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공약이 없다.

제18대 대통령선거일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아직까지 환경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환경공약 실종’이라고 표현하지만, 박 후보의 경우 공약을 발표하지 않았으니 실종이 아니라 아예 없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도 '시민캠프'에서 공약을 내놓았지만,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다. 사퇴한 안철수 후보 측의 환경 관련 공약을 통합하는 작업이 남아 있다고 한다.

따라서 기자가 보기에는 빈약한 수준이다.

박 후보는 지난달 19일 이후 잇달아 공약을 내놓으며 표심 잡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경제공약을 필두로 경찰, 주택, 택시, 정보통신, 외교·안보·통일, 정치쇄신안, 여성·의료·주택, 가계부채대책, 경제민주화정책, 교육정책 등 부문별로 공약을 쏟아냈다.

지난 15일 이후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갖가지 정책비전과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발 빠르게 개선책을 중심으로 한 공약을 내놓았다. 택시 공약, 경찰 공약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환경 관련 공약은 아직까지 없다.

후보로 확정된 이후에 구미 불산 누출 사고와 금강 물고기 떼죽음 등 환경 관련 대형 이슈들이 터져 나왔지만, 박 후보의 공약을 선전하는 새누리당 홈페이지나, 박 후보의 입은 여전히 조용하다.

기껏해야 지난달 26일 환경정책학회가 주최한 대선 후보 3인의 환경에너지 정책 토론회에서 박 후보측의 윤성규 지속가능국가추진단장이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만을 발표한 것이 전부라 할 수 있다.

문 후보의 경우는 민주통합당 홈페이지에서 ‘문재인 공약’을 클릭하면 ‘문재인의 정책’이라는 타이틀 아래 ‘4대 성장전략’이라는 카테고리가 나타나는데 여기에 6개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구상이 소개돼 있다.

후보등록시점에서 '문재인 시민캠프'가 정리하 환경관련 공약은 21개다.  4대강 사업의 재검토와 원전 확대 반대 및 신재생에너지 확대, 생활환경의 안전과 쾌적 등이 중심축이다.

하지만 원론적인 수준이이서, 국민 전체의 생명과 지속가능한 미래 건설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환경 관련 정책 청사진을 속시원하게 확인할 길이 없다.

물고기 수 만 마리가 원인도 없이 떠올랐는데 어느 후보 하나 현장을 방문하지도 않다니...이러고도 어떻게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겠다고 나설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왜 박 후보는 환경 공약에 이처럼 인색한 것일까? 박 후보측의 윤 단장은 “박 후보가 공약을 직접 발표한다는 원칙에 따라 (환경 공약 관련)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으며, 발표 시기도 박 후보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에 관심 있는 유권자와 국민들은 박 후보의 입만 쳐다보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박 후보 측에 환경·에너지 브레인이 없다거나, 박 후보가 눈치를 보고 있다는 말이 떠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해는 유난히 대형 환경 이슈들이 잇달아 터져 나왔다. 구미에서 불산이 누출돼 5명이 숨지고, 사고 인근 지역 주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는 사상 초유의 사고가 터졌다.

정부가 환경부 등 모두 8개 부처 15개 기관 40여명으로 정부합동대책반을 꾸려 사고 수습에 매달릴 정도였다.

지난 달 중순부터 금강에 수 만마리 물고기가 죽은 채 떠오르고 있는 것도 충격적인 환경 이슈다.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5만4000마리가 떼죽음했지만, 환경당국은 ‘원인불명’이라는 조사결과만을 내놓은 상태다.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한 원전의 안전성 문제, 4대강 사업의 수중보 철거 등과 관련한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이들 사안은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지정하는 것 보다 훨씬 심각하고 위중하다. 소홀히 할 경우 그 피해가 택시 사업자를 비롯한 모든 국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 뿐 아니라 미래의 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자칫하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크게 위협할 수 있는 중차대한 일이다.

따라서 환경 공약을 소홀히 하는 것은 당장의 표 얻기에 급급할 뿐 국가의 보다 큰 미래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비난을 사기에 충분하다.

특히 박 후보는 4대강 사업으로 집권 내내 환경 논란의 중심에 선 여당의 대선 후보로서 어떤 환경 정책의 비전을 갖고 있는지 하루 빨리 국민들에게 제시할 의무가 있다.

이제 채 20일 밖에 남지 않는 상황에서 더 무엇을 재고, 고민하고, 연구한다는 말인가?

박 후보가 더 이상 환경 공약 발표를 미룬다면 국민들은 환경 정책 및 공약을 개발하는 브레인의 수준을 의심하거나, 박 후보 자신이 환경문제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문 후보 역시 환경 공약을 보다 세밀하게 다듬고 보완해서 국민들에게 밝혀야 한다. 4대강 사업 복원과 에너지 정책 전환이 환경 문제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며 좋은 나라를 만들고자 한다면 당장 금강으로 달려가 떼죽음한 물고기들을 손에 들고 환경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2012.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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