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민간업자의 마구잡이 벌목에 이어 올해는 정부가 마구 베어내
시멘트 콘크리트로 축석 쌓는 계류보존사업 공사까지

▲ 지난달 11일 전남 장성군 모암리에 위치한 축령산 치유의 숲 일대에 숲가꾸기 사업으로 베어진 나무들이 쌓여 있다(자료 사진)

 

편백나무 힐링 코스로 이름난 전남 장성군 축령산에서 멀쩡한 나무들이 잘려나갔다. 산림청이 숲 가꾸기를 한다며 베어낸 것이다.

동시에 축령산의 맑은 계곡에도 계류보전사업이라며 시멘트 콘크리트로 석축을 쌓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자연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게 가장 좋은 숲 가꾸기라는 상식은 온 데 간 데 없다.

3일 산림청과 장성군 등에 따르면 영암에서 국유림관리사무소는 지난 달 1일부터 보름동안 축령산내 '치유의 숲'에서 솎아베기 및 천연림 개량사업을 전개했다. 이 사업에는 예산 2800만원이 소요됐으며, 약 11ha 면적에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편백나무, 삼나무, 활엽수 등 3100본 가량(11ha 중 27%)이 베어졌으며, 잘려 나간 나무 중에는 불량목이 아닌 일반목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영암국유림관리소 관계자는 "숲 가꾸기 사업 진행 시 지장을 주는 나무들을 어쩔 수 없이 잘라내야 할 때도 있다"며 "일반목을 일부 베어내기는 했지만 우량 나무들의 생장을 돕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였다"고 말했다.

축령산은 2010년 개인업자가 무분별한 벌목을 자행해 경찰수사까지 받은 적이 있다.

이와 함께 서부지방산림청은 지난 3월13일부터 국비 2억5500여만원을 투입해 오는 10일 완공을 목표로 축령산 계류보전사업을 진행 중이다. 집중호우 시 산사태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서부지방산림청은 공사를 진행하면서 포클레인 등을 동원, 계곡을 심하게 파헤쳐 계곡의 구조를 크게 바꾸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멘트 콘크리트로 석축을 쌓아 경관훼손은 물론 환경을 해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계류사업을 진행하면서 시멘트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법조항은 없으나 친환경 공법으로 계곡의 형태를 얼마든지 유지하면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데 이처럼 마구잡이로 파헤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국립공원공단의 경우에는 자연보호를 위해 환경을 해치는 계류보전사업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서부지방산림청 관계자는 "계곡의 물이 닿는 부분에만 시멘트를 사용한 것 뿐 시멘트를 바르지 않는 쌓기 방식 또한 함께 진행됐다"며 "외관상 보기 안 좋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최대한 자연석과 자연공법을 실시하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계류보전사업의 경우 친환경공법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음에도 경비 절감을 위해 값싼 시멘트를 쓰는 관행이 병폐적으로 되풀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축령산에서 환경을 해치는 공사가 진행되다 보니 치유의 숲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지고 있다.

최근 축령산을 다녀온 한승연(40.서울 종로구)씨는 "몸과 마음의 힐링을 위해 축령산을 찾았는데 계곡을 흉측하게 파헤치고 나무 또한 마구 잘려나가 도리어 마음에 상처만 받았다"면서 "자손만대에 물려줄 자연환경이라는 점을 생각, 길게 보고 숲 가꾸기 사업을 진행하려는 자세가 아쉽다"고 말했다.

전라남도 장성군 서삼면 모암리에 위치한 해발 640m 축령산은 50여 년 전만 해도 벌거숭이 산이었으나, 독림가인 고(故) 임종국씨(1987년 작고) 개인의 노력에 의해 지금의 울창한 숲을 갖게 됐다.

2002년 산림청이 사유림를 매입하기 시작해 지금은 전체 숲 면적의 절반 정도인 279ha가 국유림이다.

ohmyjoo@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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