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장하나 의원(민주당)

▲ 장하나 민주당 의원

 

가슴에 'V'자가 선명한 반달가슴곰들이 비좁은 철창 안에서 초점 없는 눈빛으로 하염없이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우리의 반달가슴곰은 끝없이 고개를 왼쪽 오른쪽으로 흔들며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 좁은 우리 안에서 영역다툼으로 귀를 잃은 곰, 다리를 잃은 곰들이 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

좁은 철창 안에는 그들의 배설물로 악취가 진동했고 사료통에는 사료가 아닌 잔반과 유통기한이 지나서 버려진 빵조각이 가득했다. 그들에게 숲에서 뛰놀며 신선한 먹이를 따먹을 수 있는 자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애초에 그들은 열 살이 되면 사람에게 웅담을 내어 준 채 도살 당할 숙명을 가지고 태어난 슬픈 운명의 국제적 멸종위기종 '대한민국의 사육곰'이다.

놀랍게도 슬픈 사육곰의 운명은 대한민국 정부에 의해 만들어졌다. 1981년 정부는 농가소득증대 사업의 하나로 '곰사육 정책'을 장려했다. 하지만 멸종위기에 처한 곰에 대한 국제적 보호여론이 높아지자 정부는 1985년 곰의 수출입을 금지했다. 재수출용도로 곰을 사육했던 농가가 판로를 잃고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자 정부는 1999년 24살 이상의 곰에 대한 도축을 허용했고, 2005년 10살 이상의 곰에 대한 도축과 웅담채취를 허용했다.

결과적으로 국제적멸종위기종이자 멸종위기의 야생동물인 곰(10년 이상)에 대한 웅담채취와 도살이 합법이란 이름 아래 이루어져 왔고, 정부는 사실상 실패한 정책인 곰사육정책을 30년간 방치해 온 것이다.

웅담에 대한 수요가 줄고 판로가 좁아지면서 일부 사육곰 농가에서는 몇 년간 곰에게 제대로 된 사료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고, 10년이 안 된 곰을 도축하거나 양도 및 판매한 후 새끼가 태어나면 신고하지 않았다가 대신 머리수를 채우는 불법까지 자행되고 있다. 농가의 경제적 어려움이 사육곰에 대한 학대로 이어지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정부는 사육곰 정책 실패에 손 놓고 있는 동시에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에 126억원을 쏟아부었다. 정부의 아이러니한 정책으로 한쪽에서는 사육곰이 웅담채취로 죽어가고 다른 한쪽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들인 반달가슴곰이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제 정부는 '사육곰 정책'이 완전히 실패한 정책임을 인정하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해야 할 때이다.

국내의 곰사육 정책은 지난 30년 동안 끊임없는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온 후진적 정책으로 시대의 흐름에 맞게 바로잡을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2012년 9월 제주 세계자연보전총회(WCC)는 웅담채취를 위한 곰사육 금지 결의안(Motion025)을 통과시킨 바 있다.

6월 국회에 상정된 '사육곰 관리를 위한 특별법'의 통과가 웅담채취를 위해 도살될 날만을 기다리는 998마리 사육곰들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이미 세계동물보호협회(WSPA),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베트남 자연교육회, 녹색연합, 카라, ACRES, 아시아동물재단, 프리더베어 등 국제단체에서는 이 특별법에 대한 지지성명을 보내왔다.

이제는 지난 30년간 이어온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사육곰역사를 반성하고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려야 한다. 사육곰정책 폐지에 대한 정부의 노력과 의지, 국회 내에서 초당적 협력, 국회 밖에서 국민적 관심으로 고통속에서 울부짖는 사육곰의 피눈물을 닦아 주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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