기술을 접목해 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기술원 관계자는 "이번에 개발된 투수블록이 도심 물난리 피해를 예방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며 "세종시나 충남 홍성 내포신도시 등 현재 전국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신도시에 우선적으로 적용해 보는 것도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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