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폴리실리콘 상주공장에서 발생한 염산 누출 사건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가 안전한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현지 관계자들은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대응 과정이 지난해 발생한 구미 불산가스 누출 사고를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14일 환경부에 따르면 유출된 200t의 염산은 이날 새벽까지 폐수처리장에 집적이 완료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집적된 염산은 업체에서 자체 처리하기로 했다"면서 "기화 문제도 소량이 기화됐을 뿐, 현지에서 대기 중의 염화수소(HCL) 농도를 측정했지만 불검출 상태로 나왔다"고 밝혔다.

현재 환경부를 포함한 관계당국은 협의를 통해 사고에 대응하고 있지만 별다른 비상상황실을 운영하는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현지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100% 안전하다는 말을 섣부르게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운영위원장은 "환경당국은 무조건 안심하라고 할 게 아니다"라며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는 섣부르게 얘기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를 포함, 현지 주민들조차 정부와 지자체의 발표에 반신반의 하는 이유는 이 과정이 불산가스 사고와 닮았기 때문이다. 당시 업체는 누출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초동 대응에서도 정부 측의 섣부른 판단으로 2차 피해를 양산했다.

이번 사건에서도 사건 발생 후 시간이 경과하며 유사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경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사고 당일 청리면 마공리 청리마공공단 웅진폴리실리콘에서 염산이 누출되기 시작한 때는 오전 7시 30분쯤이다.

11시쯤으로 알려졌던 초기 상황과는 달리 누출 후 3시간 반 정도 방치됐던 것. 이 과정에서 염산이 물과 만나 염화수소가 돼 퍼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지만 제대로 된 주민 대피 등은 당초 발표와 달리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시간 동안 어느 정도의 영향을 주변에 미쳤을 지 현 시점에서는 알 수 없다.

아울러 환경당국이 발빠르게 위해성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한 점도 비슷하다. 구미 불산가스 유출 당시에도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대기 중의 불산가스 검출 농도가 유해한 수준이 아니라고 공언했다.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매뉴얼과 실제 간의 괴리를 지적한다.

이 운영위원장은 "서류 상의 대응법은 있지만 인력과 장비가 없는 게 지자체의 현실이다"라며 "권역별로 있어야 할 화학 사고 대응 전문 인력도 없고 화학차량도 1대뿐인데다가 부도난 지 6개월이 지난 업체에 대해 지자체가 화학물질 관리를 잘 해 왔는지도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업체들의 안이한 관리도 지적했다. 화학물질을 처리하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안전 관리에 소홀하고 막상 사고가 나면 감추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이 운영위원장은 "사고가 나면 곧바로 신고를 해야 하는데 (웅진폴리실리콘은) 신고를 안 했다"며 "이는 구미 불산가스 누출 사고 때도 마찬가지였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고현장 감식을 의뢰했으며 회사 관계자, 목격자 등을 통해 염산 누출 경위와 과실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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