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연임 불발에 경영 불확실성↑
주가 1월 고점 대비 –16%
“올해 약세 지속할 가능성 높아”

KT가 구현모 대표의 연임 포기 결정 후 새 인사와 관련한 잡음 속 하락세를 걷고 있다. 인사와 관련한 정치권의 외압과 함께 경영상 불확실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에서다. 증권가에서도 신임 대표 1년차에 나타날 수 있는 ‘빅 배스(Big bath)’ 리스크 등을 지적하며 올해 주가 눈높이를 낮출 것을 조언하고 있다.

KT의 주가가 인사와 관련한 잡음이 지속되면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KT)/그린포스트코리아
KT의 주가가 인사와 관련한 잡음이 지속되면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KT)/그린포스트코리아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T의 주가는 지난해 연말 배당락 이후 상승세를 이어왔으나 1월 20일을 고점으로 16% 가량 하락했다. 구 대표의 연임 포기설이 돌기 시작한 이후다. 

KT는 구 대표 취임 후 디지코(DIGICO, 디지털 플랫폼 기업) 전환을 최우선 목표로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주주환원 측면에서도 배당 확대 기조를 유지하면서 실적과 주가, 배당이 모두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이에 구 대표는 지난해 연말 KT 이사회로부터 연임 적격 판정을 받기도 했다.

여권에서 전 정권 인사인 구 대표의 연임을 두고 압박을 가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셀프 연임’을 문제 삼자 구 대표는 경선에 참여해 재심사에서도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결국 외풍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달 연임을 포기했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구 대표의 연임 포기 이후 KT 이사회는 내부인사로만 구성된 대표이사 후보 4인을 발표했다.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사장)이다. 

KT 임직원, 소액주주 등은 경영 및 주주환원 정책의 연속성을 감안해 내부 사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KT 출신 인사로 후보군을 꾸린 것에 수긍하는 분위기다. 

다만 후보자 발표 후 여권은 이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민의힘 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KT 이사회가 차기 대표 후보 면접 대상자로 KT 출신 전·현직 임원 4명만 통과시켜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었다”며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를 발동해 KT가 카르텔 손에 놀아나지 않도록 엄단 대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역시 “주인이 없는 회사는 지배구조가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KT 측은 이사회의 결정대로 후보 추천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KT는 이날 오후 진행중인 면접심사를 끝내고 저녁께 최종후보자 1인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주주총회에서 최종 후보 선임을 두고 표 대결이 예상되고 있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8.53%)의 반대표가 예상되는 가운데 우호지분인 현대차그룹(7.79%)와 신한은행(5.48%) 외에 정치권 개입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다수 소액주주들이 찬성표를 던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KT 경영 불확실성↑…빅 배스 리스크 경계해야

KT의 차기 대표자리에 누가 앉게 될지와는 별개로 주가는 약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경영진 교체를 둘러싼 불확실성 확대로 배당 성장에 대한 기대가 꺾인 가운데 빅 배스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 때문이다.

빅 배스는 목욕해서 더러운 때를 없앤다는 의미로, 부실한 자산을 한 회계년도의 장부에 반영해 과거의 실적 부진을 털어낸다는 회계용어다. 통상 경영진이 교체될 때 지난 과오를 이전 경영진에 넘기고, 현 경영진의 실적 개선을 강조할 때 쓰는 전략이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비춰봤을때) KT의 경우 경영진 교체 원년에 보수적인 회계를 적용하고 취임 2~3년차에 실적 성과를 내서 연임에 도전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KT는 경영진 교체 1년차에 보수적 회계처리로 실적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난해 현대차 등과의 지분교환에 따른 자사주 감소 영향까지 고려하면 주당 배당금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경영진 교체 후) 인력 감축 기조로 가게되면 단기 명예퇴직비용 증가로 배당 재원이 감소하고, 현상 유지여도 장기 인건비 증가 요인이 돼 어떤 시나리오로 가더라도 KT의 신임 CEO 1년차 투자는 피하는 것이 좋다”며 “KT는 적은 이동통신 매출비중, 과도한 인건비 비중, 낮은 수익성을 이유로 3사 중 가장 높은 할인율을 적용 받아왔지만 당분간 KT의 상대 주가 할인 폭은 확대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하나증권은 이날 KT의 목표주가를 기존 4만5000원에서 4만원으로 11% 하향했다.

jdh@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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