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살아남은 자의 멈추지 않는 눈물, 누가 닦아줄 것인가
[칼럼]살아남은 자의 멈추지 않는 눈물, 누가 닦아줄 것인가
  • 환경TV
  • 승인 2013.07.0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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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상민 의원(새누리당)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

 

"평화롭던 어느 날 사랑하는 아내가 갑작스런 호흡 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에 실려 갔다. 병원에서는 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했지만 아내는 계속 괴로워했고 결국 중환자실로 옮겨갔다. 폐가 엄청나게 손상되어 이식이 필요하다고 하기에 가족들의 폐를 검사했다. 결과를 기다리던 중 아내는 기어코 세상을 떠났다. 병원에 들어간 지 고작 7일 만에 뱃속의 아기와 함께…슬픔과 충격이 회복되기도 전에 뉴스를 접했다. 미확인 바이러스 폐질환의 원인이 가습기살균제라는 내용이었다. 감기 증상이 있다고 한 아내를 위해 가습기를 더 틀어줬던 기억이 떠오른다. 임신 중인 아내에게 가습기를 권했던 나 자신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위의 내용은 언론매체 프레시안 기사에서 발췌한 안성우씨의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해 본 것이다. 이는 비단 단 하나의 사례에 그치는 사건이 아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접수된 폐손상 의심사례가 394건, 그 중 사망만 120건이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더 청결한 공기를 제공하기 위해 살균제를 사용한 것뿐이었는데 그 결과는 죽음으로 돌아왔다.

인체에 전혀 해가 없다는 업체 말만 믿었는데…

가습기살균제는 1997년 국내 회사가 개발하면서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다. 당시 업체는 "독성실험 결과 인체에 전혀 해가 없다"고 밝혔고, 국내 기업이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신문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은 가습기살균제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되었다. 게다가 일부 가습기 살균제에는 기술표준원으로부터 받은 국가통합인증(KC) 마크가 붙어 있어 소비자들은 가습기살균제를 아무 의심 없이 사용해 왔다. 그런데 이러한 참변이 연이어 발생한 것이다.

철면피 제조업체, 안일한 정부… 피해자는 갈 곳이 없다

그런데 대량 살상 가습기살균제를 공급한 제조업체들은 어떠한 사과의 한 마디도 없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저 소송이 진행 중이니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기다려 달란다. 피해자의 문의가 쇄도하자 소비자의 건강을 해칠 의도가 없었다는 입장을 말할 뿐이다. 심지어 아예 문을 닫아버려 소송을 제기할 업체가 사라진 곳도 있다. 가습기살균제 관련 매출액이 4억6000만원인 해외업체 옥시레킷벤키저는 법적 미비를 이용해 한국에서만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여기에 환경부 장관까지 가세하여 '제조업자가 제조물 공급 당시 과학기술수준으로 결함을 알 수 없었을 때에는 책임이 면책되는 조항이 있다'면서 기업을 방어하고 나섰다. 또 국민의 세금인 국고지원으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게 무리가 있다며 정부재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도와야 한단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이제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정부는 이처럼 가습기살균제의 안전성을 미리 확인하지 못한 큰 과실을 범했음에도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해 안일한 모습만 보이고 있다. 2011년 8월 원인 미상의 폐손상 환자가 계속 발생하여 시작된 역학조사 결과 폐손상의 원인이 가습기살균제로 규명된 이후 취한 조치란 제품수거명령밖에 없다. 2012년 1월6일에는 국무조정실 회의를 열어 부처별 역할을 분담하고 10개월이 경과한 11월26일에는 차관회의를 열어 생활화학용품 안전관리를 환경부로 이관하기로 결정을 내리긴 했지만 실제로 이루어지는 조치는 사실상 없었다.

최근 6월에도 국무조정실 주관 관계부처 조정회의를 열었지만 손해배상소송이 진행 중이고 유사법률 양산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치료비 지원 등의 피해구제를 보류하자고 결론 내렸다. 환경부에 여러 번 문의를 해봐도 표명하는 의사는 2015년 1월1일 새로 제정된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어야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다는 것 뿐이다.

그런 정부가 며칠 전인 지난 1일 약 400여명의 폐손상 의심사례에 대한 판정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원인규명이 이루어진 지 약 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피해자에 대한 실태파악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법원에서는 소송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피해자들이 보상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유족과 피해자들은 정부마저 외면하는 힘겨운 싸움의 길을 외롭게 걸어가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정부에게 있어 가장 중대하고 큰 가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다. 이 일을 행정적 절차나 재정적 이유로 보류하고 미루는 것은 업무태만의 수준을 넘어 방관이고 방임이다. 최근 들어 불산사고 등 유해화학물질사고로 수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여 정치권뿐만 아니라 온 나라가 시끄러워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은 매우 분주하다. 정부뿐 아니라 민간 기업들도 정부와 함께 힘을 합하여 법과 시스템을 바꾸고 각종 기금과 국가재정을 확보하여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어떠한가? 이 사건은 그저 국가 인증 마크가 붙어있는 제품을 믿고 사용했을 뿐인 사람들이 120명이나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 끔찍한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해결하려는 정부의 의지나 태도는 어떠한가? 게다가 살상의 가해자였던 기업들의 뻔뻔한 태도는 분노로 치닫게 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독성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회사들에게 신속하고도 강력한 사법조치와 행정처분 그리고 유족을 위한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보상들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런 불행 중 조금은 다행스러운 출발이 시작되었는데, 얼마 전 환경부 상임위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보상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상정되었고 사실상 실제적인 피해자 구제조치가 마련되어 가고 있다. 또한 오는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차원에서 공청회도 진행된다. 너무 늦게 마련된 자리이지만 피해자와 관련 정부부처, 국회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행보가 시작되었다는 의미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피해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공청회 또는 고개 몇 번 끄덕여주고 눈물 몇 방울 흘려지는 형식적인 공청회로 끝나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국회에서 여야 모두가 결의한 그 뜻대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게 실제적으로 보상이 이루어지고 고통과 원통함을 위로하기 위하여 국회와 정부가 힘을 모으는 공청회가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부디 살아남은 자의 멈추지 않는 눈물이 닦아지고 억울하게 죽어간 많은 영혼들의 한이 풀어지는 마지막 날이 되길 간절히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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