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기금, ‘지구생명보고서 2022’ 발간 기념 간담회
생물다양성, 기후위기와 협력·ESG경영의 주요 과제

12일 세계자연기금(WWF) 한국본부는 ‘지구생명보고서 2022’ 발간을 기념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WWF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12일 세계자연기금(WWF) 한국본부는 ‘지구생명보고서 2022’ 발간을 기념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WWF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생물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탄소중립은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계자연기금(WWF)은 탄소중립과 생물다양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 사회는 이미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를 통합적으로 바라보고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이제는 기업 경영에서도 기후변화와 더불어 생물다양성이 주요한 ESG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 WWF, “생물다양성 고려 않는 탄소중립은 한계”

12일 WWF 한국본부는 ‘지구생명보고서 2022’ 발간을 기념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지구생명보고서는 WWF가 격년으로 발간하는 인류의 각종 소비, 개발 행위가 지구 곳곳의 생물종과 산림, 해양, 강, 기후변화 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 및 분석한 보고서로 13일 발간하는 2022년판은 14번째 보고서에 해당한다. 

홍윤희 WWF 사무총장은 “탄소중립(Net Zero)과 ‘네이처 포지티브(Nature-positive)’는 함께 가야 한다”며 “생물다양성을 고려하지 않는 넷제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네이처 포지티브는 자연 손실을 막고 생물다양성 감소 추세를 회복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홍 사무총장은 이어 “네이처 포지티브를 구현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연을 우선하는 경제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WWF는 올해 12월 개최 예정인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CBD COP15)에서 국제 사회가 기후 문제를 다루는 ‘파리협정’과 같은 범지구적 합의를 만들 것을 촉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자연과 공존하는 경제·사회를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환경부·세계자연보전연맹(IUCN)과 공동으로 ‘2022 제주 IUCN 리더스포럼(IUCN Leaders Forum Jeju 2022)’을 13일부터 15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포럼 주제는 ‘네이처 포지티브 경제·사회 구축’으로 각국 정부와 기업, 국제기구 등의 리더들이 생물다양성 파괴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혁신적 해결책을 모색한다. 

IUCN은 자연보전과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국제 논의를 주도하는 세계 최대 환경기구로, 1400여개 정부기관, 국제기구 그리고 1만6000여명의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 국제 사회,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통합·협력 의제로

탄소중립과 생물다양성이 대립하는 사례들이 국내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산림청이 ‘30년이 지난 나무’는 탄소 저감 기능이 둔화된다는 점을 근거로 ‘모두베기’ 산림 벌채 방식을 사용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한 환경단체들은 산림의 기능은 탄소흡수원만이 아니라고 반발했다.

박은진 국립생태원 기후생태연구실 실장은 “최근 이슈처럼 탄소중립 측면에서 산림을 탄소흡수원으로만 바라보면 생물다양성 측면과 상충할 수 있다”며 “두 개의 문제를 따로 볼 수 없고 같이 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국제 사회는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를 통합적이고 균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와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2020년 12월 개최된 두 국제기구의 전문가 워크숍은 생물다양성과 기후시스템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확인했다. 

전 세계 기업들도 생물다양성을 ESG경영의 주요 과제로 삼고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Task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는 지난 2015년 발족한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Task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와 함께 글로벌기업의 ESG 정보 공시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다.

◇ 생물다양성, 기업 ESG경영의 주요 과제

TNFD는 생물다양성에 관한 재무정보공개 기준을 수립하기 위해 유엔개발계획(UNDP)과 세계자연기금(WWF) 등의 주도로 지난해 6월 5일 세계환경의날을 맞아 공식 출범했다. 현재 블랙록, BHP 등 420여개 기업 및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포스코홀딩스가 지난 5월에 가입하면서 우리금융지주, 신한금융그룹, KB금융그룹에 이어 TNFD에 가입한 4번째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TNFD는 재무정보공개 프레임워크 초안을 지난 3월에 발표했고, 올해 10월과 내년 2월, 6월에 추가 보완 후 내년 9월에 생물다양성과 관련된 재무정보 공시 기준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후 해당 기준을 국제지속가능성표준위원회(ISSB)가 추진하는 통합 ESG 공시 안에 편입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월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Directive on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초안을 발표했다. 이 지침은 기업이 공급망에 연결된 납품·협력기업에서 인권·환경 관련 문제 소지를 조사해 문제가 있을 때 이를 고치고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흔히 ‘공급망 실사법’이란 불린다.

EU의 공급망 실사법 시행은 2024년 즈음, 이후 EU 회원국의 개별 입법화 등이 완료되는 시점은 2027년으로 전망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EU의 공급망 실사법 시행으로 EU 역내의 1만2800개사, 역외의 4000개사 정도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민혜 WWF 사무국장은 “전 세계에 미치는 공급망 영향력에 비해 한국 기업들의 활동은 여전히 소극적”이라며 “국내 기업은 나무 심기와 식재 사업을 못 넘어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EU의 공급망 실사법 등에 직면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도 근본적인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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