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안전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화학물질사고가 일어날 경우 관련 기업에 대한 책임을 명시한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전부개정안이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일부 국회의원들과 환경단체는 '누더기'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사실상 대기업에 유리하게 조정된 처벌 규정 때문이다.

당초 국회환경노동위원회는 사고 발생 시 원청업체인 대기업과 하청업체인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매출액의 10% 이하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금액 면에서 덩치가 큰 대기업들로서는 부담이 큰 안이었다.

하지만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로 가면서 변질됐다. 매출액 대비 5% 이하로, 그나마도 개별 사업장의 매출액 기준이다. 예를 들자면 올해 들어 두 차례 불산사고를 낸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 과징금을 부과할 때 해당 사업장의 매출에만 기준을 두는 식이다. 삼성전자는 전사적으로 볼 때 손해예상액이 급격히 줄어 든다.

이처럼 조정된 이유는 대기업·중소기업을 막론하고 기업 경쟁력 면에서 부담이 크다는 볼멘소리 때문이다. 사람의 안전보다는 벌금이 문제였다. 여기엔 '사람이 경쟁력'이라고 광고 등을 통해 강조하던 모습은 없었다.

문제는 이처럼 과징금을 줄여도 하도급을 받는 중소기업의 부담은 사라지지 않을 거란 점이다. 대기업들은 법안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하청업체에 대한 요구 기준을 높일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은 일어나지 않은 사고에 대한 위험 부담보다 당장에 닥칠 '진입 장벽'이 더 무서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남은 것은 대기업들이 져야 할 위험 부담이 줄어 들었다는 사실뿐이다. 사람이 경쟁력이라던 대기업은 벌금 규모를 줄이면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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