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삭기와 펌프로 토사 쉼없이 퍼올려, 사상 최대 자원봉사자 몰려

 

수마가 지나간 우면산은 지금 자원봉사자들의 땀방울로 다시 한 번 홍수를 이루고 있다.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온도와 습도가 올라 불쾌지수가 높아졌지만 참혹한 수해현장은 날씨 탓을 하기엔 일 손 하나가 아쉬울 정도로 진흙 도시를 방불케 했다.

측은지심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했던가?

손을 쓸 틈도 없이 밀려든 산사태를 목격한 전국의 자원봉사자는 닷새 만에 1만명을 넘어섰고, 수해현장을 가득 메운 굴삭기와 물을 퍼 올리는 펌프는 쉴 새 없이 토사와 흙탕물을 퍼 올리며 수해현장을 이전모습으로 되돌리고 있다.

구호장비로 집안에 들어찬 토사를 걷어내는 소방대원들, 손발을 걷어붙이고 삽으로 흙을 퍼 나르는 군인들, 살림도구들을 일일이 수돗물로 씻고 장판을 걷어내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은 하나의 유기체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심지어 수해를 입은 주민들도 마실 물과 과일, 떡 등을 들고 나와 봉사자들에게 나눠주고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닦아주며 고생하는 봉사자들을 응원하는 훈훈한 모습을 목격할 수도 있었다.


▶형촌마을에 투입된 소방대원이 방안 가득 들어찬 토사를 삽으로 퍼내고 있다. / / 박수남 기자 armdri78@eco-tv.co.kr

현재 우면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만 형촌마을에 150명, 전원마을에 100명.

송동마을 복구 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송파소방서 서장은 “장비를 동원해 흙을 퍼내는 작업이 70% 가량 작업이 완료된 상태이며, 이후 잔여 토사를 물로 씻어내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복구 작업은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흙탕물로 뒤범벅된 살림살이를 꺼내 길바닥에 늘어놓는 수재민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산에서 밀려 내려온 흙탕물로 1명이 숨졌던 송동마을에 사는 김모 씨는 “산사태로 집이 뒤덮이는 순간의 공포를 잊을 수 없다”며, “사람의 목숨과 가옥이 이렇게 허망하게 스러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참담 할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쓸려내려온 물로 신세계 회장 부인이 숨졌던 형촌마을에 사는 박모 씨는 “70년을 살면서 이렇게 큰 비 피해는 처음”이라며, “앞길이 막막하긴 하지만 너나할 것 없이 도움을 주기 위해 나서는 자원봉사자들의 노고에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가정 살림도구를 일일히 손으로 씻어내는 자원봉사자들 / / 박수남 기자 armdri78@eco-tv.co.kr

정부와 서울시의 미흡한 수방대책이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도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각 정당 대표들과 기관장, 군 사령관, 서울시의회 의원들까지, 삽자루 하나씩을 들고 수해현장에 투입돼 자원봉사자들의 일손을 돕는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었다.

송동마을의 수해복구를 위해 송동마을을 찾은 국회 환노위 김상순 위원장은 “서울시의 배수시설 교체 등 구체적인 수해예방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국회차원에서 서울시의 근본적인 수방대책 마련을 위한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체들의 지원도 만만치 않았다.

뚜레주르와 웅진식품이 빵과 음료를 지원하고 있으며, 주말부터는 신한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 서울도시철도공사, 삼성카드, 삼성SDI, 삼성에스원 등이 동참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스타벅스 직원들도 현장에 나와 일명 ‘다방커피’만 마셔왔던 군장병들에게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나눠주며 후텁지근한 더위를 잠시나마 날려주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서울시 자원봉사센터에 따르면 이날 서울에서는 수해를 입은 8개 자치구에서 3천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하고 있다.

27, 28일에는 총 1천여명의 자원봉사자가 복구작업에 참가했으며 30, 31일에도 각각 3천여명이 복구에 나설 예정이어서 참가자가 닷새 만에 총 1만여명에 이를 전망이다.

서울에서 재해 발생 닷새 만에 1만여명에 달하는 인원이 자원봉사에 나선 것은 사상 최대 규모라고 센터는 설명했다.


▶휩쓸고간 토사로 진흙범벅이 된 살림도구들 / / 박수남 기자 armdri78@eco-tv.co.kr

산사태가 휩쓸고 간 우면산 터널과 남부순환도로를 비롯한 주요 간선도로는 긴급복구가 완료됐다.

하지만 이면도로와 주택가는 원상회복을 하는데 상당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주민들의 마음을 휩쓸고 간 상처는 더더욱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순영 기자 binia@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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