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제품 구매’ 성향 강한 MZ 소비자
달라지는 소비자 취향 대응이 기업 새 숙제

‘환경적인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키워드가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과거보다 더욱 중요한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적인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키워드가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과거보다 더욱 중요한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적인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키워드가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과거보다 더욱 중요한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윤리적이나 도덕적인 차원의 실천이 아니라 기업 생존전략, 나아가 인류 생존 문제와 직결된 이슈라는 시선도 커지고 있다.

환경에 대한 관심과 그에 따르는 소비패턴 변화는 사회적으로 이미 오랜 화두다. ‘친환경’이라는 단어부터가 마케팅 측면에서는 구식으로 느껴질 정도다. 실제로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자신의 저서 ‘트렌드코리아 2019’에서 ‘필(必)환경’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제품의 환경 영향을 생각하는 이른바 친환경 소비가 과거에는 선택의 문제였으나 이제는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한 생존 문제로 바뀌었다는 주장이다. 지금보다 수년 전에도 친환경은 이미 과거의 이슈였다는 의미다.

이 개념은 지난해 발간된 ‘트렌드코리아 2022’에서 ‘찐환경’이라는 용어로 발전했다. 책은 이 단어에 대해 ‘진짜로 환경을 위하는 게 무엇인지 찾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기업들이 실제 환경적이지 않은데도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그린워싱’ 문제에 대해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졌다는 지적이었다.

당시 책은 소비 시장에서 필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과정에 대해 3가지 개념을 언급했다. 더 쉽게 실천한다는 의미의 ‘쉽환경’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가 더 근사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힙환경’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찐환경’이다.

◇ 소비자 “지속가능한 제품 구매할 의향 있다”

소비자들은 실제 환경 문제를 고려해 소비하고 있을까? 아니면 최소한 그런 기준을 마음 속 어딘가에는 분명히 두고 있을까? 이를 추측해볼 만한 조사가 있었다. 지난해 6월 자원순환사회연대와 한국피앤지가 국내 소비자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실천 행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5.5%가 “환경오염과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81.6%는 “환경문제가 육체적, 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추구하는 생활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답했다. 친환경 소비자가 되겠다는 의지도 강했다. 전체 응답자의 82.2%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생활용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라고 대답했다.

당시 한국피앤지는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는 더 이상 실천하면 좋은 행동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필환경 시대’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 중 실제로 지난 3개월간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노력한 응답자는 25.5%로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응답자의 73.3%는 “제품을 구입하거나 집안일을 할 때 편의성을 포기하더라도 환경에 도움이 되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라고 답했으나, 실제 포장이 간소하거나 제조에서 폐기까지 자원이 절약되는 농축 제품을 의식적으로 구매하고 있는 인원은 10.9% 정도였다.

당시 조사 결과를 두고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김미화 이사장은 “지속가능한 환경은 소비자의 실천, 기업의 자발적 노력, 그리고 정부의 정책 정비 이 세 측면이 동시에 이뤄져야 가능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균형 잡힌 참여가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과 정부가 소비자들의 달라진 인식에 맞춰 정책과 전략을 짜야 한다는 얘기다.

◇ Z세대 소비자는 밀레니얼보다 더 환경적?

한가지 주목할만한 경향이 있다. 젊은 세대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환경에 대한 인식을 소비 기준에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투자증권이 ‘2022 MZ세대 투자인식 보고서’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MZ세대, 특히 Z세대 여성이 친환경 행동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보고서는 “Z세대 여성은 친환경 배송 서비스 이용, 디지털 환경 보호 실천, 친환경 제품 구입, 채식·비건 실천’ 등 다양한 친환경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보고서는 MZ세대 3명 중 1명이 ESG를 고려해보았고, 제품 및 서비스에 추가 지불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추가 지불 경험이 있다고 밝힌 비율은 밀레니얼 세대보다 Z세대가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ESG를 고려한 후 제품이나 서비스에 추가로 비용을 지불한 이유 1위로는 친환경(61%)이라는 답이 많았다.

이와 관련한 실제 청년들의 목소리도 있다. 한국 SDGs청년플랫폼 멤버들은 과거 본지 인터뷰에서 “생활습관을 포함한 모든 활동에서 환경이라는 키워드를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전에는 유행하는 것 또는 브랜드가 소비의 기준이지만 지금은 공정함이나 윤리성에 대한 소비 인식이 높다“고 말했다. 그들은 인터뷰에서 “또래 친구들은 사회 이슈에도 민감한 편이고 윤리적인 소비에 관심이 많다”고 덧붙였다.

예스24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생태·환경’ 카테고리 도서 판매량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217.5%로 성장했다. 서점가에서는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치소비와 필환경이 주목받으면서 관련도서 판매율이 성장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생태·환경 도서 연령별 구매율을 살펴보면 2020년 2030세대 도서 구매율은 2019년보다 늘어났는데 특히 ‘제로 웨이스트’ 관련 도서 구매율에서는 2030세대 구매율이 51.7%로 높게 나타났다.

젊은 세대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환경에 대한 인식을 소비 기준에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젊은 세대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환경에 대한 인식을 소비 기준에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 소비자 관심 따라 기업 움직임도 변해야

그러면 기업들의 움직임은 어떨까. 실제로 소비자들이 환경 관련 실천을 더 쉽게 하고 그런 소비 지향이 가치 있고 멋있는 것으로 인식되도록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을까? 앞서 언급한 책 ‘트렌드코리아 2022’도 관련 내용에 대해 언급한다.

책은 유통 업계 최초로 포장재에서 테이프를 쉽게 떼어낼 수 있도록 만들어 분리수거를 쉽게 만든 CJ온스타일 사례, 그리고 투명 페트병 라벨을 얼마나 쉽게 제거할 수 있느냐가 구매 선택의 기준 중 하나로 떠올랐다는 설명을 통해 관련 내용을 언급한다. 롯데칠성음료가 캔에 라벨을 붙이는 대신 몸체에 디자인을 직접 인쇄해 좋은 반응을 얻었던 사례도 소개했다.

커피 찌꺼기를 활용해 만든 청바지, 폐그물망으로 만든 모자, 버섯 균사체로 만든 인공 가죽을 활용한 명품 브랜드 가방 사례도 언급한다. 환경이 윤리적인 차원을 넘어 말 그대로 ‘힙’한 패션 트렌드가 됐다는 설명이다. 책은 기존 나일론 소재 제품 대신 재생 나일론 ‘에코닐’을 적극 도입한 프라다, 트럭 방수포를 재활용해 가방을 만드는 프라이탁 사례 등을 소개하면서 일선 기업들의 움직임을 알리기도 했다.

기업들도 달라지고 있다. 유통업계 최초로 친환경 VIP 제도를 도입하는 등 관련 활동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는 현대백화점은 과거 ‘MZ세대의 관심이 기업 변화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하면서 “취향과 가치소비를 중요시하는 MZ세대의 관심도에 따라 유통 업계에도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친환경 관련 시장이 윤리적인 실천을 넘어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이라고 인식되는 이유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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