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규 에코텍 소장

▲ 김현규 에코텍 소장

 

최근 생태계의 보고인 용늪을 보전하고자 하는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어 매우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다.

용늪은 산꼭대기지점에 위치한 고층습원이다. 물의 습성 상 산 정상부에 습지가 형성된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고층습원인 용늪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가지 인자를 참고해야 한다.

첫째, 수분의 공급원이다. 이곳의 수분 공급원은 오직 강우와 안개뿐이다. 4500여년 동안 자연환경과 기후조건에 의해 거의 일정하게 수분을 유지하면서 하나의 생태계로 지속적인 습원을 유지할 수 있던 것은 이 조건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해발 1300m에서 얻어지는 수분은 대부분 습원에 오래 보존되는 생물의 잔재와 무기물 구조 속에 녹아들었다. 즉 습원의 구조체를 이루는 이탄층은 그 오랜 기간 동안 수분을 간직해 왔다는 점이다.

둘째, 이곳에 서식하는 생물들이다. 용늪 일대에는 모두 650여종의 생명체가 살고 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인 기생꽃·조름나물 등과 삿갓사초군락, 개통발, 끈끈이주걱, 비로용담, 자란, 박새, 꽃창포, 흑삼릉, 처녀치마, 동의나물, 앵초, 큰퀑의다리 등의 식물이 자생한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인 삵, 수리부엉이 등과 다양한 곤충 등 동물의 천국이기도 하다.

이와 더불어 더욱 큰 의미는 늪 속에 포함된 과거 생명체들의 유전자원이다. 4500여년으로 추정하고 있는 역사를 볼 때 그 오랜 기간 동안 생대계의 실증적 증거를 가지고 있었 매우 중요한 생명의 보고라 할 수 있다.

세번째는 서식 생물의 안식처인 이탄층이다. 이탄층은 오랜 기간 동안 축적된 생명체의 무덤으로, 용늪에 서식하는 생물의 서식처를 형성하고 있다. 이것은 환경적 조건에 자연적으로 형성돼 남아 있는 유전자원 덩어리다. 오래 전의 환경조건과 생물의 존재등을 확인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로 그 중요도가 매우 크다.

이처럼 생태계의 보고 격인 용늪의 훼손은 창조자에 대해 저지르는 큰 잘못이다. 하지만 안보가 우선인 시대, 민통선 내에 위치한 용늪은 늪 주변에 군부대가 주둔하면서 가장 큰 훼손의 원인을 제공했다. 작전도로가 만드는 토사와 군부대에서 만드는 오염원의 모든 것이 늪을 간접적으로 훼손하고 있었고, 몰지각한 늪 내 운동시설 조성이 직접적인 훼손 행위였다.

그렇지만 그 중요성을 인정해 1997년 3월 람사르 협약 가입과 동시에 람사르 습지로 등록했다. 그리고 습지보호지역, 천연보호구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중복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두 차례에 걸쳐 복원 사업에 나섰다. 자연의 보고, 생태의 보고, 유전자원의 보고, 생태계의 산 증거인 용늪의 복원과 보전사업의 의미는 새로운 생태복원 사업을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방법론이다. 구체적으로 상부의 군부대를 다른 유역으로 이전해야 하며 기존 자연환경의 수문 균형을 유지시키고 더 이상의 토사가 유입되지 않게 해야 한다. 또 식물의 서식환경을 원위치로 되돌려 줘야 한다. 실질적인 복원과 보전을 위해 국가 차원의 충분한 예산 배려도 중요하다. 그리고 용늪을 관관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제한적으로 하고 보전을 우선시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국민이다. 생태계의 보고인 용늪을 지키는 데 쏟는 국민의 관심은 용늪에 영원한 생명을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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