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식 축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들
기업 실적으로 보는 채식지향 트렌드

최근 채식의 환경적 장점에 윤리적이고 건강학적인 면까지 더해지면서 비건과 논비건을 대상으로 한 채식 시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풀무원 비건 레스토랑 ‘플랜튜드’의 대표 채식 메뉴들. (풀무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 채식의 환경적 장점에 윤리적이고 건강학적인 면까지 더해지면서 비건과 논비건을 대상으로 한 채식 시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풀무원 비건 레스토랑 ‘플랜튜드’의 대표 채식 메뉴들. (풀무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채식은 기후위기 시대 개인이 할 수 있는 쉽고도 효과적인 실천방법 중 하나로 꼽힌다. 어떤 음식을 먹을지에 대한 개인의 선택이 지구온도를 더 높일 수도 그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채식의 환경적 장점에 윤리적이고 건강학적인 면까지 더해지면서 비건과 논비건을 대상으로 한 채식 시장이 커지고 있는 추세다. 

◇ 공장식 축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들

채식이 기후위기의 열쇠로 주목받고 있는 배경에는 공장식 축산업이 환경파괴와 온실가스 발생의 주범이라는 주장이 있다. 지구의 열기를 붙잡아 지구가열화에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수백 배 더 유해하게 작용하는 메탄가스, 아산화질소 등이 공장식 축산업을 통해 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축산업의 긴 그림자’ 보고서에서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3%가 교통수단에서, 18%가 축산업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흔히 매연이나 나쁜 공기의 원인으로 떠올리는 교통수단보다 공장식 축산업으로 발생하는 대기오염 문제가 더 크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다. 사료 생산과 축산지 개발을 위해 전세계 열대우림이 파괴되는 문제도 있다. 실제로 고기를 얻기 위해서 지난 약 50년간 전세계 열대우림의 3분의 2가 파괴됐으며 1960년 이후 가축 방목지와 가축 사료 재배를 위해 아마존 열대우림의 70%가 사라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같은 이유로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공장식 축산업은 환경적 문제와 더불어 윤리적 문제로도 지탄받고 있다. 예컨대 A4 용지보다도 작은 닭장에 닭을 가둬서 키우는 등의 공장식 축산 시스템은 동물복지를 뒤로 하고 더 싸고 더 많은 고기와 부산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만 고안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근에는 공장식 축산업이 기후위기를 앞당길 뿐만 아니라 수많은 세균과 바이러스의 생산 공장으로서 코로나19 등 인간 감염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동물을 먹는 것이 코로나19 등 수많은 신종 감염병을 가져왔다는 것이 골자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22일 비건 채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세계보건기구는 지난 50년간 새로 발생한 인간 감염병의 75%가 동물에게서 왔다고 밝혔으며 세계식량농업기구는 동물성 수요 증가가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을 가속화시켰다고 밝혔다”고 설명하며 “오염되고 불결한 공장식 축산은 각종 신종 세균과 바이러스 생산공장이자 창고가 되었고 이는 곧 인수공통전염병으로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기업 실적으로 보는 채식지향 트렌드

기후위기, 환경파괴, 동물윤리 침해, 인수공통전염병 창구로서의 공장식 축산업과 이러한 시스템의 원인이 되는 과도한 육식 습관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다양한 이유로 비건을 지향하는 소비자들을 비롯해 논비건까지 대상으로 한 제품과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비건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비건 식품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33조 9000억 원 규모에서 2028년 약 79조 6000억 원 규모로 연평균 13%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도 이미 많은 기업들이 채식 간편식과 대체육 등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눈에 띄게 늘었다. 

장보기 앱 마켓컬리는 지난 2일 비건 제품 판매량이 1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마켓컬리의 비건 관련 제품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간 대비 약 60% 증가했다. 비건 김밥, 비건 만두, 비건 빵 등 비건식품은 물론, 비건 립밤, 비건 선크림 등 식물성 원료만을 사용한 뷰티 제품 판매량도 판매량이 늘었다. 

마켓컬리 측은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이 같은 추세는 갈수록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성장세는 외식시장에서도 읽힌다. 지난 5월 풀무원과 농심에서 건강은 물론 환경까지 챙기겠다는 포부로 각각 오픈한 비건 레스토랑 ‘플랜튜드’와 ‘포리스트 키친’은 비건 커뮤니티뿐 아니라 논비건들 사이에서도 수요가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5월 20일 식품기업 중 처음으로 비건 레스토랑 ‘플랜튜드’를 선보인 풀무원은 오픈 두 달 반만에 메뉴 2만 개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플랜튜드가 오픈 후 7월까지 메인 메뉴와 사이드 메뉴 판매를 집계한 결과, 메뉴는 2만 800여 개가 판매되고 방문 고객은 약 1만 6000명으로 추산됐다. 

플랜튜드는 풀무원의 생활서비스 전문기업인 풀무원푸드앤컬처가 비건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1만 원 대 안팎의 가격을 설정하고 론칭한 캐쥬얼 비건 레스토랑이다. 식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대체육 등 풀무원 ‘식물성 지향 식품’을 활용한 메뉴 13종을 선보였으며 최근 신메뉴를 더했다. 

풀무원푸드앤컬처 측은 “인기에 힘입어 일부 기존 외식사업장을 플랜튜드로 전환해 오픈하는 것도 계획 중”이라며 “지속적인 비건 메뉴 개발과 추가 매장 오픈을 통해 누구나 맛있게 즐기는 비건 식문화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기에 국내 최초 비건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콘셉트로 문을 연 농심의 ‘포리스트 키친’도 지난 6월 한 달간 방문객이 1000명을 돌파하고 주말 예약률이 100%에 달하는 등 비건식에 대한 대중의 호응이 뜨겁다고 전해왔다. 

지난 5월 27일 문을 연 포리스트 키친의 경우 단일 코스요리로 다양한 비건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시즌에는 저녁 10개, 점심 7개 요리가 제공되며 이 중 3가지 요리에 대체육이 활용되고 있다.

농심 측은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비건 레스토랑이지만 비건이 아닌 소비자들도 많이 찾고 있다는 점”이라며 “예약 애플리케이션 캐치테이블 리뷰를 살펴보면 ‘비건이 아니지만, 고기 없이도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비건은 맛이 없다는 편견을 버렸다’ 등 비건 여부를 떠나 요리 자체의 완성도에 높은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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