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와 수익모델의 틀을 벗은 가장 인디스러운 인디게임

(사진=넥슨)/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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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이 10월 27일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에서 얼리액세스(앞서해보기)로 출시한 ‘데이브 더 다이버(DAVE THE DIVER)’의 인기가 심상찮다. 출시 하루만에 국내 인기 순위(Top Sellers) 2위에 올라서더니, 약 열흘 뒤인 11월 7일에는 1위로 뛰어올랐다. 매출 순위보다 더욱 고무적인 점은 이용자들의 평가다. 2000개의 리뷰 중 상당수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는데, 이로 인해 게임은 이용자의 95% 이상이 추천해야 얻을 수 있는 ‘압도적 긍정적’ 등급을 받았다.

데이브 더 다이버를 한 문장으로 축약하자면 ‘넥슨의 손에서 태어난 웰메이드 인디게임’이다. 한국에서 규모로 첫째가는 게임회사가 자본의 간섭에서 자유로운 독립게임을 만들었다니 언뜻 모순으로 들린다. 그러나 게임을 직접 해보면 납득하고 만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수익모델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게임의 본질인 재미에만 집중한 날 것 그대로의 게임이다. 인디게임사 대부분이 당장의 생계 문제 때문에 현실과 타협하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굶어 죽을 염려 없는 넥슨이 만든 데이브 더 다이버야말로 오히려 가장 인디에 가까운 인디게임일지도 모르겠다.

이 같은 시도는 넥슨의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민트로켓은 넥슨이 기존 개발 문법에서 벗어나 재미의 본질에 집중하고자 올해 5월 론칭한 브랜드다. 개발 단계에서 수익화 모델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게임의 창의성이 극대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데이브 더 다이브는 민트로켓의 첫 게임이자 브랜드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성공적인 사례가 됐다.

(사진=넥슨)/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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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다이버, 밤에는 초밥집 알바…절묘한 장르 융합

데이브 더 다이버는 바다 속을 탐험하는 해양 어드벤처 장르와 초밥집을 운영하는 매니지먼트(타이쿤 게임) 장르가 융합된 게임이다. 낮에는 바다에서 식재료를 구하고, 밤에는 이 식재료로 초밥을 만들어 판다. 또한 초밥을 판매해 얻은 수익은 다시 바다 탐험을 위한 장비 업그레이드에 사용된다. 낮과 밤이 바뀔 때마다 두 장르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제법 조화롭고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낸다.

게다가 해양 탐험과 초밥집 운영은 양쪽 모두 구색 맞추기가 아닌 깊이 있는 콘텐츠를 갖췄다. 바다 속에서는 심해어를 사냥하고 수집할 뿐만 아니라 보물을 찾거나 보스 몬스터와 싸우기도 한다. 또 초밥집에서는 레시피를 업그레이드하고 알바를 고용하는 한편 SNS를 통해 음식점의 평판도 올려야 한다. 분명 따로 놓고 보면 어디서 본 적 있는 것들인데, 합쳐 놓으니 비슷한 게임이 떠오르지 않는다.

(사진=넥슨)/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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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브 더 다이버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데이브’와 비교하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넥슨이 2018년 지스타에서 처음 공개했던 데이브는 바다에서 해양생물과 만나 사진을 찍는 모바일 힐링 게임이었다. 참신한 면은 있었지만 깊이는 부족했다. 그러나 프로젝트가 데이브 더 다이버로 바뀌고 초밥집 운영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붙으면서 게임은 수십 시간 플레이해도 재미있는 게임으로 탈바꿈했다. 넥슨 특유의 디테일한 도트그래픽도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물론 단점도 있다. 게임 초반 팽팽했던 낮과 밤의 균형은 잠수 장비가 업그레이드될수록 점차 낮으로 기운다. 잠수 시간이 길어지면서 해양 탐험은 한번에 수 분에서 수십 분까지 늘어나는데, 이에 반해 초밥집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수 분으로 고정되어 있다. 결국은 해양 탐험이 주가 되고, 초밥집 운영은 서브 콘텐츠로 밀려나는 느낌이다. 긴 낮과 짧은 밤이 여러 번 거듭되면 결국은 반복 사냥에 지쳐 ‘현타’가 찾아온다. 한 번은 재미있지만 여러 번 하기에는 썩 내키는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이 게임의 가격이 2만4000원에 불과하고, 패키지 구매 비용 외에 별도로 수익화 모델이 없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큰 단점은 아니다. 20~30시간 즐긴 후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어 오히려 좋다. 꼭 수백 시간 즐길 수 있어야 좋은 게임은 아니다. 수익화 모델 뿐만 아니라 이용자 재방문율에서도 자유로워야 비로소 진짜 인디게임 아닐까. 얼리액세스가 아닌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단점을 개선하되, 수익에 연연하지 않는 초심을 잘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dmseo@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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