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포획 후 첫 공식 생존 증거 확보…국립생물자원관, 수 마리 생존 유력

1960년대 이후 남한에서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진 '한국표범'이 야생에 아직 생존하고 있다는 증거가 포착됐다.

10일 야생동물 전문조사원인 김대호씨(40)는 강원도 원주시 호저면 섬진강 수변에서 고양이과의 대형 포유동물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발자국 30여개를 발견했다.

김씨는 "양서파충류의 이동통로 조사 과정에서 일반 개발자국보다 큰 사이즈의 발자국을 발견했다"며 "전날 비가 와서 모래가 부드러워진 상태여서 깊고 선명하게 남은 발자국은 개과와 고양이과를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인 발톱이 없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4개의 발가락을 가진 이 발자국들은 55~60㎝ 정도의 보폭을 보이며 강변을 따라 치악산 방향으로 이어져 있었다. 고양이과 포유류 중 하나인 삵(멸종위기종 2급)으로도 오인할 수 있었지만 바로 옆에 삵이 지나간 흔적과 비교할 수 있어 삵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김씨는 밝혔다.

김씨는 "발가락 넓이가 6~7㎝ 정도여서 4㎝가량인 삵과 비교해 월등히 컸다"고 말했다.

해당 발자국들을 감식한 한상훈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장은 "크기와 보폭을 비교해 봤을 때 표범의 발자국이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극동표범(아무르표범)에 속하는 한국표범은 1900년대 초반까지 한 해 100여마리가 포획될 정도로 개체 수가 많았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시절 집중적으로 남획이 이루어진 이후 개체 수가 줄면서 1962년 포획된 사례를 끝으로 멸종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 동안 밀렵꾼들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포획된 사례들이 있기는 했지만 이처럼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한 과장은 "1995년도에서 1996년 사이에 밀렵꾼들에 의해 포획된 사례가 있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정확히 확인되진 않았었다"고 밝혔다.

▲ 서울동물원에 있는 아프리카산 표범 = 제공 서울동물원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번에 발자국이 확인된 원주 지역 외에 다른 지역에서도 한국표범 개체들이 서식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최소 수 마리가 야생에서 서식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한 과장은 "경상남도 합천, 강원도 북부 민송천, 충북 영동에서 문경 지역에 한국표범이 서식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고 있다"며 "향후 이 지역들에 대한 조사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민간에서 표범으로 의심되는 동물 발자국들이 전국 곳곳의 산지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점도 다수의 한국 표범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1월 경북 영주시 봉현면 두산리 장군봉에서 발견된 눈밭에 남아 있던 대형 포유동물의 발자국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제보를 받고 현장을 찾았던 김병주 한국조류협회 영주시지회장은 "고양이과 동물로 보이는 발자국이 70~80㎝ 정도의 보폭으로 1자로 이동한 것을 확인했다"면서 "인근 집개가 밤 사이 놀라 심장마비로 죽은 사례나 직접 표범을 봤다는 사례도 있어 표범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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