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도중 태풍으로 3번이나 유실되는 아픔 속에 30년 만에 완공한 한반도 최서남단 신안군 가거도 방파제가 또다시 무너지고 말았다.

2008년 완공 이후 지난해 '곤파스'에 이어 9호 태풍 '무이파'로 상당부분이 유실되거나 부서진 터라, 어떤형태로 복구할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태풍에 견딜 수 있게 만들자니 수천억원의 예산이 들고, 원상 복구만 하자니 매년 피해가 되풀이될 게 뻔하다는 의견이다.

농림수산식품부 서해어업관리단은 오는 9일 항만 건설 전문가 등과 함께 가거도 현지 조사를 거쳐 복구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충남 서해어업관리단 어항건설과장은 8일 "방파제를 높이고 넓히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공사비가 수천억원에 달해 경제적 효과 논란이 일 수 있다"면서 "그렇다고 피해 발생 때마다 많은 예산은 들여 원상복구를 하는 것도 비효율적이어서 고민이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방파제가 대형 태풍 내습 시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인 만큼 이번 기회에 방파제 안전진단을 거쳐 최상의 복구 방법을 마련해 예산부처 등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태풍으로 방파제 480m 가운데 200여m가 반파 또는 유실돼 200억원(추정)의 피해가 났으며, 지난해 곤파스 때 부서진 테트라포드 등을 보강했는데도 방파제 앞쪽이 형체를 알 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다.

공사 규모로 볼 때 소규모 어항에 불과한 가거도항 공사에 30년이라는 오랜 기간이 걸린 것은 공사 도중 대형 태풍에 세 차례나 유실됐기 때문이다.

동중국해에서 조업하는 어선들이 기상 악화 때 긴급 대피할 곳을 마련하기 위해 공사에 들어갔지만, 공사가 절반가량 이뤄진 1986년 여름 대형 태풍 '베라'가 덮치면서 방파제 220m가 유실됐다.

집채만 한 파도가 덮치면서 32t짜리 테트라포드가 항안으로 밀려 들어와 방파제를 망가뜨렸다.

시공업체는 대형 태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테트라포드를 개당 64t 규모로 늘렸지만 2000년 8월 초속 58.7m에 이르는 초대형 태풍 '프라피룬'에 의해 유실됐다.


▲8일 오전 가거도항에 설치된 104t 큐브 블록과 64t 테트라포드가 유실되거나 무너졌다.

2003년 태풍 '라마순'에 연거푸 방파제 유실의 아픔을 겪은 시공업체는 설계를 변경해 파도를 가장 세게 맞는 머리 부근에 개당 108t짜리 큐브 블록을 설치하고 공사를 마감한바 있다.

가거도항에는 개당 740만원이 소요되는 64t짜리 테트라포드 4천개, 1천만원짜리 큐브 블록 1천개가 투하됐다.

인구 500여명의 가거도는 목포항에서 쾌속선으로 흑산도, 홍도를 거쳐 4시간이 소요되는 우리나라 맨 서쪽 섬으로 '가히 사람이 살 수 있다' 해서 가거도(可居島)로 이름이 붙여졌다.

성상훈기자 HNSH@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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