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욱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 김정욱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4대강 사업으로 홍수 막고 물 부족 해결하고 물을 깨끗하게 해 강 생태계를 살린다고 떠들었지만 다 헛소리에 불과했다. 댐을 쌓아 강 수위를 올리자 지천들이 넘쳐 둑이 터지고 지하수위가 올라가면서 농경지들은 비가 안와도 침수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기상 관측한 이래로 최악의 가뭄이 발생했는데 4대강에다 모아둔 엄청난 물이 아무 소용이 없었다. 물이 부족한 곳은 산간이나 연안과 섬 지역인데 이 물을 보내줄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물이 흐르지 않는 강바닥에서는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하고 녹조가 걸쭉하게 발생했으며 물고기들은 떼죽음을 당했다.

물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물길에다가 인공적인 공사를 잔뜩 벌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유역을 생태적으로 다스려 물 순환이 자연스럽게 잘 되도록 북돋아 주어야 한다. 홍수 피해는 산간지역과 강의 상류 지역에서 많이 나기 때문에 산림을 잘 관리해 사태가 나지 않도록 하고 숲이 물을 잘 저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빗물을 잘 다스려야 하는데, 하류로 빨리 배수시켜서는 안 되고 비가 내리는 지역에다 되도록 많이 저장해 두어야 한다. 땅속에 많이 스며들도록 하고 또 빗물을 지상이나 지하에 저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호주나 독일은 '물부족 국가'란 말을 하지 않고도 집집마다 빗물을 받아쓴다. 그리고 독일은 자기 마당에 떨어진 빗물을 밖으로 내보내면 요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지하로 스며들도록 하고 또 지하에 물 저장 시설을 만들기도 한다. 이것이 다 홍수를 막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물이 부족한 곳은 홍수피해 지역과 겹치는데, 홍수 때에 물을 잘 모아 두어야 홍수를 막을 수 있고 또 가물 때에 이 물을 쓸 수가 있다.

우리나라의 강 상류 마을의 도랑들은 많은 곳이 콘크리트 수로로 바뀌었고 또 쓰레기 버리고 태우는 곳으로 전락한 곳이 많다. 이런 도랑들을 먼저 생태적으로 살려서 윗물을 깨끗하게 해야 아랫물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 이들 하천 상류 마을의 물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마을의 하수를 생태학적으로 처리하는 방법도 강구되어야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생태학적으로 올바른 토지이용을 추구해야 한다. 생태학적으로 무리한 축산과 화학농법이 우리가 앞으로 풀어야 할 어려운 과제들이다.

유럽의 선진국들은 유역의 영양 물질 수지를 평가해 농업과 축산활동까지도 생태학적으로 무리가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농경지의 유출수도 하천에 유입되기 전에 유수지 같은 데 모아서 에너지나 인력이 과히 들지 않게 자연적인 공법을 활용하여 처리하고 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변지역을 확보해 두어서 강으로 흘러드는 물을 자연스럽게 여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마을에 둠벙을 두어 땅 바닥을 씻어 내리는 빗물을 모아 처리하도록 했고 또 마을 숲을 만들어 물이 강으로 흘러들기 전에 오염을 여과하도록 했으며 토지이용도 물 오염이 가장 작도록 해 왔었다. 그래서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한강 물을 그냥 떠서 마셨다. 강 상류 시골 마을의 작은 규모의 강을 먼저 살릴 줄 알아야 큰 강도 살릴 수 있다. 4대강 사업은 근본적으로 접근 방법이 틀렸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는 4대강 사업과 같이 강을 인공적으로 변형시키는 공사를 근본적으로 못하도록 법으로 엄격히 규제를 하고 있다.

큰 도시 규모의 물 관리는 대단히 복잡한 문제가 많이 얽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강 상류 작은 마을의 물을 다스리는 원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된다. 최근에 서울에서 광화문-청계천 일대와 강남역 지역이 침수되고 도림천이 넘치고 우면산에 사태가 일어나서 사람들이 죽는 일이 벌어졌다. 청계천은 넘치지 않았는데 청계천과 광화문 일대가 침수된 것은 빗물이 청계천으로 흘러들지 않도록 물길이 끊어졌기 때문이고, 도림천이 넘치고 강남역이 침수된 것은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지 못하고 하수도와 강으로 바로 쏟아졌기 때문이고 우면산 사태는 산에 손을 너무 많이 대었기 때문이다.

물은 그 순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해주어야 생태계가 살아나고 우리가 그 물을 유용하게 쓸 수 있으며 물 재난을 피할 수가 있다. 산에 내리는 비는 식생이 잘 보존되어야 땅으로 잘 스며들어 지하수를 만들고, 이 지하수가 스며나와 도랑을 이루고, 이 도랑들이 모여 강을 이루며, 나무들이 지하수를 빨아들여 증산한 수증기가 다시 비가 되어 땅에 떨어지는 것이 물의 순환과정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도시들에서는 이 순환 고리가 다 끊어졌다. 산에서 내려오는 도랑들은 중간에서 끊어져 물길을 잃어 하수도로 흘러들고, 땅바닥은 포장이 되거나 굳어져서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지를 못해 지하수는 마르나 땅은 침수 되고, 강변은 콘크리트 둑으로 막아져 땅과 물이 분리가 되었고, 물길도 중간 중간이 장애물로 막혀서 제대로 흐르지를 못한다.

하수처리장들이 비만 오면 넘쳐서 처리를 못하는 이유는 길을 잃은 빗물들이 처리장으로 흘러들기 때문이고, 땅이 침수되는 이유는 땅속으로 물이 스며들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며, 비가 올 때에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하는 이유는 땅바닥을 씻어 내리는 오염된 빗물이 수변 식생대의 여과를 거치지 않은 채 강으로 바로 흘러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강 바닥에 쓰레기가 쌓이고 썩은 냄새가 나며 퇴적물 준설하느라고 매년 수십억 원의 돈을 쓰는 이유는 수중보를 쌓아 물이 제대로 흐르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강이라는 것은 이리 구불 저리 구불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수심이 깊은 웅덩이와 얕은 여울이 생기고 유속의 차이에 따라 돌과 모래와 자갈과 미세한 입자의 펄이 깔린 곳과 수초가 자라는 곳이 생겨난다. 그에 따라 벌레에서 물고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중 생물들이 제각기 먹이를 찾고 산란할 장소를 찾아 살 수가 있다. 그리고 강은 횡적으로도 수변구역을 거쳐 육지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물의 흐름과 생물들의 왕래가 자유스럽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강이 풍성하고 깨끗한 강 특유의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
 
물의 순환 고리가 끊어진 도시를 유지하자면 많은 돈이 들고 또 많은 고통이 따른다. 이와 같은 사실을 경험으로 알았기 때문에 지금 선진국의 많은 도시들이 물 순환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서울시도 최근에 일어난 재난들로부터 교훈을 얻어 이런 도시를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강의 자연성을 회복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세종시와 같이 새로 만드는 도시는 잘못된 전철을 밟지 말고 물 순환 도시를 만들어 본을 보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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