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417mm 물폭탄..섬진강댐 수위 197.74m 건설 이후 최고치 기록, 범람위기 맞아 주민 대피령

 

9일 전북지역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2명이 숨지거나 실종되는 등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10일 전라북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9일 오후 6시40분께 정읍시 입암면 원천마을 뒷산이 무너지면서 이모(87·여)씨의 집을 덮쳐 이씨가 숨지고 아들 유모(45)씨가 부상했다.

앞서 이날 오후 2시40분께에는 임실군 성수면 성수산 휴양림에서 최모(27)씨가 몰던 승합차가 급류에 휩쓸려 최씨가 실종됐다.

오전 9시경에는 지리산 일대에 3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구례군 토지면 문수골 계곡에서 야영 중이던 김모(52)씨 등 피서객 6명이 불어난 계곡물에 고립됐다가 119에 구조되기도 했다.

9일에만 정읍에 417㎜ 등 전북 지역에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동진강 홍수 우려지역, 고창군 산사태 우려지역, 정읍 호우지역 5개 마을, 섬진강댐 하류지역 55개마을 등에서 총 6천여명의 주민들이 대피하기도 했다.

전북 임실의 섬진강 댐의 수위는 197.74m까지 올라가 한때 범람위기를 맞았다. 이 수위는 1965년 댐이 건설된 이후 최고치다.

하지만 10일 오전 6시30분 댐 수위가 195.95m로 내려감에 따라 인근 마을 회관 등으로 대피했던 순천, 광양, 구례 지역 주민 150여명 모두 귀가했다.

전남도재난본부 관계자는 "상황이 악화되지 않아 다행이지만 비가 계속 내리고 있어 지반이 많이 약해졌기 때문에 산 아래 거주 주민은 만일의 사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도로 유실과 농경지 침수 등 비피해도 잇따랐다.

정읍시 과교동 진산마을 앞 호남선철도 신태인-정읍 구간의 하행선 노반이 무너져 기차 운행이 중단됐고 국도 14곳과 지방도 13곳 등 29곳의 도로가 유실됐다.

4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정읍지역에서만 569가구가 침수되는 등 도내에서 모두 706가구가 침수 또는 파손됐고 농경지 1만3천831ha도 물에 잠겼다.

또 물이 불면서 전주시내 18곳의 언더패스(철도나 다른 도로의 아래를 지나는 도로)를 비롯해 모두 87곳의 도로와 지하차도의 교통이 통제됐다.

9일 오후 5시30분경 전북 정읍시 칠보면 시산리 시산교와 송산교가 폭우로 유실됐다.

칠보면사무소는 하천 수위가 다리를 넘어서면서 시산교 전체 70m 중 40m와 송산교 난간 일부가 유실됐으나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1시50분경 전남 장성군 북이면에서 전북 고창군으로 넘어가는 경계 지역 주변 지방도 일부 구간에 토사가 흘러내려 왕복 2차선이 전면 통제됐다.

장성군과 119구조대가 3시간째 복구작업을 하고 있지만 이 구간을 이용하는 차량들은 다른 지방도로 우회해서 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이에 앞서 오전 11시경 영광군 홍농읍 계마리 일대 도로와 창고건물 등이 물에 잠기는 등 이날 영광군에서만 21건의 침수피해가 접수됐다고 소방당국은 밝혔다.

또 오전 7시5분께는 전남 함평군 해보면 한 농협 창고에서 불이 나 천장과 나락 등을 태우고 꺼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낙뢰나 자체 전기적 요인 등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익산시는 10일 기상관측 이래 최대 시우량인 시간당 75mm의 비가 내리는 등 7월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평균 371mm의 집중호우가 내려 주택, 농경지 등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다행히 하수관거시설이 비교적 잘 구축돼 있고 침수방지 모래주머니와 양수기를 지원하는 등 시의 신속한 대처를 통해 수해 피해가 최소화 했다.

진출입로와 마당이 침수된 신흥동 광전자 사원아파트에는 농가보유 트랙터용 대형양수기를 동원해 펌핑작업을 하는 한편 7공수여단의 고무보트를 지원하고 가교를 설치해 진입로를 확보했다.

도심 피해뿐만 아니라 농촌에서도 피해가 잇따랐다. 10일 기준 용안 1230ha, 오산 1180ha 등 총 8168ha의 벼가 침수돼 24개소 배수 펌프장을 총 가동해 침수된 논의 물을 빼는 한편 향후 병해충 공동방제를 실시할 계획이다.



충청지역도 비피해를 입기는 마찬가지이다.

대전에서는 9일 오전 9시쯤부터 오정동~현암교 구간을 제외한 대전천 하상도로 전 구간이 폭우로 통제됐다.

대전 중구 문화동 충남대병원 앞 도로와 서구 갈마동 일대 도로가 한때 침수되기도 했다.



10일 새벽을 고비로 전북지역은 폭우가 잦아드는 추세다.

영산강 홍수통제소는 10일 오전 3시10분을 기해 정읍 동진강 신태인지점에 내려졌던 홍수경보를 홍수주의보로 대치 발령했다.

폭우가 그치면서 수위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해 현재 5.27m를 기록하는 등 정상을 되찾고 있다.

영산강 홍수통제소는 현재 추세를 이어간다면 오전 6시께 홍수주의보도 해제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만경강 대천지점의 홍수주의보는 이날 오전 1시10분을 기해 해제됐다.

또 구례읍과 문척면을 잇는 구(舊) 문척교(높이 3.5m)의 통행도 재개됐다.

대청댐은 10일 오전 7시부터 수문 6개를 통해 초당 1천500t씩 방류하고 있다.

금강 상류에 있는 용담댐도 이날 오전 5시부터 다시 초당 300t씩 방류하고 있다.

이날 오전 8시20분 현재 대청댐 수위는 74.4m로 상시 만수위인 76.5m까지 2.1m의 여유 수위를 두고 있다.

하지만 10일 역시 충청남북도남부, 경북북서 일부지방에 호우특보 발효중인 가운데 이 지역을 중심으로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20~50mm의 강한 비가 올 것으로 보여 피해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10일 오전 9시 부여 132.0mm, 추풍령 84.0mm, 대전 78.0m, 금산 37.5mm의 누적 강수량을 보이고 있다.

정순영 기자 binia@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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