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방사된 암컷 여우가 일주일도 안 돼 폐사한 가운데 소백산에 홀로 남겨진 수컷 여우가 올겨울을 무사히 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수컷 여우는 숨진 암컷과 달리 야생생활에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 

수컷 여우는 무선위치추적 결과 방사 직후부터 줄곧 반경 1㎞안에서 이동하고 있어 새 서식지에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인 것으로 공단은 보고 있다.

생후 8개월인 수컷 여우가 첫 겨울을 문제없이 나려면 산속의 추위를 견디며 먹잇감을 얼마나 잘 구하는지, 혼자 남은 '외로움'을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관건이다.

공단은 수컷 여우의 적응 속도와 주변 환경 등으로 미뤄 경쟁종과의 다툼에 의한 사고 등 변수가 없다면 월동에 성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우가 원래 영하 수십 도의 혹한도 견디는 만큼 추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공단은 설명했다.

여우는 쥐를 주로 잡아먹지만 곤충이나 토끼ㆍ고라니 등의 사체, 떨어진 과일도 주워먹는 등 잡식성이다. 소백산 지역은 오대산 등 다른 산지와 비교해 겨울철에도 이런 여우의 먹잇감이 기복없이 공급돼 먹이활동을 하기에는 좋은 편이다.

여우가 단독생활을 한다고는 하지만 짝짓기를 할 때는 일부일처형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혼자 겨울을 보내도록 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우려도 있다.

여우는 생후 9∼11개월쯤 되면 성적으로 성숙해진다. 1∼2월에는 발정기가 와 짝짓기를 한다.

지난 4월에 태어난 수컷 여우는 신체적으로 완전히 성장해 2세를 만들어야 할 시기에 본의 아니게 '독수공방'을 하게 됐다.

공단이 서로 다른 어미에게 태어난 암수 한 쌍을 첫 방사 개체로 선택한 이유도 이들이 자연스레 짝짓기를 하고 출산하는 과정을 관찰하며 연구하려는 의도였다.

이 때문에 내년 봄 추가 방사할 계획으로 지난달 중국에서 들여온 여우 10마리 가운데 일부를 당장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암컷 여우가 사실상 자연 부적응으로 폐사하는 바람에 야생적응 훈련과정을 재점검하는 중이어서 아직 훈련을 시작하지도 않은 개체를 방사하는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공단은 여우 복원에 성공한 외국도 방사한 개체의 생존율이 20% 정도에 불과한 만큼 암컷의 죽음에 개의치 않고 애초 계획대로 수컷 여우가 겨울을 나도록 할 방침이다.

공단 관계자는 "한 쌍을 방사했다고 해서 반드시 교미가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수컷 혼자 지내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수컷이 겨울철에 은신처를 어떻게 구하고 먹이활동을 하는지 연구해 앞으로 복원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일 숨진 암컷은 정착할 곳을 찾지 못한 채 고개를 여러 번 넘는 등 5㎞가량을 이동하며 아궁이를 굴로 착각해 숨어들었다가 재를 들이마시고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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