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지속적으로 있었던 문제…가시화 된 건 이번이 처음
현지 주민들 "산단에서 날라 온 쇳가루 성분 때문, 정밀 조사 필요해"

지난 11일 오후 8시쯤부터 30~40분간 여수시 율촌면 인근에 내린 원인불명의 '흑비(검은비)' 속에 쇳가루가 들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현지 주민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지난해부터 계속돼 온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13일 여수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현지에 내린 흑비를 자석으로 실험한 결과 쇳가루가 붙어 나왔다. 아직 정부당국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인근 산업단지의 영향이 의심된다는 주장이다.

여수환경운동연합 측은 "율촌면 소재지 주변에는 여수산단과 율촌산단, 광양산단, 해룡산단이 있다"며 "산업활동에 기인한 것이라면 언제부터, 어느 정도 피해가 있었는 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시민단체가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한 이유는 주변 산단에 철강 회사와 조선소 등 철제를 다루는 업체가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이 현상이 율촌면에 국한됐다는 점 역시 의혹을 짙게 만들고 있다. 비가 내린 당일 저녁 여수항만청 인근에서 식사를 했던 현지 주민 정모씨(59)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비가 내리는 것을 봤는데, 흑비는 아니었다"며 "흑비가 내렸다는 사실도 언론을 통해 들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 자체가 자주 있었다는 점이다. 현지 주민들은 가시화 된 것이 처음일 뿐 지난해부터 쇳가루가 날라왔다고 제보했다.

흑비가 내린 이후 급히 구성된 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현지 주민 김준태씨(42)는 "지난해에도 비가 오고 나면 처마 밑에 쇳가루로 추정되는 성분이 남아 있는 사례가 많아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등에 민원을 넣었지만 답변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을 꺼냈다.

▲ '흑비(검은비)'가 달라 붙은 자동차 후면 = 출처 여수환경운동연합

 

이어 "평균 연령이 65세 정도인 마을 주민들은 평소 바쁘다보니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며 "하지만 이번 흑비로 야채 등 밭작물이 피해를 입으면서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원인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김 대책위원장은 "배철판을 평평하게 만들기 위해 고압의 모래를 철판에 쏘는 샌딩(Sanding) 작업을 할 때 원칙적으로 실내에서 흡입기를 켜놓고 작업해야 하지만 외부에서 공공연히 작업을 한다는 의혹이 있다"며 "여기서 발생한 모래와 쇳가루가 공기 중에서 해풍을 타고 마을로 넘어왔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민들은 대기·토양·수질 오염에 대한 정밀 조사와 주민들의 건강검진을 요구하고 있다. 7000여명에 달하는 주민들과 이 중 500명가량인 유치원·초·중학교 학생들의 생활 환경이 침해받고 있다는 우려다.

김 대책위원장은 "1년 365일 발생하는 문제"라며 "건강검진도 해야 하고 지하수 오염 여부도 조사해야 한다. 게다가 현지 맨손 어업을 하시는 분들에게도 피해가 미칠 수 있는 만큼 시급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비롯한 관계당국은 현지 시료 채취 등을 통해 원인을 분석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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