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수방대책 되풀이...이미 9년간 1조6000억 들여 빗물펌프장, 배수관거 용량 확대...현실성, 진정성 의문 제기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민들에게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오 시장은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 여러분들에게 닥칠 고통과 불편, 불안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지 못한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이며 "인재냐 천재냐 이전에 시민들이 입으셨을 수해의 아픔과 상처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이번 폭우의 특징은 과거와 전혀 다르다"며 “기존의 도시방재 패러다임을 이상기후 대베 체제로 전환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이번 수해를 계기로 서울시는 향후 연간 5천억 이상, 10년간 5조원의 예산을 투자해 상습침수지역 및 산사태 우려 지역을 집중 보완하고, '하수관 용량 확대 최우선 추진', '수방사업 6~7월 우기 전 완공 원칙' 등을 추진해가겠다고 밝혔다.

중요한 것은 서울시의 이러한 대책들이 지난 해 9월 광화문이 물에 잠긴 뒤 발표한 수해 방지 대책들과 상당부분 동일하거나 확대한 것이 많아 현실성과 진정성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3일 서울시가 제출한 ‘도심방재 패러다임 변화 대책에 대한 자료’ 에 따르면 ▲하수관 용량 확대(시간당 75mm→100mm)▲빗물 펌프장 처리 능력 향상을 통한 배수와 통수 용량 증가 ▲특별재난지역 구분 등이 포함돼있다.

이는 지난 해 9월23일 발표한 수해 방지 대책으로 내놓은 것과 동일하다.

당시, 오 시장은 "7716억원만 들이면 서울시의 수방대책을 완벽히 세울 수 있다"며 "중장기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지만, 지난 1년 동안 오히려 수방 회계 중 일반 예산 부분은 줄어드는 등 대부분이 지켜지지 않았다.

더구나 지난해 9월 발표했던 대책들마저도 2007년 발표한 ‘수방시설 능력향상 4개년 계획’에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2010년 5월 신대방동 시민안전체험관에서 태풍 체험을 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모습. 이후 저지대침수방지를 위해 빗물펌프장 증설계획을 밝혔다.

2007년도‘수방시설 능력향상 4개년 계획’ 에 따르면 ▲2010년까지 5500억원을 투입, 유수지가 있는 빗물펌프장 52곳의 배수처리능력을 현재 75㎜/h에서 95㎜/h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이 분명히 명시돼 있다.

뿐만 아니라 2002~2005년에 6800억원을 투입, 빗물펌프장 증설과 하천제방 보강 등 수해대비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2009년 12월에도 2011년까지 3596억원을 들여 침수 가능성이 큰 저지대 빗물펌프장 41곳의 시설을 3단계로 나눠 증설할 계획을 밝혔다.

이때도 당시 빗물펌프장 41곳의 배수 능력을 시간당‘75mm에서 95mm로 확대할것’을 밝힌바 있다.

다시 말해 지난 9년간 빗물펌프장 및 배수관거 용량증설에만 1조6000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는 것인데,올해도 서울시의 수방대책은 어김없이 구멍이 뚫리고 말았다.

그리고 또 다시 향후 10년간 5조원의 예산을 들여 하수관거 용량확대를 최우선으로 추진해 배수기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매년 수해만 나면 같은 대책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의 2011년도 수해방지 예산은 3400억원이다.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매년 같은 수준을 유지한다고 해도 10년간 5조원의 예산을 확보하려면, 매년 160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시는 '경인운하 뱃길 공사',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한강 르네상스' 등 대형 토목건축 사업을 잇따라 진행하고 있다.

이같은 재정상황에서 연간 5천억 원, 10년간 5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이번 대책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지도 우려된다.

성상훈기자 HNSH@eco-tv.co.kr

[관련기사]
한반도 기후변화 시작..대책은 제자리
서울 방재, 이상기후체제 전환
방재업무 소홀 공무원 최고 파면
소통부재가 인재(人災) 키웠다
우면산피해 난개발VS집중호우
"서울 맞아?" 도시기능 사실상 마비
우면산 초토화...7명 사망


HNSH@eco-tv.co.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