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부산서 확인 후 서·북쪽으로 서식지 점차적으로 넓혀가
독성 강하고 적응력 좋아, 사회·경제적 피해 우려

▲ 건물벽에 붙어 있는 등검은말벌 둥지 = 제공 국립생물자원관

 

중국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외래종 '등검은말벌'이 빠르게 서식지를 넓혀가면서 관계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일반인들에 대한 피해뿐만 아니라 양봉 농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등검은말벌은 2003년 부산 영도 지역에서 최초로 발견됐다. 2㎝가량의 크기에 이름처럼 배와 등이 아무런 무늬 없이 새까만 게 특징이다.

26일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경상도 전역을 포함해 서쪽으로 지리산 일원, 북쪽으로 강원도 삼척까지 서식지를 넓힌 상태다.

중국 남부, 베트남, 인도와 같은 아열대 지역을 주 서식지로 하는 이 종은 다른 국내 고유종과 비교해 독성이 매우 강하며 환경 변화에도 적응력이 매우 좋다. 멀리는 프랑스까지도 해당 종에 의한 피해 사례가 나타날 정도다.

그러다 보니 국내의 도심 한 가운데에서 발생하는 말벌류 피해 사례에서도 그 비중을 넓혀가고 있다. 부산 금정구의 경우 2010년 한 해 동안 119구조대에 접수된 말벌류 피해 중 41%가 등검은말벌에 의한 피해다.

특히 이전에 도심지 말벌 피해의 주범격인 '왕바다리'와 달리 개체 수가 엄청나게 많아 더욱 큰 위협이 된다는 설명이다. 등검은말벌이 창궐하는 7~9월이 되면 벌집 1개 안에 적게는 수천, 많게는 수만마리의 말벌이 서식한다.

서홍렬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연구관은 "등검은말벌의 세력권은 20~30m 정도인데, 10m 이내로 접근할 경우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며 "피해를 받지 않으려면 가장 좋은 건 근처에 안 가는 것이고 접근하더라도 가급적 천천히 움직여 위협하지 않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피해는 일반인뿐만 아니라 양봉 농가에도 미치고 있다. 등검은말벌이 전문 '꿀벌포식자'이기 때문이다.

주로 나무 수액이나 꿀을 먹는 성충들은 꿀벌집 앞에서 꿀벌을 공격해 주식으로 삼는다. 꿀벌을 포함한 곤충들은 경단으로 만들어져 유충의 먹이로도 쓰인다.

이 같은 상황이지만 마뜩한 확산 방지책은 없는 상황이다. 현 시점에선 기존 말벌류 퇴치 방식과 마찬가지로 농약이나 불 등의 방법을 써서 퇴치하는 궁여지책이 전부다.

서홍렬 연구관은 "한 해 2000억~3000억원 규모인 양봉 시장과 관련 산업까지 포함하면 수조원에 이르는 시장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천적이 없어 확산이 빠른 만큼 생물학적 특징, 유전학적 특징과 확산 예측 등의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등검은말벌의 등장은 기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원관은 모두 9종으로 파악된 토착 말벌류 중 5종의 세력권이 약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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