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지하철역에서 50대 한인 남성이 다른 사람에게 떼밀려 열차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 사회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욕포스트는 이 사건과 관련해 4일자 신문 1면 전면에 숨진 한기석(58)씨가 열차에 치이기 직전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운명: 이 사람이 곧 죽는다'라는 선정적인 제목과 함께 실으면서 공분을 샀다.

또한 사진이 게재되자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할 생각은 하지 않고 사진만 찍었다는 비난이 직접 촬영한 프리랜서 사진기자 우마르 압바시에게 빗발쳤다.

그러나 압바시는 당시 자신은 한 씨로부터 수십미터 떨어져 있어 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카메라 플래시로 열차에 정지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또 한 씨가 떨어지고 열차가 들어오기까지의 시간 동안 아무로 한씨를 돕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무관심도 윤리적 문제로 떠올랐다.

압바시는 5일 NBC TV와의 인터뷰에서 "한 씨가 떨어지고 열차가 오기까지 약 22초의 시간이 있었지만 그와 가까이 있던 사람들 누구도 그를 구하려고 하지 않아 충격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압바시는 또 열차에 치인 한 씨가 승강장으로 끌어 올려지자 주변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한 씨의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고 전했다.

뉴욕시경(NYPD)은 5일 뉴욕 맨해튼 49스트리트역 플랫폼에서 한 씨를 선로로 떼밀은 나임 데이비스(30)를 붙잡아 범행 일체를 자백받고 2급 살인 혐의로 기소했으며 한씨를 죽일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데이비스는 경찰조사에서 "회전식 개찰구를 먼저 들어가려다 입씨름이 벌어졌고 물러나라고 경고했지만 한 씨가 계속 따라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건 현장에 있던 재비어씨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한 씨가 흑인에게 '이봐 젊은이, 자네가 여기 사람들을 무섭게 만들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며 그가 옳은 일을 하려고 나섰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망한 한 씨는 지난 1975년 미국 아칸소 대학으로 유학을 온 뒤 맨해튼에서 세탁업을 하며 부인, 대학생 딸과 살고 있다. 수년 전 일을 그만뒀으며 부인마저 5년째 척수염을 앓아 생활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데이비스는 일정한 주거가 없는 노숙자로 사고 현장 인근 록펠러 센터 주변에서 가판 상인들의 심부름 등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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