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환경적 가치 높은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국내외 경쟁 심화, 폐배터리 확보 자체가 중요해

폐배터리에서 핵심 소재인 희소금속을 추출해 새 배터리 제작에 활용하는 폐배터리 재활용. 사진은 영풍 2차 전지 리사이클링 원료 'LiB Flake'의 모습(영풍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폐배터리에서 핵심 소재인 희소금속을 추출해 새 배터리 제작에 활용하는 폐배터리 재활용. 사진은 영풍 2차 전지 리사이클링 원료 'LiB Flake'의 모습(영풍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전기차의 폐배터리 재활용 역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배터리 핵심원료들을 조달함으로써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환경보호 및 공급망 안정화 등에도 대응할 수 있는 산업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다만 해외에서도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주목하고 있는 만큼 폐배터리 자체가 전략화물자가 될 수 있어 폐배터리의 공급선 강화와 재활용 기술 고도화를 함께 이뤄나가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국내 주요기업들이 주목하는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폐배터리 재활용사업은 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최근 주목하기 시작한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폐배터리 속에 있는 희소금속들을 추출해 새로운 배터리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국내외 기업들이 폐배터리 사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규모의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전기차 보급이 확산되면서 전기차에 사용된 폐베터리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의 배터리 수명이 평균 10~15년임을 감안할 때 2035년 이후부터 폐배터리의 발생량도 늘어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역시 큰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 리서치의 발표에 따르면 전세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올해 7000억원 규모지만, 2025년 3조원, 2050년 6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폐배터리 재활용사업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은 물론, 포스코, 영풍 등도 폐배터리 재활용사업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희소광물 자원의 공급 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폐배터리를 친환경적으로 자원순환해 ESG 경영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북미 배터리 리사이클링업체인 ‘라이-사이클(Li-Cycle)에 투자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부터 10년간 폐배터리를 통해 생산된 니켈 2만톤을 공급받을 계획이며, 삼성SDI는 성일하이텍과 제휴해 배터리 스크랩 및 불량 셀에서 원료를 추출하고 있다. SK온은 양극재에 투입되는 수산화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바 있다.

이차전지를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포스코는 배터리 원료부터 배터리 소재생산, 2차전지 리사이클링으로 이어지는 사업을 모두 구축해 배터리 분야의 순환경제를 완성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영풍은 독자적인 ‘건식 리사이클 방식’을 통한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을 미래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다. 독자적인 기술로 유가금속의 유출은 줄이고 회수율을 높여 경쟁력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뿐만 아니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전동화로의 빠른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배터리 수요 역시 지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이러한 수요에 대비하고, 공급망 안정화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분야에 집중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폐배터리 재활용, 배터리 핵심 원료 주요 조달할 것… 문제는 공급선 확보

이러한 폐배터리 재활용이 배터리 핵심 원료 조달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3일 김유정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에게 분석 의뢰한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산업의 원료조달 효과성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폐배터리 재활용이 늘어나는 2035년 이후에는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핵심원료의 자체 조달분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재활용될 폐배터리 양은 2030년 1만8000톤(4만개), 2035년 9만톤(18.4만개), 2040년 22만5000톤(40.6만개), 2045년 41만6000톤(63.9만개)로 계산됐다. 이에 따라 폐배터리 발생량이 늘어나는 2035년부터 본격적으로 폐배터리 재활용이 늘어나 자체 조달분이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2045년 수산화리튬 2만톤, 황산망간 2만1000톤, 황산코발트 2만2000톤, 황산니켈 9만8000톤 가량을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으로 회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는 해당 원료의 지난해 수입량 대비 각각 28%, 41배, 25배, 13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일례로 수산화리튬 2만톤은 약 63만개의 NCM811 배터리를 새로 만드는데 필요한 양이다.

다만 이러한 수치는 폐배터리의 안정적 수입선 확보와 재활용 기술의 고도화가 이뤄져야만 가능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재활용 설비량은 2022년 3만7000톤에서 2027년 16만8000톤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2027년 재활용될 것으로 추정되는 전기차 폐배터리 양은 약 3000톤으로 설비용량의 2%에 불과하다. 2030년까지 16만8000톤의 설비용량을 유지하더라도 처리량은 설비량의 11%에 그친다. 100% 달성을 위해서는 15만톤 분량의 폐배터리, 스크랩 등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에 대한상의 관계자는 “주요국들이 역내 폐배터리 재활용 생산을 정책화하고 있는 만큼 폐배터리 자체가 전략물자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폐배터리 재활용산업이 경제적, 환경적 가치가 높은 만큼 폐배터리의 공급선 확보와 재활용 기술 고도화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협업해 나가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hdlim@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