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폭염과 가뭄에 몸살 앓는 전세계

전세계적으로 이상기후로 인한 역대급 가뭄과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가뭄으로 인해 세계 주요 강 바닥이 마르면서 고대유적들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예컨대 중국에서는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양쯔강 바닥에 있던 600년 전 불상이 모습을 드러냈고, 유럽에서는 500년 만의 가뭄에 각 나라 강 바닥에 잠겨 있던 고대유적이 발견되고 있다. 

국내외 언론에 따르면, 스페인 서부 저수지에서는 이달 초 ‘과달페랄의 고인돌’로 불리는 수백 개의 선사시대 돌기둥이, 스페인 북서부 지역에서는 물에 잠겨 있던 로마의 요새가 나타났다. 로마 티베르 강에서는 네로 황제가 건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다리 유적이, 이탈리아를 따라 흐르는 긴 포(Po)강은 그 수위가 70년 만에 최저를 기록하며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에산 고대마을 유적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강 바닥이 말라가면서 독일과 체코 등에서는 극심한 가뭄과 기근을 예고하는 헝거스톤(hunger stone)이 등장하기도 했다. 헝거스톤은 강 수위가 낮아졌음을 알 수 있도록 가뭄이 심했던 연도나 경고 문구 등을 새긴 돌로 ‘배고픔의 돌’, ‘슬픔의 돌’이라고도 불린다. 

로이터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라인강 속에 잠겨 있다가 물이 마르면서 연도를 새긴 헝거스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독일과 체코 사이에 흐르는 엘베강에서는 ‘내가 보이면 울어라’는 문구가 새겨진 헝거스톤이 발견됐다.

헝거스톤에 이러한 문구가 새겨진 배경과 헝거스톤이 슬픔의 돌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강이 마를 정도의 가뭄은 흉작으로 이어지고 이것은 곧 인류의 굶주림으로 이어져서다. 이는 최근 온라인상에서도 화제가 되며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고조시켰다.

실제로 낮아진 강의 수위와 줄어든 유수량은 농업을 비롯한 각 경제 분야에 직접적이고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dpa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공동연구센터(JRC)는 22일 보고서에서 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수력 발전과 원자력 발전소 냉각 시스템 등 에너지 부문이 직접적인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강수량이 줄어든 데다 지난 5월부터 폭염이 이어진 탓에 이달 10일 기준 유럽 영토의 47%가 주의보 수준의 가뭄을, 17%는 적색경보 단계에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상태는 오는 11월까지 이어지거나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록적인 가뭄에 여름철 농작물 수확량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이탈리아 포강의 유수량과 수위가 평소보다 낮아지면서 옥수수와 쌀 등 농업생산량이 감소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뿐만 아니다. 수위가 낮아졌다는 것은 물자를 유통하는 운항로가 막힐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현지시간으로 이달 13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올해 기록적인 폭염으로 수위가 낮아진 강이 운송과 경제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예컨대 최근 40cm 미만의 수위를 보인 라인강의 경우 화물 운반선 운항의 마지노선에 걸려 있다. 가뭄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만큼 물동량과 요금에서 영향을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만약 수위가 더 낮아져 운송이 어려워지게 되면 전세계 경제 전반에 타격이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절반이 이미 가뭄으로 위협받고 있고 앞으로는 더 자주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거나 심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경고가 위험한 이유는 앞서 말했듯 경제에 분명하고도 큰 영향을 미치는 날씨로 인한 리스크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란 예고이기도 해서다. 

그러나 헝거스톤에 새겨져 있던 말처럼 강이 말라간다고 울고만 있을 수는 없다. 경각심은 갖되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개인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을, 기업은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을, 지자체와 정부는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

본지는 앞으로도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이상기후와 변화하는 날씨에 대한 보도를 계속 해나가며 각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 얘기할 것이다. 

key@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